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아샤펜버그 ( Aschaffenburg), 독일
"프레첼을 먹어야겠어!"
아샤펜버그에 도착하자마자 커피숍을 향해서 스티븐이 직진한다. 새벽 2시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우리는 시간이 여유롭게 되자 아샤펜버그행을 결정했다. 이 도시를 오래 둘러볼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중세 성 하나와 올드타운에 부정형하게 생성된 오래된 길들을 그냥 걸어 볼 생각이었다. 주차를 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길로 나오자마자 스티븐이 한 일은 이 커피숍에 들러 프레첼 빵을 두 개 산 일이다.
프레첼 빵은 스티븐이 가장 좋아하는 빵이다. 먹을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가 독일에 오자마자 이걸 사는 걸 보면 어지간히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산 것이 프레첼 빵이었다. 커다란 프레첼 모양의 진한 갈색의 빵으로 굵고 하얀 소금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것이 특이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빵이다.
유럽의 특색 중의 하나가 동네마다 아주 작은 마을일지라도 베이커리와 부쳐 샵이 있다는 점이다. 갓 구워낸 빵을 오전까지만 파는 베이커리와 신선한 고기를 파는 부쳐샵. 매일매일 베이커리를 가서 빵을 사지는 않지만 이 삼일에 한 번씩 가서 신선한 빵을 사 온다고 한다. 그날 구운 빵맛과 다음날 먹는 빵의 맛은 정말 다르다. 그 신선함과 식감은 작은 감동마저 자아낸다. 이런 감동과 만족감을 기대하고 산 프레첼 빵인데, 수년만에 맛보는 이 독일 프레첼인데, 맛이 별로라고 매우 실망한다. 하나만 먹고 또 다른 베이커리에 들러 다른 프레첼 빵을 산다. 이번엔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표정에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고 쓰여있다. 스티븐은 결국 세 군데의 빵맛을 보았는데 만족할 만한 프레첼 빵 맛은 아니었다. 먹을 것에 이렇게 진심을 보이는 일은 거의 드문데, 애쓴 보람이 없어 나도 실망스럽다. 역시 큰 도시의 상업화된 커피숍이나 베이커리와 대대로 내려오는 작은 마을 베이커리의 빵맛은 비교 불가인가 보다.
아샤펜버그에서는 오래된 교회, 테라코타 상이 매우 특이했던 교회를 방문하고 아기자기한 상점 골목들을 잠깐 돌아보았을 뿐, 오늘의 목적지는 밀튼버그이다. 스티븐은 20대 때부터 수없이 독일을 방문했을 만큼 독일을 아주 사랑한다. 그는 독일에 대해 잘 알 뿐 아니라 독일어도 조금 할 줄 알고, 독일 음식도 좋아하며 애정하는 마을도 있고 가고 싶은 마을도 많다. 밀튼버그는 수년 전부터 가고 싶어 했는데 기회가 안 돼서 미루던 곳이다. 나도 말로만 듣던 그곳을 드디어 가보게 된다. 아주 궁금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이 아샤펜버그에 들렀던 것이 큰 화를 초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폰이 어디 갔지? '
밀튼버그로 가려고 차에 올라탄 순간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는 스티븐. 순간 식겁한 나도 함께 찾기 시작한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이건 정말 큰 낭패다. 심카드를 부착해서 사용하기로 한 우리는 다음 마을인 밀튼버그에서 심카드를 바꿔 낄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차에서 내려 우리가 다녔던 모든 길과 장소를 다시 가서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 곳에도 없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폰 하나를 잃어버렸다. 급히 내 폰에 심 카드를 장착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폰 없이 이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직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야만 메일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비극이 일어난 날의 마지막 치고는 마무리는 썩 괜찮았다. 밀튼 버그에 예약한 숙소는 우리의 불행을 미소로 바꿔줄 만큼 아름다웠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였는데, 작은 언덕 위에 위치한 이 집의 침실 밖을 나오자 '아!' 작은 탄성이 나온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마을과 나무로 가득 차 있는 반대편 언덕의 숲이 한눈에 환히 들어온다. 길었던 여행 첫날의 피로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기분이다. 전망 좋은 침실바로 밖에 비치된 테이블에 앉아 와인 한잔과 음악, 그렇게 여행 첫날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스티븐과 나는 다른 점도 많지만 비슷한 점이 있는데, 그건 뭐든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여행 첫날 핸드폰을 잃어버렸어도, 지난달 알래스카 여행 첫날 렌터카로 주차장 외벽을 긁는 사고를 내었어도, 이런 사소한 사고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 말자는데 합의를 보았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다. 더 이상 언급도 말고 불편하다고 불평도 말고 그래서 소중한 여행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그렇게 했다. 긍정적으로 사는 건 자주자주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