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4. 히테호른 ( Giethoorn), 네덜란드
네덜란드를 떠나 독일의 북쪽 끝, 덴마크와 독일의 국경마을 , 플렌즈버그 (Flensburg)로 향하는 날이다. 오랫동안 운전을 해야 한다. 히테호른 ( Giethoorn) 은 마침 가는 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곳에 있어서 오늘 들렀다 가기로 했다. 만약 암스테르담에만 있다가 다른 나라로 가야 했다면 쉽게 생략할 만한 곳이다. 2시간은 족히 운전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곳이다.
운하가 많아 운하 구경하기에 좋다고 그리고 사진을 보니 운하 보트 관광이 아주 멋져 보여서 여기서 보트 여행을 하자고 하고 온 곳이다. 이곳은 처음으로 미리 공부하지 않고 온 것을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 곳이다. 일 미터 나아갈 때마다 감격의 탄성을 질렀기 때문이다.
와, 너무 예쁘잖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다니,
이게 정말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라고?
히테호른은 스티븐의 말을 빌리자면 디즈니랜드의 보트 라이드 같다고 한다. 운하 위로 보트를 타고 굽이 굽이 가는 곳마다 이쁜 마을이 나타나는 small world 같은...
일단 운하 입구로 가면 보트를 빌려주는 곳이 계속 나온다. 대부분 작은 보트이고, 본인이 운전을 해야 한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원하신 보트 렌털 시간과 가격을 비교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조금 걷다 보면 커다란 배가 나오는데 약 20여 명이 탈 수 있는 보트로 이건 정말 타면 안 된다. 이곳의 묘미는 작은 보트로 여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시간짜리로 보트를 빌려서 떠났다. 남편이 뒤편에 앉아 보트의 키를 잡고 방향을 조정하는 모터로 가지만 아주 천천히 가는 보트이다.
이를 타고 떠나 마을 입구에 이르면 좁은 운하에 보트들이 줄을 지어 가고 있다. 마치 small world에 온 것 같다. 이 짙은 그린색의 운하 양옆으로 예쁜 네덜란드 전통 집들이 잔디며 꽃이며 벤치며 여러 가지 조경과 장식을 뽐내며 그 자태를 드러낸다. 샵들도 있고 레스토랑들도 있고 이 운하를 따라 걷는 사람들도 있다. 군데군데 구름다리도 있고 운하에 옆으로 뻗어나간 더 작은 운하에는 그 집에서 정박해놓은 빨간 작은 보트들도 눈에 띈다. 여기는 진정한 동화나라다.
이 작은 운하를 한참 동안 따라가다 보면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호수가 나온다. 갑자기 큰 물에 나온 것도 놀라웠는데 멀리 백 마리는 족히 돼 보이는 하얀 새들이 물에 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백조 떼다. 그런데 그들은 쇼 스테이지 뒤의 비하인드 씬처럼 영 딴짓을 하고 있다. 누구도 사람들을 위해 유유히 우아하게 떠다니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다. 꽥꽥거리고 긴 목을 움직여 몸의 여기저기를 입으로 목욕하고 있고, 영락없이 스테이지 뒤편 모습 같다. 역시 백조는 한두 마리가 신비롭게 떠 다닐 때 훨씬 멋있어 보이나 보다. 너무 많으니 그냥 지나치게 된다.
레이크가 꽤 커서 작은 보트로 떠다니기엔 조금 겁이 났지만 남편을 굳게 믿고 때대로 눈을 질금 감기도 하면서 다시 운하로 통하는 길로 들어섰다. 다시 동화마을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대여섯 대의 카약으로 운하를 떠다니는 로컬 그룹을 만났다. 컬러풀한 카약까지 곁들이니 이 동화마을에 생동감이 더 느껴진다.
플렌즈버그가는 길은 길었지만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을 보는 길이라 즐거웠다. 독일과 프랑스의 지방은 정말 너무나 아름답다. 독일의 농촌은 푸른 밭, 누른 밭 등 광활한 밭의 군데군데에 뾰족이 솟은 교회당을 중심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집의 지붕은 A 모양으로 뾰족한데 색은 핑크와 오렌지를 묘하게 섞어놓은 색이다. 프랑스도 많이 다르지 않은데 왠지 공기 중에 몽환적인 느낌이 있다면 너무 주관적인 표현일까? 아마도 나무의 모양이 달라서인지 모르겠다.
나는 유럽에 오면 유럽의 하늘과 땅에서 화가의 그림이 보인다. 예전에 뮌헨의 잉글리시 가든에서 본 하늘은 모네의 하늘과 같았다. 독일과 프랑스의 거리가 크건만 그렇게 느낀 건 이상했지만 확실히 모네의 하늘이었다. 이번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들판에서 밀레와 반 고흐의 들판이 보였다. 한 마을의 언덕에서 고흐의 나무도 보인다. 다음에 유럽에 올 때는 화집도 섭렵을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 많이 보고 온다면 더 많이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