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도착 후 한 달 여가 지났을까 회사에서 단체로 피라미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바로 이집트에서의 첫 여행이었다. 혼자 스스로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렘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강했다.
사카라 피라미드 (Saqqara pyramid)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달려 모래사막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복잡한 카이로 시내를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나가는 길은 일이 아닌 여행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한적한 시골마을과는 반대로 사카라 피라미드 입구에는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유물을 보호해야 하는 마음은 알지만 첫인상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상상했던 웅장하고 멋진 피라미드는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성벽 밖에 없었다. '성벽 안으로 들어가면 멋진 피라미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라는 부푼 기대를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성벽 안은 굵은 기둥들이 쫙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로 길이 나 있었다. 이 기둥 길을 지나 드디어 눈앞에 펼쳐진 피라미드를 본 첫 느낌은 ‘오! 이런 피라미드도 다 있네.’였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피라미드 하면 정사면체의 반듯한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사카라 피라미드는 계단식으로 (솔직히 우리가 알고 있는 피라미드 보다 멋있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 밖의 피라미드였다. 가이드 설명은 초기 피라미드로 우리가 알고 있는 피라미드는 더 후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 찍은 후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공사 중이라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문화재 복원 작업은 중요하니까. 그래야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역시나 관광지답게 기념품을 파는 사람, 낙타를 타라고 하는 사람 등 많은 장사꾼들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원 중 몇 분은 낙타를 타고 바가지를 엄청 많이 썼다고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카라 피라미드를 본 후 뒤쪽으로 가면 다른 피라미드 지하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무덤 이름을 잊어버림). 내부 통로는 사람이 서서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지어졌다. 그리고 내부에는 특별한 것이 없이 관 하나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피라미드 주변에는 아직도 유물, 유적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었다.
기자 피라미드 (Giza Pyramid)
특이했던 첫 번째 피라미드 구경을 마치고 두 번째로 간 곳은 바로 우리 눈에 너무나도 익숙한 피라미드였다. 바로 기자피라미드. 기자 피라미드는 카이로 시내에 위치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지하철도 연결되어 있고, 특히 카이로는 우버가 잘되어 있어 우버 어플을 이용해 편안하게 갈 수도 있었다.
도착하기도 전에 멀리서도 보이는 기자 피라미드. 정말 크기가 TV나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크기였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우와’ 탄성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 멋있고 웅장했다. 왜 아직도 피라미드 건축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구경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진짜 어떻게 지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다했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웬만한 거리에서는 피라미드를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너무 커서.
내부로 들어가려면 추가로 요금을 더 내야 하는데 가본 사람들이 들어가면 후회한다고 해서 망설였지만 안가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가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추가 요금을 내고 들어갔다. 내부는 (역시나) 정말 돌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부에 계단을 설치해 놓아서 구경하는 데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약간 동굴 탐험하는 느낌? 왜냐하면 내부 공기도 약간 눅눅하고 후덥지근한게 동굴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일부 구간은 통로가 좁아 서서 걸어 다닐 수가 없어서 거의 오리걸음 상태로 다녀야 했다.
내부 제일 끝에는 무덤이 하나가 있는데 이게 피라미드 내부 구경의 전부였다. 아마 이런 것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면 후회한다고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평생 아무것도 경험할 수가 없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느껴봐야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다 '아니다'라고 해도 나에게는 '예'가 될 수 있으니. 나는 내부 구경을 하면서 다시 한번 건축술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돌을 무너지지 않게 내부 구조도 정밀하게 제작한 것을 보면서 전혀 추가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피라미드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포토존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면 크게 3개의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데 제일 큰 것이 쿠푸왕 피라미드, 두 번째로 큰 것이 카프레 피라미드,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멘카우레 피라미드라고 한다. 정말 사막 한가운데 멋지게 들어서있는 피라미드를 보면서 그때 당시 파라오들이 얼마나 힘이 셌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저 수많은 돌들을 옮겨 저렇게 높게 쌓을 수가 있다니. 한편으론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늘 한 점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무거운 돌과 사투를 벌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위대한 건축물 뒤에 숨어 있는 슬픈 이야기는 이 피라미드만이 아니겠지만 다른 곳보다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스핑크스
기자 피라미드에서 또 한 가지 유명한 것은 바로 스핑크스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한 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피라미드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생각이 났었다. 두 번째로 큰 카프레 피라미드 가까이에 위치한 스핑크스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스핑크스도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특히 스핑크스 얼굴에 있는 코 부분이 많이 손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를 지키기 위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은 정말 근엄해 보였다.
그리고 기자 피라미드는 야간에도 문을 연다. 멋진 조명들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비추는데 정말 멋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 야간 피라미드 행사 때 테러가 발생해 지금까지 가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만간 가 봐야겠다. 특히 야간에는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꼭 가 볼만한 곳인 것 같다.
피라미드 구경을 모두 마치고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피라미드에서 박물관으로 넘어가는 길은 나일강을 건너가야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일강. 한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수많은 아파트가 안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 주변 풍경을 담아본다.
카이로에는 생각보다 고층 건물이 많았다. 특히 주거용.아파트라고 해야 하나. 현재 이집트도 수도인 카이로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다고 한다. 그래서 주거 건물이 아직도 계속 지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건물들이 멋있지가 않다.그리고 대부분의 집들이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는데 겉에 페인트 칠도 하지 않은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이야기 듣기론 다 짓고 나라에 신고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해서 100% 다 짓지 않고 사람들에게 분양을 한다고 했다.
이집트 박물관
오늘 투어의 마지막. 바로이집트 박물관. 아침 일찍부터 사카라 피라미드, 기자 피라미드를 돌아다녀 조금 힘이 빠진 상태이지만 박물관은 또 하나의 이집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에 힘을 내어 가 보았다. 이집트 박물관은 건물 색부터 약간의 핑크색 (나만 그렇게 보이나?)으로 주변의 다른 건물과는 확연히 다르게 눈에 띄었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유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많은 유물들이 있는데 전시할 공간이 부족해 그냥 방치하고 있는 유물들도 엄청 많다고 했다. 이 당시 이집트 정부에서 박물관을 새로 짓고 있었는데 지금은 개관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간다고 한다.
박물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약간 정리정돈이 덜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유물을 손으로 직접 다 만질 수 있었는데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 좋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만졌을 때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미라를 전시해 놓은 곳이 있는데 실제로 직접 보니 느낌이 좀 이상했다. ‘죽은 사람의 시체를 꼭 저렇게까지 보존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솔직히 나는 박물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 박물관만 가봤던 나에게 이집트 박물관은 정말 신기한 곳 그 자체였다.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이집트 유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보고 느끼고,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집트 첫 여행은 이집트에서 제일 유명한, 아니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여행은 나를 이집트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웅장하고 멋진 건축물, 조각상 등을 만든 이집트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집트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앞으로 나의 이집트 여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하셔도 좋다. 나도 앞으로의 이집트 여행이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얼마나 많은 멋진 곳이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집트 사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