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엄마랑 열심히 색칠놀이하고, 남은 물감으로 서로의 손과 팔에 그림도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점점 출출해졌지. 그리고 때마침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여 아빠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어. 따스한 햇살 아래서 간식 먹고 싶어서.
시아가 아빠한테 속삭였지.
"그럼 나가면 맛있는 거 사 먹자. 그 대신 내 돈으로 살래."
기특한 울시아.
아빠는 시아가 모은 돈으로 사준다는데 너무 좋았어. 시아가 먹고 싶은 걸 사겠지만.^^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고르고 시아가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하는 모습이 어찌나 의젓한지. 사장님도 시아가 기특했던지 연신 웃고 계셨어. 시아도 직접 해보니까 기분 좋았지? 며칠전 용돈 관련된 책도 사서 같이 읽었는데. 시아가 돈에 관해서 조금더 알아갔으면 좋겠어. 그래서 아빠가 또 책을 한 권 샀어. 책 오면 같이 읽자.
쌀쌀할 줄 알았던 날씨가 따뜻해서 산책하기 너무 좋았어. 시아랑 둘이 간식 먹으며 수다 떨면서 가는 그 길이 너무 행복했어. 아빠는 시아랑 함께하는 모든것이 다 좋아.
가는 길에 시아가 갑자기 멈췄지. 민달팽이 있다고. 근데 생각보다 너무 컸어. 그렇지? 우리는 달팽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밟힐까 봐 옆 화단으로 옮겨줬지. 이제는 안전할 거야. 다시 산책길로 나오면 안 되는데.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
조금 더 걷고 싶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중랑천을 건너고 창포원에 도착했지. 예쁜 튤립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어. 튤립과 함께 찍은 시아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더 찍고 싶었지만 시아가 바로 일어나 버렸어.
연못 산책길을 걷고, 오리 걷는 모습도 보고, 주변에 피어있는 민들레 씨를 날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할미꽃도 찾고. 여기저기 보고 느낄 수 있는 게 많았어. 아빠는 출퇴근할 때마다 지나가는 곳이지만 시아랑 오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 그때는 혼자지만 지금은 시아랑 둘이니까. 시아랑 손 잡고 걸을 때가 가장 행복할 때야. 따뜻한 우리 시아 손.
쉴 겸해서 옆 다락원으로 갔는데 시아는 운동기구에 시선이 꽂혔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않듯이. 항상 운동기구만 보면 달려가는 시아였으니까. 시아가 뛰어서 줄 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오셔서 잡아주셨지. 안 잡아주셔도 되는데. 할아버지는 시아를 도와주려고 한 거였는데 시아한테는 할아버지가 놀이를 방해한 게 되어버렸네. 시아가 아빠를 쳐다보며 뾰루뚱한 표정을 지을 때 얼마나 웃겼는데^^
거의 한 시간을 걸었는데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걸어줘서 너무 고마워. 예전같았으면 조금만 걸어도 "아빠, 안아줘." 노래를 불렀을 텐데. 언제 이렇게 많이 컸어? 조금 천천히 자라주면 안 될까? 아빠는 지금 시아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항상 이 모습이면 안될까? 아빠의 욕심인걸 알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아쉬워. 시아랑 하루종일 재밌게 놀고 싶은데.
점점 커가는 시아를 볼 때마다 아빠는 항상 시아에게 감사해. 아프지 않고 너무 밝게 잘 자라줘서. 아빠 보면 항상 "놀아줘, 놀아줘."이 말이 어떨 때는 지겹기도 하지만 시아가 아빠랑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아니까 아빠는 너무 좋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겠지만 아빠는 항상 시아 옆에 있을 거야. 언제라도 시아가 올 수 있게. 그래서 아빠는 더 시아랑 재밌게 놀 거야. 시아가 아빠랑 안 놀아 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