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설 연휴에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은 한 25시간 정도다.
엄마 집에 도착한 게 4시쯤이고, 오빠 집에서 조심히 가시라 인사한 게 5시 30분 정도니까 대충 그렇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마음이 오락가락하더라.
눈길이니 오지 말라는 전화를 이틀 전에도 하고, 하루 전에도 했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순 없었다. 어차피 시댁에도 가야 하고 시댁과 친정의 거리가 다르지만 방향이다른 것은 아니어서 그리고 진짜 안 가면 얼마나 허전하고 서운해하실지 안 봐도 알겠어서 오지 말라는 엄마 말은 흘려들었다. (서운한 감정 표현을 하시면 자꾸만 날 원망하는 말처럼 들려서 더욱)
전화통화만 하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잘 지내고 계셨다. 전보다 잘 드시길래 주무시는 건 어떠시냐 물었더니 요즘 잠도 잘 주무신다고. 자꾸 잊어버리는 게 걱정이라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엄마 머릿속에서 잘 걸러내시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안 잊으시더라는..
한편으로 안심이 되면서도 순간순간 마음이 너무 어렵기도 했다.
말하는 거 좋아하는 엄마가 여기저기 참견하려 하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도나도 지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마냥 따뜻하게만 대하고 싶은데, 진짜 그러고 싶은데 답답한 마음에 덩달아 쓸데없는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올케언니랑 엄마 얘길 하는데 쿵짝이 맞아 웃다가도 뭔가 씁쓸하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과연 엄마가 언제까지 그렇게 지내실 수 있을까, 언제까지 엘리베이터 없는 3층 엄마 집을 오르내리며 혼자 지낼 수 있을까. 혼자 지낼 수 없는 시간이 온다면 그때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길을 찾아야 하는 걸까. 끝까지 정신을 놓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엄마가 만약 중요한 것까지 잊는 때가 오면... 고관절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엄마가 걷는 게 힘들어지면.. 그러면..
나이 든다는 것.
엄마를 보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고, 큰 질병이 아니어도 괜찮은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아지는 건가 싶다.
그래서 엄마를 볼 때 자주 짠하고, 더 자주 어렵다.
오늘 엄마와 통화를 했다. 어제는 쌩쌩했는데 오늘은 목소리에 조금 힘이 빠졌다.
아마도.. 자식들에 손주들까지 한꺼번에 만나고 난 후유증을 앓고 계신 게 아닐까. 그 목소리를 듣고도 모른 척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