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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로고 같은 사람

누군가에게 감성이 되고 싶다

by 감성기복이
Screenshot 2022-12-13 at 20.08.23.JPG 이 작은 로고가 뭐라고



얼마 전 블루보틀 텀블러를 샀다. 필요성에 의해 산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로고 감성에 반해 사버렸다. 새하얀 텀블러 가운데 작게 그려진 파란색 보틀이 너무나도 이뻐 보였다. 사실 텀블러만 보면 용량도 적고 들고 다닐 수도 없어서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포기가 되지 않았다. 왠지 그 텀블러를 가지면 나도 블루보틀처럼 갬성적인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근데 이 쪼끄만한 게 가격은 사악하다. Tall 사이즈 용량밖에 안 되는 것이 35000원이다. 순간 생각했다. 이 로고만 없었다면.... 실제로 이 텀블러를 구매한 후 우연히 폴 바셋을 갔는데 같은 제조사에서 나온, 로고만 폴 바셋인 완전히 똑같은 텀블러가 20000원대 인 것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사기당한 기분이 살짝 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선택인 것을


지금도 데스크 위에 있는 이 텀블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속으로는 '저 로고가 뭐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 나도 블루보틀 로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블루보틀 로고 같은 사람


저 작은 로고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그리고 그 브랜드들이 주는 신뢰도가 있다. 나이키 운동화 앞에서 우리는 그것의 퀄리티를 고민하지 않는다. 샤넬 가방 앞에서 이것이 인조가죽인지 아님 진짜 가죽인지를 의심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앞을 서성이면서 여기 커피는 맛이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고 쓰고 마신다.


브랜드는 물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가끔 기사를 보면 <연예인 브랜드 평판 조사>라는 것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가 브랜드 평판에서 1 워를 했나 등등하는 것이 올라온다. 이러한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언젠가부터 "믿고 듣는 ㅇㅇ " 이라던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들이 많이 보인다. 이러한 수식어가 달리는 아티스트들의 특징은 실력과 인기를 모두 잡았다는 것에 있다. 실력으로 인정받아 인기를 얻은 거다. 그리고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팬들과 아티스트 사이에 라뽀가 잘 형성되어 있다.



새삼 이 파란색의 작은 물병 로고가 달라 보인다. 그 어느 커피 프랜차이즈의 로고보다도 작지만 존재감 하나는 끝내준다. 어쩌면 이 작은 로고가 나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싶다. 나의 수식어가 "믿고 보는 작가"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이 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 되든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하는 그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감성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감성 말이다. 어찌 보면 나 스스로가 명품이 되고 싶다는 거창한 말로도 들린다. 근데 맞다. 감히 그런 꿈을 꾼다.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 사버렸던 커피계의 명품인 이 블루보틀 텀블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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