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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핑 May 09. 2024

제주국제학교의 행사들

행사가 가득한 봄

  섬살이가 고달프고 외롭지만 오늘처럼 손등 위로 내리쬐는 햇살을 만져보면, 그 따뜻함이 마음까지 전해진다. 이윽고 봄이 온 것이다. 슬픈 4월의 향기가 그윽해질 때 즈음, 바다로 흘러간 눈물에 햇살이 닿아 반짝이면 마침내 제주의 봄은 굽이굽이 오름을 지나 섬 전체에 피워낸다.


 봄소식을 오감으로 느껴질 때가 되면, 학교에서 spring break 전후로 예정된 각종 이벤트들에 대해 이메일로 알린다.


4월 1일: Terry Fox Run

4월 17일: Spotlight on Swim

4월 22일~26일: Spirit Week

5월 6일: Sports Day


  주국제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 중 특히 Spirit Week는 '지구환경보호'라는 주제로  일주일 내내 준비해야 할 의상이나 간식이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올 해로 벌써 세 번째 맞이하는 행사인데도 긴장이 된다.

 

Terry Fox Run

  캐나다의 운동선수이자 암 연구 활동가인 Terry Fox가 암 연구를 위한 기금마련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그의 의미 있는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Terry Fox Run'이라는 이름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행사이다.

  자녀의 티셔츠 뒤에 적고 싶은 문구가 있으면 담임 선생님께 시소(Seesaw) 어플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암환자가 있는 경우, 그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적거나 행사와 관련하여 좋은 문구를 작성하면 된다. 또한 기부금은 자유 선택인데,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온라인 혹은 현장에서 직접 기부하면 된다.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고, 의무는 아니지만 자녀의 해당 클랜 색과 같은 의상을 입고 오면 된다.

  작년에는 남편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내가 참여했다.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복장도 갖추어 갔건만, 올해 킨더 학생들은 참여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상급 학년 학생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마라톤 코스가 대략 1.6km이다 보니 작년에 아이들이 매우 힘들어했다. 그래서 올해 킨더 학생들은 마라톤에서 제외되었나 보다.


Spotlight on Swim

  한 해동안 아이들이 수영수업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직접 참관할 수 있는 날이다. 학부모는 해당 자녀의 수영 수업 시간에 관람석에 앉아 자녀를 지켜볼 수 있고, 수업이 끝난 후 수영장 밖에서 자녀를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진촬영을 할 수 없어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보조기구에 매달려 발장구를 치던 꼬맹이가 멋지게 자유형을 해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주책맞은 눈시울이 수영장의 습기 가득한 공기에 가려져 어찌나 다행이던지.

 

Spirit Week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고. 이때가 바로 그때이다.

  Spirit Week는 학생회 Eco Council과 Student Council이 직접 주관하여 지구 환경 보호를 주제로 일주일 동안의 활동을 구성한 행사이다. 

  이벤트로 꽉 찬 일주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잘 챙겨야 한다.


월요일 - Earth Day

  지구의 날(Earth Day)로 초록색 의상을 입고 등교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활동을 한다.


화요일 - Rainbow Day

  지구의 다양성을 기념하기 위해 무지개 색깔과 관련된 의상을 입고 등교한다(Rainbow day to celebrate the diversity of our planet). 그리고 무지개색의 건강한 스낵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이 날 일곱 가지 무지개의 색이 모두 들어간 의상과 딸기, 바나나, 오렌지, 블루베리의 조합으로 스낵을 준비했다.


수요일 - Book Character Day

  이 날은 좋아하는 책을 들고 책 속의 등장인물처럼 의상을 입고 등교한다. 주니어 학생들은 등교 직후 오전시간에 Book Character Parade를 한다. 학부모는 자녀들의 행진을 바라볼 수 있다.

  나의 딸은 최근 푹 빠진 "제인 구달(Jane Goodall)"처럼 의상을 갖추어 입고 등교했다. 작년에는 퍼피구조대였는데 일 년 사이에 아이도, 선택한 캐릭터도 크게 성장한 느낌이다.

제인 구달 책과 의상


목요일 - World Day

  World Day가 이 날의 주제이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전통의상이나 스포츠 의상을 입고 등교를 한다.

  아이가 담임 선생님유 너무 좋아하고 잘 따르는지라, 선생님의 나라인 아일랜드(Ireland) 의상을 꼭 입고 싶다고 하여 3주 전에 해외직구를 하였다. 그러나 행사가 다가오는 날이 되도록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급하게 초록색 원피스를 구입하였다. 국기도 직접 그리고, 뒷면에는 아일랜드에 관련한 문구도 적었다. 하교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국기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주었다고. 이 날의 의상과 국기를 준비하면서 선생님 덕분에 나도, 아이도 아일랜드 문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일랜드 국기와 초록색 의상


금요일 - Free Dress Day

  주제가 애매할 때가 가장 어렵다.  전날 저녁부터 '드레스를 입겠다, 교복을 입겠다' 하며 결정을 못 내리다가 당일 아침에도 두 번이나 갈아입고 갔다. 이 날의 지구를 위한 행동은 '쓰레기 줄이기'이다. 모순이 일상에 넘쳐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땀을 닦느라 티슈를 몇 장이나 썼는지.

  학교가 끝난 후 집에 와서 지구를 위해 쓰레기를 많이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걸 보니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흡수하는 아이를 보니 부끄러운 반성을 한다. 엄마도, 아이도 학교를 통해 배우는구나.


  

Sports Day

  Sports Day는 주니어 스쿨의 연간 행사 중에서도 큰 행사다. 아이들의 다채로운 체육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 참여하는 아이들도, 지켜보는 학부모들에게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국제학교라 해서 일반 학교의 체육대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로 하나 되는 세계'라는 올림픽의 오륜기처럼, 이 날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스포츠맨십노력의 중요성, 스포츠 참가에의 의미를 배우며 모두가 한 마음이 된다.

  어린아이들의 체육대회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것 같지만, 아이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줄다리기 연습을 하며 전략도 세우고, 승리보다는 참여의 즐거움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무한도전의 줄다리기'보다 흥미진진하게 게임에 임하고, 비록 자신이 속한 팀이 졌어도 아쉬움을 금세 뒤로 하고 다른 팀 친구들을 응원하였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학부모들 모두가 경기에 참여하는 자녀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아마 같은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발현되는 인간의 순수성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아직 봄바람 부는 계절이건만 어느새 구름 사이로 뙤약볕이 내려온다. 아이들의 구슬땀이 그들의 순수함만큼 반짝반짝 빛난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예나 지금이나 체육대회의 미는 '함께하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유독 행사가 많았던 봄, 일반 학교에서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레는 계절지만 국제학교는 학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아쉬운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붙잡고 싶은 시간들이라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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