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매미를 한 마리 주웠다.
그 푸르디푸른 여름 한낮을 장식하던 매미. 매미를 포충망 없이 가로등 아래서 주웠다. -
‘매미의 가을’이란 제하의 어느 친구의 글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납니다.
-오랫동안 매미의 몸을 닦아주며 나도 이 세상에서 무언가 한 번쯤은 소리쳐야 한다고 다짐했다. 마당으로 나섰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헝겊으로 싸맨 매미가 젖지 않도록 가슴에 꼭 파묻으며 손으로 마당 한구석의 흙을 파기 시작했다. 한 여름철 매미의 노래와 뜨거움도 모두 꼭꼭 묻고 나서 나는 젖은 채 소리치고 싶었다.-
매미는 덧없는 목숨의 대명사가 될 만큼 수명이 짧습니다. 식물의 조직 속에 산란된 매미의 알은 2~6주간 부화되어 땅 속에서 삽니다. 짧게는 2~7년 동안 길게는 17년 동안을 실로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형극의 세월을 어둠과 침묵 속에서 지냅니다. 그 세월을 참고 견디어 냄으로써 굼벵이의 허물을 벗고 땅속을 뚫고 나와 매미가 되는 것입니다. 아스팔트라도 개의치 않고 뚫고 나온다니 매미의 생존에 관련한 법칙은 연구대상 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매미는 기껏 일주일여 만에 일생을 끝냅니다. 불과 7일 정도 노래를 부르기 위해 십여 년이나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어떤 희망이 있을 때라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한때 당쟁의 소용돌이로 삼군수군통제사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죄인의 몸이 되었다가 겨우 풀려나 전지에 내려와 보니 자신이 아끼던 부하와 장군들은 파괴, 침몰되었고 남은 것은 오직 12척의 쪽배뿐이었을 때도. 이순신 장군은 ‘12척 밖에 남지 않았구나’가 아니라 ‘아직 12척이나 남았구나’라고 했습니다.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 그 놀라운 정신. 우리의 현실에서 얼마든지 계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지금 사는 시대가 전 시대보다 더 좋은 환경과 풍요로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생활방식 조차도 전통적인 생활습관 속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서구적 생활 방식을 찾아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필요한 것은 모두 충족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충족은 진정한 충족을 주기보다는 정신적인 빈곤과 영혼의 굶주림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가장 편리하게 사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불행하기를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金(금) 보다 아름다운 구리'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안목도 잃었고 ’ 힘든 과정이 쉽게 얻은 결과‘보다 귀하다는 인내심도 약해졌고 ’ 비어있음으로 해서 충만‘한 여유와 ’한가로움‘ 대신에 소음과 현란함 등의 모든 종류의 공해를 초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질그릇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영혼은 흙에 더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육신 역시 금보다도 더 구리에 닮아있습니다. 우리는 빚어지는 것입니다. 두들겨서 다듬어지는 것(연마)입니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정신과 영혼이 필요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뜻을 찾아야 합니다.
뜻을 이루는 것은 욕심보다는 발전된 의지입니다. 뜻이 있을 때 흙은 영혼이 되고 의지가 있을 때 구리는 금보다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깨어질 수 없는 단단한 질그릇 같은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시간을 만들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