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슈와츠발트 ( Schwarzwald), 독일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독일 제품들이 몇 가지 있다. 보쉬, 필립스, 미엘 등 훌륭한 전자 제품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별히 수집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뻐꾸기시계와 호두까기 인형이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유명한 스타인바흐( Steinbach)는 아주 개성 강한 모습의 호두까기 인형이다. 내 학생 중 한 가족은 크리스마스마다 벽난로 위에 스타인바흐 호두까기 인형을 한 줄로 진열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자아낸다. 매년 늘어나길래 물어보니 보스턴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매년 하나씩 보내주신다고 한다. 중국산과는 모양부터가 다른 이 스타인바흐 인형은 약간 무섭게 생긴 것이 흠이지만 유서 깊은 호두까기 인형 브랜드이다. 너무 사랑스러운 전통이라 나도 나중에 손주가 생기면 크리스마스마다 하나씩 보내주려고 매년 2-3개씩 사서 모은다.
또 하나 독일 오리지널로 유명한 제품이 바로 뻐꾸기시계이다. 전통적으로 뻐꾸기시계라고 하면 정확성이 세계 최고인 독일 사람들이 만드는 시계를 알아준다. 그 뻐꾸기시계를 만들어낸 원산지가 바로 블랙 포레스트( Black Forest, 독일어로는 Schwarzwald)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남서부 쪽으로 약 2시간가량 차를 달리면 산 굽이굽이마다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나타나는데 그 마을들을 블랙 포레스트 마을이라 부른다. 관광객이 많아 사시사철 손님이 가득 차는 곳이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우리는 아주 한가한 투어를 했다.
이 지역에는 인중샷용 뻐꾸기시계가 세 군데 있는데, 이들은 모두 보통 집 크기의 사이즈이다. 장식으로 만들어둔 사람 피겨는 실제 사람 사이즈이다. 이 어마어마하게 큰 시계에서 매시간마다 뻐꾸기가 나와서 쿠쿠 쿠쿠라며 시간을 알리고, 종 울리는 사람, 나와서 댄스 하는 남녀 커플들, 음악 등이 나와 더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는 곳도 있다.
스티븐은 뻐꾸기시계를 참 좋아한다. 영어로는 쿠쿠 (cuckoo cuckoo) 클락이라고 하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아이들이 파티에서 불렀던 노래, So Long, Farewell에 쿠쿠, 쿠쿠 하는 장면은 뻐꾸기 시계 흉내를 내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쿠쿠클락이라고 할 때마다 아이 같은 순수함과 철없음이 동시에 느껴진다.
뻐꾸기시계를 좋아하는 스티븐이 몇 년 전에 에스테이트 세일 ( Estate Sale)에서 모두 해체된 고물 같은 뻐꾸기시계를 사 왔다. 25불 주고 사 왔단다. 너무 고물처럼 보였고 '쿠쿠'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쁘거나 앙증맞지도 않았으며, 게다가 시계 따로 줄 따로 추따로 모두 해체되어 있어서 도대체 뭐가 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소중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반짝이는 스티븐의 눈빛과는 달리 나는 이 뻐꾸기시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만 스티븐이 시계 수리점을 찾길래 오래된 시계를 수리하는 곳을 어렵사리 찾아 알려 주었을 뿐이다.
일주일이 지나 시계가 다 고쳐졌다고 가지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함께 찾으러 갔다. 그 시계점에는 뻐꾸기시계가 사방 벽에 빼곡히 걸려 있었고 그 외에도 괘종시계, 작은 시계 등 각종 시계를 합쳐 200개는 족히 될 것 같았다. 시계점 주인 말이 이 시계는 배터리로 가는 시계가 아니라 커다란 두 개의 추가 달린 기다란 줄을 하루 한 번씩 감아주어야 하루를 간다고 했다. 자기가 시험해 보았는데 시계가 아직 제대로 가고 시간이 아주 정확하게 맞는다고 했다.
"혹시 이 시계가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건지 알 수 있나요?"
"물론이죠. 뻐꾸기 집을 돌아가며 장식하고 있는 나팔, 총, 토끼, 포도넝쿨, 이거 보이죠? 그리고 맨 위의 사슴. 이 장식은 아주 대표적인 블랙 포레스트 스타일이에요."
"오호, 블랙 포레스트! 정말요?"
"만든 년대는 아마도 1860년대일 거예요."
오홋~~~ 이게 웬 횡재인가?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다고 어쩌다가 구입한 고물이 귀한 앤티크였던 것이다. 사실 스티븐은 우연히 사게 된 것은 아니다. 원래 눈썰미가 대단하고 센스가 좋아서 이런 일에 아주 능한 사람이다. 그리고 뻐꾸기 시계의 역사과 귀중함도 알고 있었기에 앤티크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 스티븐은 두 개의 앤티크 뻐꾸기시계를 더 샀고 나는 블랙 포레스트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작고 귀여운 배터리로 작동되는 뻐꾸기시계를 샀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를 사왔다. 그래서 우리 집에 다섯개의 뻐꾸기시계가 있고 그중 커다란 하나는 어디엔가 아직 누워있다. 좁은 집에 다 걸 곳이 없다.
고맙게도 하루 종일 피터와 일세가 관광 가이드 역을 해 주었다. 하루 반을 함께 다녀보니 그들 대화중 한 가지 습관을 발견했다. 숫자였다. 독일인이라 그런지 뭐든 정확한 숫자로 말을 마감했다. 그런데 자꾸 숫자 뒤에 케이 (K)라는 말을 붙인다. 처음에 도대체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야 킬로미터를 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디 장소를 언급하면 반드시 거리를 덧 붙여서 말했다. 그게 바로 3K, 7K였던 것이다. 그들과의 대화 중에 또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피아'였다. 참 예쁜 이름이다. '피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여성을 지칭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에르'를 그렇게 부르는 거였다. 독일에서는 피에르를 피아라고 부르는구나.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드디어 그 피아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