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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Aug 21. 2022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15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암 선고를 받고 나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계속 떠올리는 질문들이었다. 늘 그랬듯이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했고, 여기서 내 문제와 잘못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 괴롭고  우울했다. 한동안 꽤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런 나를 걱정하던 엄마가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 신부님 강의를 보시고 링크를 보내주셨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의 강의로 내용은 내사: introjection’*에 관한 것이었다. 내사란 ‘타인의 관점이나 주장 또는 가치관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사란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주인 노릇을 하는 소리로, 나한테 잔소리하는 어떤 것이다.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외부에서 주입된 것인데, 살다 보니 이게 나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내사에 속는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내사를 심어준 것은 부모님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사가 위험한 이유는 부모도 인간이기에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내게 무척 엄격하셨다. 내가 맏이라서 더 그러셨던 것 같다. 장점보다는 단점에 대한 지적을 더 많이 듣고 자랐다.

부모님을 탓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도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하셨다.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께 “길을 걸을 때, 항상 누군가 뒤에서 너를 본다고 생각하고 걸어라.” 이런 말씀을 종종 들었다고 하셨다. 부모님은 그게 옳다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고 당신들이 배운 대로 하신 것이다. 지금은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어렸을 때 나는 소심한 아이로 자랐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은 아이. 이게 내재화되어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 것 같다.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서, 기대에 부응하는 착한 딸이 되고 싶어서 학창 시절에는 모범생이 되었다. 나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잘 모른 채 부모님의,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사는 데 익숙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너무 의식하게 되었다. 남이 하는 말에 의해 내 감정이 좌지우지됐다.

이 오랜 습관이 암에 걸리고 나서도 내가 또 무엇을 잘못해서 암에 걸렸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승진하지 못했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암이 전이 되었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파혼하게 되었을까?’


강의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고질적인 자기 비평이란 자기 자신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부정적인 내부의 소리로, 바로 이것이 내사가 나에게 하는 소리이다. 내사는 나를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든다. 완벽함이란 기준을 설정해 놓고 사소한 실수에도 나를 공격한다. 실패는 잘 기억하면서 장점이나 성취감은 기억해내지 못하게 한다. 삶에 대한 일정한 각본을 가지고 있고, 그런 규정에 어긋난 욕구를 충족하려 하면 나쁘다고 야단친다.


듣고 보니 내사가 문제였다. 내사는 그동안 나에게 느끼는 좋은 감정을 약화하고 죄책감을 심어주었다. 내 안의 이런 소리를 쫓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사를 쫓아내야 할까?



* 홍성남 ‘내사: introjection’ “홍성남 신부님의 톡 쏘는 영성심리” 2019: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2-AgMDwP6L0&t=2986s

** 김춘경 공저 《상담학 사전》 학지사, 2016: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5506&cid=62841&categoryId=6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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