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동 May 11. 2023

04. 학교에 한국 사람이 왔다고?

호주 초등학교의 유일한 한국인 Jaden

1월 27일, 대망의 첫 등교일 아침.

교복을 입히고 도시락을 싸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일찍 집을 나섰다. 집에서 Jaden 학교까지는 차로 약 5분 거리였다. 그런데도 길을 잃지는 않을까, 운전석이 오른쪽이라 역주행을 하지는 않을까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입학하고 보니 Jaden은 Southmoor primary school (호주에서 입학한 초등학교 이름)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내가 호주의 거주지를 선택할 때 1순위로 고려한 점이 '한국인이 드문 곳'이었다. 그래서 시드니는 후보에 없었고, 멜버른에서도 한국인이 별로 없다는 동네를 찾아갔다. 이왕 가는 거 현지에 제대로 녹아보자는 결심이었다. 그 결정이 나에게 어마어마한 후폭풍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준 감사한 선택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나의 등교 루트는 이랬다. ① 집 → ② Jaden 학교 → ③ 내가 다니던 학교. 각 5분씩 걸리는 거리지만 아침 시간이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엄마아빠의 차량 행렬과 주차 공간을 찾는 시간까지 합쳐 15분씩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Jaden을 웃으며 학교에 들여보내고, 정작 나는 학교에 부랴부랴 갔지만 수업에 지각하는 일이 잦았다.


Jaden의 학교에 들어서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부모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니 바닥에 1HT라는 표식이 보였고 그 반 아이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Jaden을 데리고 갔다.


1HT.

Jaden의 학급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학년 3반이라고 부르지만, 호주의 초등학교에서는 학년 뒤에 담임 선생님의 이름을 붙인다. 1HT는 1학년 HT(한나타밧) 선생님 학급이라는 뜻이다.


"Hi, Are you new here? (Jaden을 바라보며) Hey~ What's your name?"

눈에 띄는 동양인 모자가 눈알만 굴리고 있어서 신기했는지 한 외국인 엄마가 와서 말을 걸어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부턴 정말 실전이닷!

"Hi, I am Nicole, he is Jaden. Today is his first day."

교실에 들어가기 전 줄 서있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학부모들. 동양인은 찾기 어렵다.


그다음은 사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왔고 어떻게 이 동네에 오게 되었고 등등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이 학교는 제2외국어가 한국어라서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한국어를 배우는데 - 내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 놀라운 사실은 서두에서도 말했듯 1~6학년 통틀어 Jaden이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한국인을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는 동네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학교의 유일한 한국인일줄이야......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학교는 현지의 작은 학교라서 Jaden처럼 1년 유학 오는 외국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Jaden이 할 줄 아는 영어는 "내 이름은 제이든이야." "난 8살이야." "난 한국사람이야." 이 정도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Jaden은 유치원 운동회날 모든 아이들이 운동장 바닥에 앉아있을 때 혼자만 돗자리를 가져다 달라고 하고 절대 음식은 손으로 먹지 않는 소위 깔끔 떠는(?) 아이였다. 그랬던 Jaden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바뀌는지 이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고 실제 학부모로 살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았다. 차차 이야기를 풀어내겠지만 처음 가서 아하! 했던 세 가지만 적어본다


1. 우리나라는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이지만, 호주는 6살에 pre-school을 입학하고 7살에 1학년이 된다. 그 말인즉슨, Jaden을 뺀 나머지 친구들은 벌써 작년 한 해동안 함께 학교를 다녔다는 뜻이다. 어쩐지 아이들끼리 이미 친해 보이는 것이 내 느낌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Jaden은 입학생이 아니라 소위 전학생이었다. 그것도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전학생.

→ 아이와 해외 1년살이를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나는 6살에 호주를 데려가라고 얘기해주곤 한다. 미국은 9월 학기라서 애매하지만 호주는 1-12월까지 학기가 운영되기 때문에 시기도 잘 맞는다. 그리고 6세에 갈 경우 호주에서도 신입생, 한국에 돌아가서도 신입생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어 친구를 사귀는 데도 이점이 많다.


2. 호주 학교에서는 여름에 학생이 큰 챙이 달린 모자를 가져오지 않았을 경우 운동장에 나갈 수 없다. 자외선이 워낙 강해서 호주에는 피부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깜박 잊고  모자를 가져오지 않은 친구는 하루 종일 실내에서 놀아야 한다.

→ 나도 모자를 쓰고 다닐걸 하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다. 모자 없이 햇빛을 만끽한 만큼 기미를 얻었다.


3.  호주에서는 아이가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조건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 혼자 두어서도 안 된다.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 이렇게 알고 호주에서는 절대로 Jaden을 집에다 혼자 두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법적으로 12세 이하를 집에 혼자 두면 처벌을 받는 규정은 Queensland 지역뿐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분위기가 어린아이를 집에 혼자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의아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https://raisingchildren.net.au/school-age/safety/home-pets/home-alone-laws 

 (호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양육 웹사이트에 아이를 혼자두지 말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전 03화 03.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