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

by 동틀무렵

이 글은 재미로만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학전공도 아니며 오히려 문과와는 반대쪽인 공학 분야에서 평생을 일한 사람으로, 단지 일본어를 심심풀이로 공부하다가 생각한 것을 가볍게 정리해 본 정도입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본 유학만 다녀와도 ‘토착 왜구’라는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런 글이 조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문화, 언어 등의 분야에서 지금의 일본의 실체 자체는 고대 우리 한반도가 뿌리라는 생각을 더 공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 같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하고자 일본의 어느 회사에서 자문역(諮問役) 한 분을 초빙했다. 예순이 넘었으나 항상 성실하고 매사에 철저한 분이었는데, 함께 회의도 하고 일본 출장을 함께 가기도 했다. 통역이 있어서 불편한 것은 없었으나, 그럴 때면 일본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꼭 일 때문만이 아니라도 외국어 몇 개쯤은 능숙하면 좋지 않겠냐는 평소 생각도 있어서였다. 그러나 영어는 이미 더 고도화하기가 어렵고 일본어는 쉽다는 이야기도 들은 데다가, 대충의 일본어를 익히고 단어가 막히면 영어단어를 끼워 넣으면 어느 정도 대화는 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 외국어 공부는 쉽지 않았다. 외국어는 뇌의 전두엽 특정 부분이 발달 되어야 재능이 있다는데, 나는 모국어 구사 능력을 보아도 외국어 습득 능력이 다소 아둔한 데다가, 회사 다닐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 시간의 노력도 제대로 할애하지 못했다. 또한 딱히 일본어가 회사생활에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특별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다.


은퇴하고도 무료함을 달래고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더해져 하루 한 시간 정도 쉬엄쉬엄 이어갔는데, 이것은 사실 외국어로서 일본어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언어학적인 재미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인류학, 인류 문화사, 언어학, 고대사 등에 늘 흥미가 많았다. 우리 인류와 과거의 조상은 어떠했을까? 왜 지구상에 태어난 무수한 생물 종 중에서 유독 인간만 이렇게 문화라는 것을 창달하여 살게 되었는지, 왜 인간에게만 언어라는 것이 발달하게 되었는지는, 하는 문제는 항상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의제였다.


지금 일부 학자들의 연구로는 불과 10만~5만 년 전에야 동료들에게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크흠 크흠’하는 허밍 정도의 수준의 언어가 출현 되었고, 5만~3만 5천 년 전에 이르러서야 간단한 문장으로 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출현했다고 하니, 600만 년의 인류 역사에 비하여 참으로 최근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 몇만 년의 지극히 짧은 시간에 언어가 이렇게 고도화되고 수천 개로 분화된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고 흥미롭기에 언어학에는 늘 관심이 많았다.


이렇게 조금씩 일본어를 공부하는 중에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우리말과 너무나 흡사한 단어가 많다는 것이었다. 흔히 일본어는 우리말과 어순(語順)이 같아서 쉽다고들 하는데,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하나, 내가 찾아낸 것은 어순뿐 아니라 어미(語尾), 단어, 동사 등에서 너무나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고대에는 분명 우리말과 같은 언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많은 단어의 뉘앙스가 우리 말과 너무나 비슷하여 영어단어는 수십 번을 외어야 간신히 내 것이 되어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데, 일본어 단어는 몇 번의 중얼거림으로도 머리에 온전히 기억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이 이유는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의 느낌과 분위기나 뉘앙스 같은 것이라고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가늘다는 뜻의 ‘ほそい(호소이)’는 우리말과 전혀 다른 글자로 구성된 단어이나, ‘’라는 글자에서 ‘홀쭉하다’는 느낌, ‘’라는 글자에서 ‘소잡다’(좁다의 경상도 사투리)의 느낌이 더하여 비슷한 뉘앙스를 느끼게 되어 쉽게 외워졌다. 상당수의 이렇게 뉘앙스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일본어 단어는 외우기가 매우 쉬웠다. ‘따뜻하다’는 ‘あたたかい(아타타카이)’로 느낌이 비슷하고, ‘쌀쌀하다, 춥다’는 ‘さむい(사무이)’로 이 또한 느낌이 비슷하다. 고대에 같은 언어였고 또한 한반도인이 열도로 가져간 언어가 변한 말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이겠거니 하며 넘어갔지만, 우리말과 비슷한 단어를 자주 접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것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것이 수십 개가 되고, 어느덧 수백 개가 넘어가자 일본어 학습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말과 비슷한 단어를 찾는 것에 더 흥미를 느꼈고 그것을 찾을 때마다 마치 진흙 속에서 구슬을 찾은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한 여러 단어를 수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내가 너무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아주 많이 틀리지는 않았음을 오히려 일본인 학자가 쓴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예로 ‘냉이’는 ‘ナズナ(나즈나)’인데, 경상도에서는 ‘냉이’를 ‘나생이’라고 한다. 두 단어가 ''로 시작한다는 것에서 유추하여 같은 뿌리의 단어가 아닐까 하면서도 설마 했다. 그런데 일본인 언어학자가 쓴 책*에서, ‘ナズナ(나즈나)’가 우리말 ‘나생이’에서 유래되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것을 읽고 내 생각이 전혀 엉터리가 아니라는 자신이 생겼다. 이에 이를 문서로 한번 남겨 보고 싶은 욕심에 그동안 학습 과정에서 수집한 것의 대강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먼저 우리말과 일본어의 유사성을 크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가. 문장을 끝내는 어미의 변화가 다양한 것도 유사하나, 그 끝맺음(어미)이 우리말과 너무나 같다.

예를 들면,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です(데쓰)’는 ‘입니다’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것은 우리말의 ‘됩니다’ 와 같은 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연필입니다’를 ‘이것은 연필 됩니다’로 말해도 크게 의미가 다르지 않듯이 일본어 ‘です(데쓰)'는 우리말 ‘입니다/됩니다’와 같은 말일 것이다. 또한 일본어 ‘ます-마쓰’는 ‘(입)니다’의 뜻이다. 이것은 제주 방언의 ‘마씸’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된다.


나. 조사(助詞)에서도 같은 언어 뿌리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많다.

가장 쉬운 예로, 주격조사 ‘~이(~가)’는 일본어서도 똑같이 ‘~が(가)’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격조사가 같은 것은 같은 언어였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다만 ‘’와 ‘’가 같다는 것에는 논쟁이 있다. 이 부분은 본문에서 그 내용을 설명할 것이다. 그 외에도 ‘~든가’와 ‘とか(토카) 등 연결조사에서도 우리말과 유사한 것이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 무수한 단어가 같거나 같은 단어에서 분화된 단어가 많다.

우리말 ‘나부끼다’라는 일본어에서는 ‘なびく(나비꾸)’다.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아주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단어도 있고, 초성(初聲) 시작이 같은 단어가 매우 많다. 두 나라가 모두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니 당연히 음독으로 읽으면 비슷하게 발음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찾은 것은 한자어는 완전히 배제하고 두 나라의 순수한 고유어에 국한하여 대상으로 한 것이다.


라. 동사의 의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 용법이 같다.

예를 들면 우리말 ‘보다’라는 동사는 눈으로 사물을 본다, 는 뜻. 무엇을 시도 또는 행동하다, 는 뜻(예:해보다, 먹어보다)이 있는데, 일본어의 ‘보다’에 해당되는 ‘みる(미루)’도 우리말과 같이 두 가지 용례로 사용된다. 영어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은 See’이며 무엇을 시도하는 것을 표현할 때는 ‘Try’를 사용하며 ‘See’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보다’뿐만 아니라 ‘듣다’, ‘멀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위와 같이 문법, 어미, 많은 비슷한 단어 그리고 동사가 갖는 의미를 같은 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의 같은 언어라고 무방할 정도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위에 언급한 문형, 조사, 단어, 용법에 관해 우리말과 일본어의 유사성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 『일본어의 이해 / 긴다이치 하루히코,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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