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린 시절에 좋아하는 노래 중에, ‘세노야’라는 노래가 있었다. 뭔가 아련하기도 하고, 꿈꾸는 듯한 아름다운 노래다. 들을 때마다 대체 ‘세노야’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어느 유튜브에서 그 뜻이 ‘영차’를 뜻하는 일본어 ‘せえの(세노)’라고 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을 올린 이는 原詩를 지은 시인(고은)이 ‘세노’의 뜻을 모르고 일본어를 사용한 시라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영상을 올린 학자와 시인 간의 논쟁은 여기서 다룰 일은 아니다. 그런데 ‘せえの’는 우리말 ‘셋 넷’이 그 어원이라는 주장이 있다. (두 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영상의 댓글에도 같은 의견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증거를 대라는 답글을 달았지만, 언어의 변화에는 대부분 문서화 된 증거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끔은 문헌을 통해 언어의 상호영향, 어원을 입증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와 유래를 깊이 연구하는 학자도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나는 언어의 변화에 증거를 대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확실한 증거는 없더라도 ‘せえの’는 우리 말 ‘셋 넷’이 어원이 맞는다고 생각된다. 우리도 함께 힘을 동시에 쓸 때 하나, 둘은 생략하고 ‘셋 넷’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세노야’의 그 원래 어원이 우리말 ‘셋 넷’일지라도 지금은 엄연히 일본어인 것은 확실하다.
이처럼 언어는 언제 발생하였는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대부분 알 수가 없다. 이는 모든 언어에 있어서 공통된 사항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주기도문 도입부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Our Father, who is in heaven, blessed be your name)'이다. 이것을 1400년쯤의 영어로 말하면 'Oure fadir that art in heuenes, halwid be thy name'이며, 1000년 시기의 영어로는, 'Fæder ure thu the eart on heofonum, si thin nama gehalgod.'라고 한다.* 이렇게 대부분 언어는 1000년이 지나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만큼 바뀐다. 게다가 지금의 우리는 16세기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의 당시의 문학작품을 읽어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불과 400년 사이의 언어 변화도 는 이렇게 큰 것이다. 이런 언어의 변화를 언어 연대기라고 하는데, 언어학자들은 그 변화를 추적하는 데 큰 노력을 들이지만 문헌이 남아있을 때는 그나마 비교를 통해 유추하거나 변화과정을 해독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한편 문화의 원형은 발상지보다 그 영향을 받는 쪽에서 그 원형이 더 많이 보존되는 경향도 있다. 즉, 일본어에 우리말의 고대 원형이 더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로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熊津)’은 ‘곰 나루’를 의미하는데, 일본서기에서도 웅진은 ‘久麻那利(구마나리)’로 표기되어 있다.** 이 의미는 백제 시대에는 곰을 ‘구마’로 불렀다는 것이며, 현재 일본어의 ‘쿠마(くま, 곰)’와 같다. 즉 우리말의 원형이 오히려 일본어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에는 우리말과 일본어는 거의 비슷했고,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의 소통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가설도 성립된다. 삼국시대의 이주와 교류, 그리고 백제 멸망 이후 20여만 이상의 한반도인이 일본으로 이주했다는 것은, 언어 소통에 그리 큰 장애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할지도 모른다.
또한 표준어에서만 아니라 우리말 사투리와 일본어의 유사 단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표준말이라는 것은, 단지 지금 사회가 기준으로 그렇게 정한 것일 뿐, 사투리와 방언, 표준말은 언어라는 관점에서는 같은 것이며 오히려 사투리나 방언에서 흔적이 더 진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다. 앞에서 기술한 ‘나생이’와 ‘ナズナ(나즈나)’가 그런 경우이며, ‘장난치다’의 뜻인 경상도 사투리 ‘호작질’이 일본어 ‘ふざける(후자케루)’와 비슷한 것도 그 예로 생각된다. 우리말 사투리와 유사한 일본어 단어도 많을 것이나, 우리 사투리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제대로 된 조사와 정리된 것이 없어 많이 찾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바다.
본 글에서 필자가 주장하는 바도 증거가 있지는 않다. 유추와 추정에 의한 것이며 언어에 흥미가 있는 아마추어의 생각임을 참고하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레 두 언어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김용운 박사의 『일본어는 한국어다』와 같은 책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평생을 학자로 살아온 그분의 주장도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것이 꽤 많았다. 그러나 이하 기술한 것은 여타의 책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며 온전하게 내가 파악한 결과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말, 바퀴, 언어 / 데이비드 W.앤서니』
**『한일 고대 유적답사기 / 홍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