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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Jan 16. 2024

잘 산다는 것은

산다는 건 다 그런거래요

9층의 창밖 풍경은 산기슭과 저물어가는 하늘의 중간쯤에 붉은 빛 노을이 그라데이션을 이룬다. 운 좋으면 보게 되는 날이 있다. 보통은 발코니 창의 블라인드를 내리려다가 붉은 빛 하늘이 드리우지 않아 조금 만 더 있다가 내릴 요량으로


 '오늘은 꼭 보게 되기를...'


스치듯 생각하며 지난 순간들이 꽤 여러번이다. 녁이 되고 나서야 정리를 하며 발코니의 블라인드를 내다.


'벌써 저녁이네. 오늘도 못봤네 아쉽다'


작은 식으로 마무리를 짓는 보통의 저녁이다. 아마도 블라인드를 내리기 전부터 하늘이 붉어질 때까지 창가에 붙어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지 않는 한 계속 찰나의 기억은 또 길을 잃을 것이다.


오늘 만큼은 보통의 저녁풍경을 담고 있지 않는다. 붉은 하늘이라니.. 너무 예쁘잖아..


나름 계획형 인간은 틀어져버린 계획에 미쳐 생각하지 못한 플랜B를 쥐어 짜느라 굉장히 조바심나고 예민해진 상태이지만 이런 내 모습이 좋지 못하다는 걸 인식할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에 열을 올리며 다시 평온을 되찾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내려놓음이다.


감정적인 성향이 강한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도록 회로를 자극한다. 객관적인 사고가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만 제대로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엔 생각을 내려놓는 일이 수월해진다. 


다행히 맨탈이 가출하기 전 붙잡은 셈이다. 이성적인 인간으로 살고 싶지만 너무나 감정형 인간이기에 노력이 필요할 때가 많다. 낯선 성향으로의 초대는 내가 실수할 확률을 줄여 주기도 하니 초대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렵다.


잘 살고 싶다. 그런데 잘 사는건 어떻게 사는 삶일까?높은 연봉의 직장인들,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 비싼 옷과 가방을 정가에 살 수 있는 여유로움, 새 아파트를 대출금없이 살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은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여겨진다.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또 다시 구광고에 눈을 돌리며 새로운 일을 찾는 인간에게는 그저 장기계약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여건과 적절한 보상까지 해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인생인 것이다.


최저가를 검색하느라 뭐 하나 결제버튼을 누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쿠폰을 쓰지 않으면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때문에 필수 요소가 되어 버렸다.


금리인상으로 목을 조여오던 대출금 걱정이 어느정도 사라졌지만 물가인상률 마저 배신해 버린다.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들의 금액이 심상치 않아 남편이 회사에서 받아온 온누리상품권으로 시장쇼핑을 하기로 한다.


아이가 한명인 지인은 늘 여유로워 보인다. 아이가 둘인 인간은 키즈카페를 가면서도 어른까지 입장할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왕 입장했으니 값은 해야겠다. 기종목을 좋아했던 기억을 더듬어 키카안에 있는 공넣기 게임기계에 딱 붙어 신나게 공을 넣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언제까지 할거냐며 투덜거린다.


'나도 입장권 냈다구. 더 놀아야해. 신기록 세워야지!'


스타벅스 못가 여기에 왔으니 팔에 근육이 생길때까지 공을 던져보기로 한다.


생각이 많은 인간은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위시리스트도 작성해 보고 좀 더 구체적인 삶의 계획을 세워보며 흐믓해 하기도 한다.


영화 세렌디피티의 주인공들이 우연처럼 다시 만나고, 좀처럼 보기 힘든 붉은 하늘을 보게 된 것 처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재밌고 우연적인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을 꿈꾼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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