공감
어떻게든 그냥 살아요. 피투성이라도 그냥 살아요.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야
한 대 맞고 쓰러진 거야. 좀 쉬었다 일어나면 돼
우울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다. 그래서 나도 안다. 이기려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거. 아니, 때로는 그냥 지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사실 그 어떤 말도 못 하겠다. 지금 힘든 사람에게 솔직히 아무 말도 못 하겠다. 말로 위로가 될 수준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의 존재와 누군가의 말은 그저 공허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그 공허한 울림들을 남겨보려 한다. 과연 브런치의 이용자들 중 우울감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겠고, 또 그토록 힘든 사람들이 브런치의 글들을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위로가 되는 것들
어이가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난 사람보다 드라마나, 음악에서 위로를 많이 받는다. 그래, 음악은 그렇다 쳐도 드라마라니. 누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하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그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위로는 줘도 상처 줄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 주옥같은 대사들이 내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말'과 '글'을 좋아한다. 음악도 '좋은 가사' 들이 좋다. 말과 글은 때로는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저 위에 쓴 짧은 글도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 일부이다. 이렇게 한번 내 마음에 박힌 대사들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히지 않는다.
아픈 손가락
나는 아픈 것들에 더 눈길이 간다. 어느 집단에 가도 소외받는 사람한테 더 마음이 쓰이고, 혼자 남은 사람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진다. 그저 해맑고 자신만만한 사람보다는 그늘이 있는 사람의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말 걸어 주게 된다. 내가 착하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난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동질감을 느낄 뿐이다. 이건 순전히 동지애 때문이다. 어딜 가나 아픈 손가락이 꼭 한 명씩 있다. 나 스스로 내가 아픈 손가락이라고 느꼈던 적이 많아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같은 사람끼리는 알아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연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절대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힘내라" 이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 왜냐면 그 말이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못하겠다. 내가 우울하고 힘들 때 많이 들었던 말들이 있다.
너 정도는 다 힘들다, 원래 세상 사는 게 힘든 거다. 너만 힘든 일 겪는다고 유난 떨지 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야, 가서 잠이나 자라, 그래도 힘내서 살아야지,,, 등등
이렇게 수많은 말들 중 어느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들으면 들을수록 더 힘이 빠졌고 화만 났다. 남의 아픔과 슬픔은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그 사람의 사정과 과거를 우리가 다 알지 못하니까. 그래서 나는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의 말보다는 차라리 음악을 들었다. 나한테는 유일한 해소 창구였다.
그래서 또 정말 미안하다. 부디 힘내서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이러한 이유로 힘내라는 말은 못 하겠다. 그리고 사실 방법도 없다. 지나고 보니 겪어야 할 시간은 겪어야 했다. 내 의지로 그렇게 된 게 아니듯 내 의지에 상관없이 그 시간 또한 지나간다. 맞고 쓰러졌을 때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주저앉아 있는 것도 괜찮다. 굳이 억지로 일어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상처가 회복되면 저절로 일어설 수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시간을 믿고 기다려도 좋다.
공감
지나가는 건 지나가는 거고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와 같은 것'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사람이어도 좋고, 글이어도 좋고, 무형의 무언가라도 좋다. 미술작품이어도 좋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것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공감'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우주에 홀로 떨어진 기분일 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작은 힘을 얻는다. 나는 유튜브를 통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게 잠시 그 순간을 버텨내는데 그래도 꽤 도움이 되었다. 물론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버틸 수는 있었다. 그걸로 하루를 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혼자라는 감정은 두렵고 무섭다. 아마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서로 상처도 주지만 위로가 될 때도 있다. 그래서 결국 사람은 어울려 살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살면서 상처도 많이 주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글에서만큼은 위로를 더 많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맘 같아서는 좋은 가사를 써서 음악을 만들어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싶지만 아쉽게도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이다. 그래서 글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