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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18. 2022

3.6.9법칙 : 퇴사위기

학계의 정설입니다

오늘도 퇴사하고 싶습니다




직장인들에게는 3.6.9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3개월 6개월 9개월 / 3년 6년 9년마다 퇴사하고 싶은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이것을 3.6.9 법칙이라고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입사 후 3개월 차에 혹은 그 안에 퇴사를 많이 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그래서 신입들에게 사람들이 3개월만 버텨라 라는 말을 많이 한다.








3개월 차 : 적응의 문제

처음 3개월을 왜 넘기기가 힘든 걸까? 이건 적응의 문제다. 신입은 모든 게 다 처음이다. 이 사무실도 처음이고 사람들도 처음이다. 친해지는 건 또 왜 이리 힘든지. 자신이 낄 대화가 없다. 일도 처음 하는 거라 실수 투성이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이 못나 보인다. 회사에 들어오면 바로 멋진 직장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해야 하는 오더리였다. 근데 또 그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한다. 자괴감이 든다. 점점 마음은 회사에서 멀어진다. 이 일이 나랑 안 맞는 것 같고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아 들어온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점점 내 머릿속을 차지하면서 퇴사라는 카드를 꺼낸다. 그래서 신입들의 퇴사 면담을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퇴사 이유가 "저랑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옛날에 한 상사분은 신입들이 너무 나가니까 3개월 일해보고 자기랑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떻게 아냐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3개월 차에 힘든 건 당연하다. 부서 이동만 해도 적응하는데 3개월은 걸린다. 이 경우도 신입일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마다 퇴사 욕구가 생기는 건 안 비밀. 사람도 적응해야 하고 일도 적응해야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도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람과 일에 적응하는걸 제일 싫어한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떠나는 것도 용기고 시간 절약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 3개월은 버텨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기서 3개월은 버텨야 다른 데 가서도 3개월은 버틸 수 있다는 말이 꼰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곳을 떠난다고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직장이 아니라면 3개월 안에 퇴사의 마음이 드는 것은 적응의 문제이니 한번 참고 다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다니면서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일이 익숙해지면 쭉 다니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 후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 떠나도 늦지 않다. 



6개월 차 : 적응의 문제 + 직장의 문제

6개월도 3개월이랑 비슷하다. 완벽하게 적응이 덜 된 것의 문제가 아직 남아 있고 거기에 직장 내 다른 문제가 끼어 있을 수 있다. 적응도 웬만큼 되어가고 손도 익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맘에 안 든다던가 아니면 노동의 강도가 너무 힘들다던가 하는 문제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 때는 나름 직원들하고 친해져서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있다. 회사 분위기도 웬만큼 파악이 됐기 때문에 눈치 보면서 처신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나마 3개월 차보다는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되는 단계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에 마음이 잡히지도 않는다. 특히 사회생활 자체가 처음인 사람들이 더 심하다. 싱숭생숭하다. 선배들을 보면 다 미래의 내 모습인데 여간 내키지가 않는다. 



9개월 차 : 확신을 가진 퇴사

9개월. 이때 퇴사를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다. 이때는 무조건 다른 문제가 있는 거다. 정말 해도 해도 일이 자기한테 안 맞는 다던가, 이 회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던가 하는 자신이 이 회사를 계속 다니지 못할 일유가 분명 있다. 이때쯤 퇴사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성급한 퇴사도 아니고 그동안 자신도 충분히 심사숙고를 했을 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도 여전히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변함이 없으면 정말 아닌 것이니 나간다면 말리지 않는다. 분명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테니까. 









3년 6년 9년 차의 퇴사 위기 :  일태기 (지겹다 지겨워~)

이 정도 일했으면 일이 질린다. 맨날 똑같은 일을 몇 년째 하는데 안 질릴 사람은 없다. 일종의 일태기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시간은 가는데 승진시험에서 자꾸 미끄러질 때 퇴사 결심을 하게 된다. 자신은 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데 유리천장이라는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지고 더 이상 열심히 일할 의욕도 나지 않을 것이다. 이때는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나 개발자 같이 자신이 쌓은 경력이 전문적이고 프리랜서의 시장도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면 나와서 자립해 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자리를 잡는데 시간은 걸리더라도 잡고 나면 회사에서 자신이 받던 월급보다 더 큰 보상이 따를 수 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경력을 살리지 못할 경우 현 직장을 퇴사하면 대부분 업종을 바꿔 들어가는 케이스가 있는데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이제 내가 겪은 팩트를 말하자면 3.6.9 법칙 다 필요 없고 퇴사는 항상 하고 싶은 거다. 처음에 한 달 잠깐 취직했다는 기쁨에 젖어 있을 때 빼고는 매일이 퇴사하고 싶은 날들이다. 내일 당장 퇴사를 하고 싶어서 오늘 밤에 잠도 잘 안 온다. 그냥 출근하기 싫어 죽겠다. 회사를 사랑하고 뼈를 갈아 넣겠다는 초심은 어디 가고 흐트러진 마음만 남았다. 출근하면 퇴근만 기다리고 내 휴가 때 뭘 할지가 최애 관심사다. 열심히 일해서 오는 뿌듯함도 이젠 없다. 회사를 다니는 마음이 마치 인생 다산 노인 같은 마음이다. 내 마음을 너무 일반화하는 건가? 여러분 저 같은 직장인이 되지 마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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