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지뢰밭이다
오늘 하려고 하는 말은 내가 일 년 365일 꾸준히 퇴사를 준비하는 이유다. 아주 흔한 이야기지만 취준생들은 취직만 하면 미래가 보일 것 같다고 말하고, 직장인들은 회사를 들어와도 미래가 안 보인다고 말한다. 회사란 곳은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썬팅 유리와 같다. 사회에서 볼 때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있는 개인에게는 전쟁터다. 회사는 지뢰밭이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피해 다녔다 해도 내가 언제 지뢰를 밟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회사 안에 있는 이상 용한 무당도 소용없다. 나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이 회사뿐이다.
회사는 지뢰밭이다
단순히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회사나 곳곳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있다. 그게 신체적 위험이 될 수도 있지만 정신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람일 수도 있고 달랑 문서 한 장 일 수도 있다. 부잠님 과장님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도 큰 위험이고 내 옆자리 동료가 부리는 성질도 나를 불안하게 한다. 항상 머리 위에 사이렌을 얹고 다닌다. 그게 언제 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번엔 직장 괴롭힘에 대해 말했다. 그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 일이 도화선이었다. 그때부터 확실하게 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전까지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또 괜찮은 날들이 있었기에 그것으로 위안 삼을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이 다 이런 거지 뭐, 이렇게 사는 게 사람 사는 거지 뭐,라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나도 동의하면서 버텨 왔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더이상 내 인생에 회사를 염두에 두고 갈팡질팡하지는 않겠다.
내가 매일 퇴사를 준비하는 이유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다. 돈을 더 벌고 싶어서, 혼자 일하고 싶어서, 커리어의 발전을 위해서 등등. 하지만 나의 이유는 언제 어떤 지뢰를 밟을까 하는 무서움이다. 이것이 나를 절실하게 움직이도록 만든다. 나에게는 가장 큰 동기부여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위험이 와도 감수하고 다녀야만 한다. 퇴사는 입사만큼이나 힘들다. 회사는 목숨 줄이다 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준비가 없다면 지뢰에 걸려서 퇴사를 한다 해도 새로운 지뢰밭이 펼쳐진다. 당장 내일 먹을 밥이 걱정이고, 집세를 낼 돈이 없다. 고통을 피했더니 새로운 고통이 있는 것이다.
건강을 잃어 본 사람들은 더 건강을 챙긴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아프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지를 안다. 그래서 건강에 더 집착한다. 더이상 병이 남의 일이 아니기에 건강한 때를 지키며 최대한 많은 대비를 해 놓는다. 이와 비슷하다. 나는 언제 또 힘든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혹은 더 심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아쉬운 사람이 되지 않으면 그런 상황이 와도 나에게 선택권이 있고 타격도 그리 크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내 발로 이곳을 나가는 날까지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다면 꼭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 몇 안 되겠지만 분명 슬기로운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많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보험을 들어야 한다. 재난을 대비에 라면을 사 모으는 것처럼 매일 조금씩 나만의 것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아직은 평화롭다면 그 안정된 심리 상태로 다른 인생을 준비해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