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에서는 어미의 유사성을 살펴보았다. 정리하고 보니 거의 모든 어미가 같은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유사성을 더욱더 뒷받침하는 것이 있다. 말 중간에 문단을 연결하는 어미가 그것이다. 이런 데까지 일본어에 우리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을 줄이야. 예를 들면, ‘~당연히 해야 한다’의 뜻인 ‘べきだ(베끼다)’같은 것은 우리 말과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해야 한다’를 ‘~할 밖이다/밖에 없다’라는 뜻으로 풀어보면 거의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장에서는 이렇게 연결어미에서도 연관성이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1) ~해도(캐도)- けど(케도)
일본어 ‘けど-케도’는 ‘~(했, 이)지만’의 뜻이다. 우리말 ‘~했지만’은 ‘~해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덥다고 하지만 가을이다’를 ‘덥다고 해도 가을이다’라고 대체해서 해석하여도 전혀 무리가 없다. 즉 ‘~지만’의 일본어 ‘けど-케도’는 우리말 ‘~해도’와 같은 뿌리의 말이 아닐까 한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해도'를 '~캐도'로 발음한다. 예로 ‘덥다캐도 가을이다’, 와 같이 사용한다.
예) 어린아이지만(어린아이라해도/캐도) 힘이세다 - 子供だけど力が強い(코도모다케도 료쿠가 츠요이)
2) ~노니(는데)-のに(노니)
우리말 ‘~노니’는 앞말이 뒷말의 원인이나 근거 또는 전제 따위를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니, ‘~인데도‘와 같은 의미이며, 이는 일본어 ‘のに(노니)’도 같은 뜻이 아닐까 한다.
예) 그는 학생인데(이노니)공부하지 않는다-彼は学生なのに勉強しない(카레와가쿠세에나노니벤쿄오시나이)
3) ~걸(하지 싶다) : はず(하즈)
‘~걸/~껄’은 일본어 ‘はず(하즈)’다. ‘~껄’은 ‘하지 싶다, 할 것 같다’라는 뜻이 내포되었으니, はず도 우리 말과 같은 어원이 아닐까 한다.
예) 그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그라면 하지 싶다) - そのひとならできるはずだ(~데끼루하즈다)
이것을 보면 이해할 것이다(=하지 싶다) - これをみればわかるはずだ(~와카루하즈다)
4) ~다는/단 : たん(탄)
일본어에서 ‘です-데쓰’로 평이하게 문장을 종결할 때보다 ‘たん-탄’을 사용할 때는 뭔가 설명을 요구하는 강한 의미가 추가된다. 우리말도 ‘했다’ 보다 ‘했단 말이야’라고 하면 강하게 주장하거나, 설명을 더 요구할 때 사용할 때 ‘다는/단’을 사용한다. ‘했단 말인가?, 비쌌단 말인가?’ 등의 의문형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다는/단’은 일본어의 연결형 어미 ‘~たん-탄’과 완벽히 같다.
예) 했단 말이야 - したんだよ(시탄다요), 비쌌단거야 - たかかったんだよ(타카캇단다요)
5) ~라고하다 : ~らしい(라시이)
‘~らしい-라시이’는 누군가가 ‘~라고 하더라’ 의 뜻이다. 우연의 일치 같기도 하지만 ‘라더라’와 ‘らし
い’는 연관이 있어 보인다.
예) 100명이 넘는다라더라 – 100人を超えるらしい(~코에루라시이)
새로 지을 계획이라더라 - 新築する計画らしい(~케가꾸라시이)
6) ~밖에(이다) : べきだ(베끼다)
‘べきだ-베끼다’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당연히 그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분으로 판단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우리말 ‘~할 밖에‘ 와 같은 것 않을까 한다.
예) 사과할 수 밖에 없다(밖이다) - あやまるべきだ(아야마루베끼다)
대책을 강구할 밖이다 - たいさくをこうじるべきだ(~코지루베끼다)
7) ~데 : で(데)
말을 시작하다가 중지할 때 쓰는 ’で-데’는 우리만 ‘~데’와 용법이 같다. ~(이)고, ~(으)로서의 뜻이 포
함되어 있다.
예) 오늘은 10일인데(이고) 금요일이다 - きょうはとおかできんようびだ(쿄와토오가데킨요비다)
8) ~던 : 타(た)
‘~던’은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과거의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어미다. ‘~타(た)’, 역시 어떤 일의 발생·존재가 과거에 속한다든가 또는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이다. 둘 사이의 의미는 같고 발음은 거의 같다. 특히 문장 안에서 사용될 때는 거의 같은 말로 들린다. 이를 보아 우리말의 ‘던’과 일본어 ‘타(た)’는 동사의 활용에서 같은 형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 그것은 거기에 있던 것이다. - かれはそこにいたひとだ(카레와소코니이타히토다)
믿고 있던 사람 - しんじていた人ひと(신지테이타히토)
어떤 것은 견강부회가 아닌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언어의 변화와 연대기는 문헌적 증거가 아니라 대부분 유추에 의한 것임을 생각하면, 한번은 생각할 수 있는 정황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