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즐거운 만남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이 만남은 비단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숨 막히게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과의 만남 일 수도, 또 심금을 울리는 예술 작품과의 만남일 수도 있다. 우리 부부는 이번 유럽 여행길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여행자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작고 아름다운 도시와 자연들을 찾아다녔다. 그뿐 아니라 훌륭한 예술품보다 더 빛나는 소중한 한 사람의 인생도 만날 수 있었다. 그 감격이 여행 내내 우리를 가슴 설레게 했고 이 책을 단숨에 쓸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일 년에 두 번 긴 여행을 떠난다. 단조로운 미국 일상에서 여행은 우리의 삶에 리듬과 밸런스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주로 4월에 3주간의 일정으로 유럽이나 미국 내 여행을, 매년 7월 중순에는 알래스카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름에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보통 때보다 훨씬 긴 35 일간의 여정이었다. 여행지를 정할 때 대도시는 되도록 피하고 작은 타운들로, 그리고 남편의 지인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일정도 스케줄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장소가 문제 되지는 않았으나, 유독 낯을 가리는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염려는 도착한 다음 날 피터와 일세를 만난 순간부터 사라졌다. 오히려 이번에 만난 이들의 사람 됨됨이와 생활 철학에 감동받고, 나를 돌아보고 교훈도 얻는 소중한 만남이 되었다. 아름다운 인연이 생긴 것이다.
수년 전에 내가 우울증에 걸려 있을 때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저녁 3 시간씩 문자로 나와 대화를 나누어 주던 영국인 친구가 있었다. 거의 3 개월을 하루도 빼지 않았다. 내가 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렇게 해준 것이다. 그때의 감동과 고마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에서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에 대한 깊은 배려와 관심, 따뜻함이 충만하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책은 여행 첫날부터 일정을 따라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여행지만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은 아니다. 여행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와 스토리가 가득한 여행 에세이다. 독일-프랑스-벨기에- 네덜란드-덴마크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따라 로드 트립을 하며 보고 느끼고 만난 이야기들을 담았다. 와인 애호가인 남편 덕에 우리는 매번 와인 산지를 여행지에 포함시킨다. 올해는 모젤 와인 지역과 샴페인 지방을 다녀왔다. 와인 이야기도 이번 여행에서 이야기할 즐거운 소재이다. 우리가 매혹되었던 그림 같은 풍경과 가슴 벅찬 유럽의 역사와 문화도 담고 싶었다. 나와 미국인인 남편의 독특한 여행 방식과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여행 에피소드,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지인과 친구들의 삶, 유명 관광지가 아닌 유럽의 작은 마을들의 볼거리 그리고 여행 정보들도 이 책에 담겨 있다.
여행 내내 매우 행복하고 힐링이 되었는데 여행 막바지엔 여행을 꽤 해본 우리 둘 다 이번 여행이 단연코 최고의 여행이라고 꼽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준비를 많이 못하고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곳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와 역사에 매료되어 마음이 늘 흥분 상태였던 것 같다. 땅속에 묻힌 보석을 찾아낸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소통 때문에 이 여행의 내용이 더 풍성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독일의 피아, 피터, 일세, 그리고 덴마크의 오랜 지기 올레와 도르테, 안드레와 앤 마리, 그리고 새로 알게 된 미케와 디디에 등 그들의 인격과 삶, 인생철학이 이번 여행에 생생한 감동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내 인생을 돌아보고 그들을 통해 또 사는 법을 배우고 깨닫고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삶에 반영되는 그런 여행이었다.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그리고 세상은 우리를 기다린다. 단지 보고 사진만 찍는 여행이라면 어쩌면 드라이플라워 같은 여행이 아닐까? 우리는 숨 쉬는 여행을 원한다. 여행에서 사람 냄새나는 삶과 동기를 발견했을 때 여행은 흠뻑 젖은 감동을 선사해 준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생명력 가득한 감동과 설렘을 얻었던 것처럼.
잘 맞는 면도 그렇지 않은 면도 있지만, 여행에 관해서 만큼은 죽이 잘 맞는 완벽한 여행 버디인 남편 스티븐과 끊임없는 격려와 전문적인 도움으로 곁을 지켜주신 이경희 샘께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우리의 친구,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 올레에게 이 책을 헌사하고 싶다. 당신을 알게 된 것은 우리 인생의 크나큰 기쁨과 깊은 감동이었다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