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by 박사력

개요

미국의 저명한 조산원이며 유아교육자 '라히마 볼드윈 댄시'가 저술한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는 영유아의 인지학과 교육학에 기초한 육아서이다.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만 6세까지 신체, 감성, 영적 발달에 맞춰 부모가 어떤 조력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특히 갓난아이 돌보기, 생후 1년 아기 발달 돕기, 놀이 발달, 상상력 발달, 예술능력 발달 등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을 시기별로 보여준다. 옮긴이(강도은) 말처럼 이 책은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한 육아 책'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영리하고 똑똑한(때로는 영악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에게 이러저러한 가르침을 제시하는 그런 종류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소중한 책이 아닌가 싶다.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인간의 귀한 영혼과 정신을 믿는 슈타이너(註)의 '인지학'과 '교육학'에 근거를 둔 아주 특별한 육아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챕터별로 잘 분류되어 있어 읽기에 크게 부담이 없다.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을 아래에 요약해 소개하며, 양육자들에게 이 책 읽기를 추천한다.


(註)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교육학자로 1919년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개성 존중을 중시하는 교육 방식인 발도르프 교육을 창시했다. 이 교육은 인간을 단순히 지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몸(의지), 마음(감성), 머리(사고)가 조화롭게 발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각 발달 단계에 맞춰 교육 내용을 구성하며, 아이들이 타고난 개별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다. 현재 국내에도 발도르프 교육을 표방하는 20여 개의 유치원과 10여 개의 대안학교(초, 중, 고등의 8~12년 과정)가 있다. 그런데 유치원 과정은 호응이 제법 있으나 대안학교는 학습 과정에 대한 상이함과 정규 학력 미인정으로 특별한 경우(유학, 예술 분야 진출 등) 외에는 선택이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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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기는 자신을 전혀 돌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는 스물네 시간 동안 아기에게 모든 것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때 아기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는 사랑과 충분한 영양분과 편안함이다.


(편안함)

엄마가 아기의 다양한 울음소리를 구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엄마는 자기 아이의 배고플 때의 울음과 기저귀가 젖었을 때의 울음을 금방 구별한다. 아기가 충분히 배가 부르고 기저귀도 보송보송하고 뱃속도 부글거리지 않는다면 부모가 아기를 흔들어 주거나 아기를 데리고 산보하는 것은 대단히 편안하고 즐거운 일일 것이다. 그러면 많은 이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힘겨움을 적어도 잠깐은 무시하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고 짜증을 내는 아기를 강보로 꼭 감싸거나 안아 주면 때로는 아기가 금세 조용하게 안정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다 해도 아무 소용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이 없을지라도 엄마가 아기를 그대로 안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감정이 흥분되어 있고 혼란스러운 엄마가 우는 아기를 달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기와 엄마는 감정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엄마 자신이 평화로울 수 있고 갓안아기에게 평화로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한 아기는 괜찮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기는 계속해서 '크게 울도록' 그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아기를 그냥 울게 놔두는 일은 아기로 하여금 이 세상이 친절하지 않는 곳이고 자신을 끼워 주지 않는 곳이라고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흔히 보육원에 있는 갓난아기는 인생의 첫 시기 동안 점점 덜 울게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 있는 아기는 보통 기진맥진할 때까지 울도록 놔둔다는 것을 차츰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울 때 재빨리 보살핌을 받은 아기들은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좀 더 많이 계속해서 운다고 한다. 아기가 울 때 엄마가 일관성 없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집에서는 그렇게 지칠 때까지 아기를 울리지는 않는다. 아기의 필요에 재빨리 그리고 일관성 있게 반응해 준다고 해서 아기를 버릇없게 키우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유대감)

아기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과 따뜻함은 아기의 건강한 발달에 꼭 필요하다. 엄마가 갓난아기와 좀 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부모 양쪽의 사랑과 보살핌은 아기를 둘러싼 멋진 외투와 같다. 이 사랑과 유대감은 갓난아기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에 대한 우리의 의문과 불안함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 준다. 아기를 자주 만져 주고 가능한 재빨리 아기의 울음에 반응해 주는 일은 부모가 아기에게 사랑과 보살핌의 느낌을 전하는 것이다. 이 사랑과 보살핌이야말로 부모가 갓난아기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은 아기의 나중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요즘에는 '유대감'이나 '애착'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고 있다. 이것은 유대감을 갖지 못한 사례들이 많이 연구되고 발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별히 보살펴 주는 사람 없이 보육 시설에서 자란 아기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연구가 발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보살펴 주는 사람을 갖지 못하고 보육 시설에서 자라는 아기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다. 또한 긴급하게 필요한 치료 때문에 중환자용 신생아실에 오래 있게 된 아기가 엄마와 너무 일찍 분리되어 유대감에 장애가 생긴 경우도 듣고 있다. 그리고 클라우스(Klaus)와 켄넬(Kennell)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이제는 출산과 관련된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노력의 결과, 갓난아기를 엄마와 떨어져 있도록 하는 관습적인 출산과정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많은 병원에서 엄마들이 갓난아기와 함께 있도록 하거나, 일찍 퇴원을 하게 하거나, 유대감을 위한 방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엄마와 아기가 즉시 그리고 계속해서 접촉한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단지 몇 분이나 몇 시간 동안 '허락되는' 것 말고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함께 있지도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좀 더 복잡한 동물이다. 인간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란 것이 없다. 다시 말해 그 시기를 놓치면 전체 경험에 해로운 손실을 입히는 그런 시기란 없다는 뜻이다. 여러분의 아기는 처음 본 개를 엄마라고 따라다니는 오리가 아니다. 여러분의 아기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여러분을 사랑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기들은 사랑이기 때문이다(심지어 신체적으로 학대당하는 아이조차도 여전히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 유대감과 관련해서 진정으로 우리가 물어보아야 할 것은 그렇게 바쁘고 자기중심적인 우리가 어떻게 이 새롭게 태어난 무력한 존재를 위해 하루 24시간을 비워 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끼리의 유대감은 아기가 태어난 뒤 처음 30분 만에 배타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처음 1시간 정도 대부분 민감한 상태에 있고, 엄마는 감정적으로 활짝 열려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바로 이때부터 계속해서 엄마와 아기가 접촉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유대감이란 임신시기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출산과정과 그 뒤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형성된다. 우리는 어느 때나 서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아기가 우리의 생각이나 행위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고 있다. 유대감은 어쩌다 일어나거나 한순간에 실패하는 것도 아니며, 단 한 번 일어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그런 종류의 것도 아니다. 저는 엄마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해준다. 그것은 출산 후 합병증 때문에 아기와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던 많은 엄마들이 상실감을 느끼거나 죄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출산을 한 엄마가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전까지는 아기와 완전히 한 몸이었다가 이제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엄마가 태어난 아기와 함께 있으면 이 분리의 고통이 좀 더 가벼워질 것이며, 뱃속이 아닌 이 세상에서 아기와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가 치료받고 있는 동안 신생아실에서 아빠가 아기를 안고 있거나 아기가 잠을 자고 있다고 해서 아기가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많은 것을 지니고 있는 복잡한 기능이다. 여러분의 아이는 여러분으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만들고 사랑과 봉사가 무엇인지를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을 벗겨 내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이다.


(영양분을 주는 일)

아기에게 영양분을 준다는 것은 먹을 것을 주고, 사랑하고, 어루만져 주는 것을 포함한다. 그중에서 아기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린 아기는 자신의 몸 전체를 통해 모든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는 갓난아기가 너무 작아서 만지면 아기가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기는 그렇게 연약한 창조물이 아니다. 아기는 여러분이 어루만져 주고 가까이 있기를 필요로 한다. 아기는 보고 듣는 것보다는 오히려 만져 주는 것에 좀 더 많은 반응을 보인다. 아기를 안고, 흔들어 주고, 피부끼리 접촉하고, 마사지해 주는 일은 여러분이 가까이서 아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전해 준다. 이처럼 아기를 어루만져 주는 일이 중요하지만, 또한 어떻게 아기를 어루만져 줄 것인가도 중요하다. 조산원인 이나 메이 가스킨(Ina May Gaskin)은 '만지기는 우리가 말을 거는 첫 번째 언어'라고 말하면서, 그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 엄마는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아기를 어루만지면서 아기와 소통한다. 이것을 통해 아기는 우주만물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이것은 아기가 성인이 되어 갖게 될 어떤 종류의 개인의 성격을 대단히 큰 범위까지 결정한다. 만약 엄마가 아기와의 접촉을 망설이는 듯하고 분명하지도 않고 흉내만 낸다면(어쩌면 그 엄마는 아기가 너무 연약하고 민감해서 함부로 만지면 잘 익은 복숭아처럼 아기를 상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그 아기는 아마도 잘 울고 짜증을 잘 내는 아기가 될 수도 있다."


여러분이 아기를 힘차게 꼭 껴안고 무엇인가 말을 해주면 아기는 편안하게 긴장을 푼다. 이때 아기를 떨어뜨리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이 좋다. 아주 어린 아기에게는 의도적인 '베이비 마사지' 보다는 그냥 꼭 껴안아 주는 것이 더 좋다. 마사지를 시킨다고 갓난아기의 옷을 벗기거나 마사지 교실에 아기를 데려가면 오히려 아기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유를 먹이는 일이야말로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모유는 아기에게 완전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피부끼리의 접촉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출산 후 처음 나오는 모유(초유)를 먹이는 것은 특별히 중요하다. 초유는 출산 후 10~14일간 분비되는 점성의 노란 젖으로 단백질, 지용성 비타민, 무기질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신생아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면역물질과 뇌 발달에 중요한 알파-락토알부민, 락토페린 등이 포함되어 있다(전남대병원 소아과 최영륜 교수). 초유 이후의 모유 또한 아기에게 이상적으로 알맞은 영양분이며, 음식물 알레르기나 불충분하게 살균한 젖병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부터 아기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모유는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나 유아용 분유(모유를 흉내 내려고 애쓰기는 하지만)와 질적으로 다른 성분을 갖고 있으며, 두유 또는 소젖이나 양젖과는 다른 신비한 성질을 갖고 있다. 즉 모유에는 대식세포, 면역 글로불린(항바이러스 항체), 비피더스 인자, 성장 인자 등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모유를 먹는 영아의 장내에는 초산과 유산을 생성하는 비피더스균이 압도적으로 많아 장의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해 병원성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준다(삼성 서울병원 영양팀). 존 솔터(Joan Salter)는 "영혼으로 엄마 노릇하기(Mothering with Soul)"에서 모유를 먹이는 일이 가진 물리적, 정신적, 영적인 성질에 관해 재미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젖을 먹는 일은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쾨니그는 엄마들이 아기의 젖을 빠는 습관을 잘 관찰하면 아이의 성격이나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모유가 어떻게 엄마의 중심인 심장의 힘을 아기에게 전달하는지에 관해 논의했다. 즉 가슴은 인간의 몸 중에서 심장이 있는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젖은 그냥 단순한 물질로 구성된 음식만은 아니다. 모유에는 엄마의 사랑이 들어 있어서 아기의 존재에 전달되며 이것은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아주 강력한 역할을 한다. 엄마는 아기에게 사랑과 편안함을 안정감을 준다. 젖은 아기에게 영양분을 주고 아기가 이 세상에 내려와 정착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방식으로 아기를 부른다. 매번 젖을 먹고 난 다음에 아기는 물리적 존재로서 이 세상에 한 발을 내딛는다. 이 모든 새로운 날들은 아기가 좀 더 의식을 갖고 좀 더 기민하게 깨어 있도록 해줄 것이다. 바로 모유가 이러한 모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 옛날 두 딸이 모유를 배불리 먹고 한없이 편안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생생하다. 굳이 쾨니그의 견해를 빌리지 않더라도, 두 딸이 잔병치레조차 않고 건강하고 밝은 품성으로 자란 것은 마음껏 먹은 모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갓난아기에게 소화과정은 완전한 연소과정이다. 아기가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를 낸다면 이 순간 아기에게는 다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기에게는 오직 배고프다는 감각만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젖을 먹으면 아기는 비로소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젖 먹는 것에만 완전히 정신이 팔려 있으며, 만족스럽게 줄곧 발가락을 구부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아기들이 생후 3개월 이내에 '산통(産痛)'이란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 울어댄다. 이나 메이 가스킨은 다음과 같은 것을 엄마들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산통이 있는 몇몇 아기를 치료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젖을 먹는 동안 위와 장에 복통이 생기는 아기를 다루는 하나의 방법으로, 아기가 젖을 먹고 있을 때 엄마가 아기의 다리를 살살 문지르거나 아기의 발가락을 꼭 잡아당기면 놀랍게도 아기가 금세 부드러워지고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랑을 표현하려고 할 때 상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서 주의를 끌려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젖을 먹이는 동안 엄마가 전화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 대신에 아기를 꼭 껴안고 아기에게만 주의를 집중한다면, 아기는 소화를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엄마 자신도 아기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좀 더 편안해질 것이다. 젖을 먹이는 시간은 아기의 몸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 이상이다. 엄마와 아기가 무엇인가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모든 아기들 중에서 대략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의 아기들이 산통을 앓는다. 이 산통은 생후 처음 몇 주에 시작되어 보통은 생후 3개월 정도에 사라진다. 이처럼 어딘가 아파서 울어대는 아기를 돌보는 일은 부모에게 매우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나 이때에도 여러분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혀서 화를 내거나 낙담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산통이 음식물 알레르기와 관계가 있는지,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인지, 지나친 자극 때문인지, 기질 때문인지, 아직 미숙한 신경이나 위장체계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아레타 솔터(Aletha Solter)는 "이미 알고 있는 아기(The Aware Baby)"에서 '공동 카운슬링(co-counseling)'이라 부르는 방법으로 연구한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울음은 상처를 처리하는 하나의 과정이고, 축적된 긴장과 고통을 푸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울고 있는 아기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아기가 탄생 때 받은 고통이나 다른 쇼크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해도 아기는 어떤 때는 울지 않다가도 때로는 그 긴장을 풀기 위해서 그냥 크게 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여러분은 마음을 가라앉힌 후 침착하고 사랑에 가득한 마음으로 아기와 함께 있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기로 하여금 더 많은 욕구불만을 불러일으키지 않게 하면서 그 울음으로 무엇인가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서적인 발달

아기가 행복한 느낌을 갖는가 아닌가는 사랑과 따스함과 먹을 것에 대한 아기의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이렇듯 정서적인 발달은 가족 내의 관계에서 아기가 처음 발견하는 사랑과 신뢰와 부드러운 어루만짐에 기초해서 이루어진다. 부모가 아기의 울음에 재빨리 반응한다면 아기는 세상이 친절한 곳이고, 자기 주위에 부모의 사랑과 보호가 있음을 배울 것이다. 자신의 본능에 따르는 엄마들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한 부모가 아기를 너무 귀여워한다고 해서 버릇없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의 의견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엄마들은 너무 귀여워하면 아기가 못쓰게 된다는 할머니들의 말이나 주변의 말을 여전히 곧이곧대로 듣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우는 것이 아기에게 좋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기의 주위를 사랑과 따스함과 부드러운 어루만짐이 있는 곳으로 둘러싸면 아이의 나중의 삶을 위해 안정된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것이 부족해지면 나중에 안정된 토대를 세우는 일이 매우 어려워진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바로는 생후 4개월에서 5개월 즈음까지의 아기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경우에만 운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에야 처음으로 어른에게 안아달라고 울어대는 것 같은 새로운 종류의 의도적인 행동을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아기는 자신의 신체적 욕구가 성공적으로 충족되는 경험을 통해서 의도적으로 우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는 자기가 울 때 어른이 올 것이라는 행복한 경험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만 하고 이것은 더없이 중요하다(자신의 울음에 응답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배워 가는 보육시설의 아기들은 어른의 주의를 끌려는 새로운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관찰에 따르면, 생후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아기는 그 이전 시기와 달리 관심을 끌기 위해 굉장히 많이 운다고 한다. 그 이전 시기는 너무 적게 울어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말이다. 두 가지 울음 유형에 이처럼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 것은 발달의 시작에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는 어른처럼 합리적 이성이나 시간관념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아기에게 기다리라거나 그만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부모들은 아기가 기어 다니기 전까지 많은 시간을 아기를 안고 다녀야 할 것이다. 많은 엄마들은 이 시기가 힘든 시기임을 깨달을 것이다. 기어 다니는 것을 배우기 전에 아기는 모든 것을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기는 원하는 것들에 다가갈 수 없다. 이 원하는 것에 다가가고자 하는 추진력은 기어 다니고 걷는 데에 아주 긍정적인 힘이다. 아기는 상황이 빨리 변하기를 요구하므로 아기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무엇인가를 해주거나 안아 주어야 한다. 화이트 박사는 영리할뿐더러 유쾌하고 잘 자란 3살짜리 아이로 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그는 아이를 '버릇없게 만드는' 원인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부모들도 연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버릇없는 아이의 부모는 생후 6개월이나 7개월짜리 아기가 관심을 끌려고 하는 울음에 항상 지나치게 반응했던 부모들이었다. "만약 부모가 하루에 6시간이나 7시간 동안 1시간에 7번이나 8번 아기를 안아 올려서 놀아 준다면 큰 슬픔을 불러올 것이다."라고 화이트 박사는 말한다. 화이트 박사는 양식 있고 분별 있는 관찰자이기 때문에 그가 한 이 말은 꽤 흥미로운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어떤 종류의 상호 관계를 관찰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화이트 박사가 관심을 끌려는 아기의 울음을 완전히 무시하라(어쨌든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는 의미로 이 말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돌봐 주는 사람이 1시간에 7번이나 8번씩 아기를 지나치게 안아 준다면 아기의 발달에 잠재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아기를 부모의 삶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명이나 두 명의 다른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이런 문제를 자주 겪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형제자매들 역시 아기에게 상호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관심이 항상 엄마로부터만 올 필요가 없다. 화이트가 관찰해서 지적한 바는 아기가 가정생활에서 한 사람의 관찰자나 참여자가 아니라 모든 관심이 중심이 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아기를 무시하면서 울어대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기는 자신이 태어난 그 가족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음을 부모는 충분히 깨달아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기가 칭얼거릴 때마다 부모가 뛰어들어가 아기를 무시하지 않는 일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는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하나는 금방 논의했던 문제로, "어떻게 나는 이 순간 아기와 공감하면서 아기의 필요를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다른 문제로, 현대적 삶은 어린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해 주지 않으며, 아이들은 엄마가 집 주위에서 하는 '실제의 일'을 관찰하기가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했으며, 가사 노동을 덜어 주는 기계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것은 가정생활의 본질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다른 가족과 떨어져 사는 상황을 만들었다. 즉 다른 어른들과 완전히 분리되고 고립되어 사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더 크게 우는 아기를 만들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어른이 아이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이런 대가족의 경험이 부족한 우리 문화는 엄마들을 더욱 긴장하고 힘들게 한다. 멕시코에서 여러 해를 보낸 제 친구는 '완전한 엄마 노릇하기'를 실천해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멕시코 아기들처럼 자기 아기를 항상 긴 목도리나 숄로 감싸서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아이가 생후 9개월이 되자 그녀는 기운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으며, 아이는 내려놓기만 하면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속상해지기 시작했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 그녀가 멕시코에서 본 상황, 즉 아기를 항상 안고 함께 데리고 다니고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항상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가 근처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콩을 고르고 있을 때면 이모나 고모가 아기를 멜빵으로 업고 다니고, 때로는 사촌이나 큰 형제자매들이, 어느 때는 할머니가 아기를 돌보았던 것이다. 엄마가 얼마나 많이 아기를 안아주고 데리고 다녔는지가 아기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 자신의 욕구나 정서적 행복도 아이의 행복과 마찬가지로 균형을 이루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과 관련해 부딪히는 문제와 어려움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 우리는 우리의 고립된 상태를 극복하고서 지역사회 공동체를 발견하거나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고립된 상태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은 절대 없었으리라과 확신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미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것이다. 우리 사회 안에 있는 두 가지의 역사적인 힘이 현대 여성들과 엄마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하나는 마지막 미개척지를 발견하려는 개척자적인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도시로 자주 이사하는 어떤 힘이다. 선구적인 여성들은 지역사회의 여성들과 분리되면 대단히 힘겨운 상황과 부딪치기 마련이다. 이것은 삶을 힘들게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가족의 생존을 돕는 일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럴 때에도 시골에서의 삶은 최소한 주택이 밀집한 도시나 공장 지역보다는 훨씬 건강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이 우세해지면서 많은 엄마들이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이 되었고, 자주 이사를 다니면서 가족이나 친척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실정이다. 엄마가 집에서 아기와 단둘이 있고, 엄마 자신의 생활을 위한 시간을 전혀 낼 수가 없다면 엄마는 손을 뻗어서 자신을 지원해 줄 네트워크를 찾아야 한다. 엄마는 자신의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책임이 있지만, 또한 엄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라 레체 단체, 엄마-아이 그룹, 놀이 그룹, 종교 그룹 같은 것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공원에서 다른 엄마들에게 말을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들도 여러분처럼 고립되어 있을 수 있고, 여러분처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무엇인가를 할 때 아기를 엄마 가까이 있게 하면 아기는 좀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아기를 등에 짊어질 수 있게 만든 것은 편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엄마의 손이 자유롭게 다른 일을 있는 동안 아기는 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분이 일하는 동안 아기를 마룻바닥에 내려놓고 아기로 하여금 앉아 있게 하거나 엎드려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평의 자세로 기어 다닐 준비를 하면서 아기가 아주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가까이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엄마 대신 보행기가 아기와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낸다면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것은 분명 퇴보를 가져올 것이다.


언어 발달

여러분의 아기에게 이야기를 걸면서 보여줄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을 대신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앞 장에서 논의했듯이 생후 1년은 아기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가운데 언어가 가진 소리를 배우고 흥미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시기이다. 아기는 자궁 안에서 수태된 지 5개월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아기가 듣는 대부분의 소리는 엄마의 몸 안에서 나는 소리이거나 엄마가 말할 때 들리는 체내의 진동이다. 그러다가 임신 후반기가 되면 자궁이 크게 확장되기 때문에 이때 비로소 아기는 밖의 소리를 조금은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태교를 주장하면서 '출생 전의 세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엄마의 배에 부착할 수 있는 특별한 이어폰이 있는 음악테이프나 메시지테이프 등을 부모들에게 팔고 있다. 이렇게 하면 태어날 아기의 앞으로의 언어발달과 수학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슈타이너가 말했듯이, 여러분은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눈을 발달시킨다고 자극을 주는 일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마찬 가지로 제인 힐리도 "우리가 이 주제에 관해 좀 더 알게 될 때까지는 태아에게 지나친 자극과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 있게 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할 것이다. 여러분이 편안한 상태에서 뱃속의 태아에게 말을 걸어 주고 노래를 불러 주며 부드럽게 흔들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좋다. 하지만 태아에게 무엇인가 배우게 하려는 '압력'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 깊게 반성해보아야 한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여러분이 이 주제에 관련해서 어떤 선전들의 유혹을 받고 있다면 제인 힐리의 다음 글을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부모의 지나친 자극에 관련해서 우리는 다음의 실험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이 실험에서 엄마 오리의 뱃속에 있는 아기 오리들은 보통과 달리 아주 강한 소리의 자극(소음)을 들으며 자랐다. 그 뒤 태어난 아기 오리들은 엄마 오리가 부르는 소리를 잘 구별하지 못했고, 이상한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여러분이 녹음기를 틀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면 '아주 커다란 소리를 내는 감각적인 경험'은 아마도 인간의 아기에게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산부인과 전문의 조언

이 책의 저자보다 더 신랄하게 태교를 비판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다. 국내에서 고위험 임산부, 다태아 분만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태교는 의학적 실체와 근거가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어라.'는 임신한 여성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를 위해 엄마들은 태아와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어주고, 음악을 들려주는가 하면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심지어 수학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잘하기를 위해 영어 책을 읽어 주는 엄마도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그는 태교를 통해 아이의 인지 능력이 발달하고 정서가 안정된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도 없다고 한다. 또한 태교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에 관한 잘못된 정보도 너무 많다며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흔히 임신 12주 이후를 ‘안정기’라고 부른다. 유산의 80%가 12주 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임신·출산에 관한 오해'이다. ‘안정기’라는 건 12주 이후 유산 확률이 감소한다는 의미지, 이때까지 안정을 취하라는 게 아니다. 자연유산의 80%는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하는데, 태아 자체 문제로 생기는 경우가 많고 50% 정도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다. 즉 발달 단계에서 꼭 필요한 유전자가 결핍된 태아가 특정 단계를 넘지 못하는 거다. 엄마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애당초 문제가 있는 태아이다. 조산 역시 자궁 내 감염처럼 임신부의 활동과 관계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임신 이후에도 임신 전과 똑같이 생활하는 게 좋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류를 방해한다는 얘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의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태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과도하게 몸에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면 태아의 건강에 해로운 건 거의 없다. 전자파나 환경호르몬, 미세플라스틱 같은 것들을 걱정하는 엄마도 많은데, 이 중에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건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자궁으로 가야 할 혈액이 근육으로 가서 태아 곤란증(호흡·순환 기능이 저하된 상태)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건강한 임산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루 30분 정도는 운동하는 게 좋다. 활동 안 하고 누워만 있다고 유산이나 조산이 줄어든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1980년대에 결론 난 이야기이다. 온종일 누워 있는 사람과 평소대로 생활한 사람을 비교했는데,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과도하게 안정을 취하는 건 오히려 득 보다 실이 많다. 한두 달만 누워 있어도 임신부의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안정기가 되어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간다. 근육량이 감소해서 잘 걷지도 못한다. 기운이 없어서 활동량이 줄어들고, 활동량이 줄면 근육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안정을 취하는 게 임신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도한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임신 중 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분만 과정이나 출산 이후에도 애를 먹을 수 있다. 혈관 내 피가 응고되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혈전증의 위험도 커진다. 임신·출산에 관한 또 다른 오해는 먹는 것과 관련 있다. ‘약 먹으면 장애아를 낳는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입덧(註)이 심하거나 감기에 걸려도 끙끙대며 참는 임신부가 많다.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 많은데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약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은 1% 미만이다. 가능하면 약을 쓰지 않는 게 좋지만 ‘약은 절대 먹지 않겠다’는 것도 잘못된 태도이다.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면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임신 기간을 훨씬 더 편하게 보낼 수 있다.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입덧 같은 건 약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좋다. 입덧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괴로운지. 그래서 산모의 남편에게도 꼭 얘기한다. 온종일 배를 탄 것처럼 속이 울렁대니까 최대한 편하게 해 주라고. 물론 입덧을 할 때 음식물 섭취를 조절하는 게 도움 된다. 세 번 먹을 걸 열 번에 나눠 먹고, 물도 한 번에 마실 걸 서너 번에 나눠 마시고. 입에 당기고, 속이 편한 음식이 있으면 가리지 말고 먹으면 된다. 입덧이 심하면 열량 높고 수분 많은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하지만 먹는 거로도 해결 안 되면 그때는 약을 쓰는 게 좋다. 입덧 약은 1980년대에 개발되어서 40년 넘게 써왔다. 그만큼 안정성이 입증되었다. 임신 초반과 후반에 나타나는 속 쓰림이나 변비 등에도 안전한 약이 있다. 허리통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도 마찬가지이다. 항생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백신(註)도 대부분 임신부들이 접종할 수 있다. 다만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증상에 맞는 적절한 약을 처방받고 예방 접종에 대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한편 약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영양제도 안 먹는 임신부들이 있는데, 엽산과 철분제(註)는 꼭 먹어야 한다. 특히 엽산은 임신을 준비할 때부터 먹어야 한다. 또한 태아 건강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 D 섭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유를 하루에 두 잔 이상 마신다면 따로 칼슘을 먹을 필요는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치즈, 요거트 같은 낙농 제품, 시금치, 상추 같은 짙은 잎채소, 정어리 같은 생선 섭취를 권한다. 이 외에도 임신·출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너무 많다. 즉 ‘임신했을 때 매운 거 먹으면 안 된다’ ‘잘 때 왼쪽으로 누워 자라’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매운 건 맛이 아니고 통각이라서 엄마가 통증을 느낀다고 아이한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왼쪽으로 누워 자면 태반에 연결된 탯줄에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태아가 건강해진다는 건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이런 속설과 오해는 결국 엄마에게 죄책감을 주고, 임신에 대한 기억을 안 좋게 만들 뿐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유전자를 물려주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한 거다. 그리고 예비 엄마들이 태교를 제대로 못했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굳이 시간을 내어 태교 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만으로 세상의 누구보다도 더 잘 자랄 수 있다."


(註) 입덧은 임신 초기에 음식을 먹으면 구역질이 나고 구토를 하는 증상이다. 임신부 약 70퍼센트가 경험한다. 특정 음식을 생각하거나 냄새만 맡아도 증상이 나빠진다. 침이 많이 나와 하루 종일 컵이나 화장지를 들고 다니거나 물 한 컵도 제대로 못 마시는 임신부도 있다. 입덧의 원인은 호르몬의 변화 혹은 심리적인 요인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입덧은 보통 임신 4~5주부터 시작해서 9주경에 가장 심해졌다가 이후 점점 가라앉는다. 하지만 개인차가 매우 크다. 드물게는 임신 중기 이후까지 지속되기도 하며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다가 임신 말기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입덧을 임신 중에 거치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면 안 된다. 어떻게든 줄여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증상을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상당 부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적은 양의 음식을 여러 번 나누어 먹고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그만 먹는 것이다. 이 방법은 물을 포함한 음료수에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임신부는 먹을 당시에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물 한 컵을 한 번에 마신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는 속이 불편하다고 느끼거나 토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공복인 상태만으로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달지도 고소하지도 않은 별 맛이 없는 과자를 옆에 두고 조금씩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먹던 영양제를 끊는 것도 많은 경우 도움이 된다. 입덧이 있어도 먹어야 하는 이유는 태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임신부 자신 때문이다(임신 10주경 태아 크기는 5센티미터 정도이고, 무게는 10그램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임신부가 먹지 않더라도 아기가 자라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제대로 먹지 못하면 기운이 없고 생활 자체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어떤 음식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칼로리를 공급해 주면서 필요한 만큼 수분 섭취를 할 수 있으면 된다. 과일만 혹은 과자만 먹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개인차가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다. 입덧이 심하더라도 태아의 건강과는 관계없다는 점이 다행이다. 오히려 입덧 증상이 있을 경우 자연 유산이 적게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입덧이 없어지는 상태를 유산 증상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임신부도 있다. 걱정이 된다면 태아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입덧 증상은 갑자기 무 자르듯이 없어지지 않는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사라진다. 어느 날부터 증상이 없어져 끝났으려니 했는데 그다음 날 다시 증상이 좋아졌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나빠졌다고 너무 실망하지도 말라고 말해준다. 임신 11~12주를 넘어서면서 대부분 좋아지며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회복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입덧은 증상이 경하다고 해도 토할 것만 같은 구역감이 하루 종일 계속되기 때문에 매우 괴로운 상태이다. 하루 종일 흔들리는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입덧을 하는 임신부에게 제일 나쁜 것은 남들도 다 하는 입덧을 당신만 유난스럽게 한다는 식의 남편, 주위 사람의 태도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이해와 격려가 증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입덧으로 고생하는 임신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註) 엽산은 비타민의 일종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에 많이 들어 있지만 식사로 필요량을 채우기 어려운 영양소이다. 엽산의 효과가 처음으로 입증된 것은 신경관결손증의 예방이다. 헝가리 의사 치이젤은 신경관결손증 아이를 분만했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루 4밀리그램 엽산을 복용한 군에서 먹지 않은 군보다 신경관결손증의 발생이 70퍼센트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신경관결손증의 가족력이 없더라도 엽산을 복용하는 것이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엽산은 복합 비타민에 섞여 있는 형태가 아닌, 단독으로 먹는 것이 좋다. 복합 비타민으로 먹게 되면 엽산을 필요한 양만큼 복용하려면 여러 알을 먹어야 하고 그러면 필요 이상의 지용성 비타민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엽산은 임신 전부터 임신 12주기까지 먹기를 권하는데, 태아의 뇌와 척수를 형성하는 신경관이 임신 직후부터 발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0.4밀리그램(400마이크로그램)부터 4.0밀리그램까지 다양한 용량이 시판되고 있는데 어느 용량이 더 도움이 되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엽산의 용량보다는 엽산을 먹느냐 안 먹느냐가 중요하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정량을 복용하면 된다. 또한 철분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더라도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임신 전체 기간 동안 철 성분으로 약 1그램(1,000밀리그램) 정도가 필요하다. 300밀리그램이 태아와 태반 등에 사용되고 임신부의 혈액 증가에 따른 필요량이 500밀리그램, 그리고 나머지가 임신 기간 중 몸에서 배설되는 양이다. 임신 초기부터 철분제를 먹는 경우도 있으나, 초기에 빈혈이 없다면 임신 20주부터 먹으면 충분하다. 철분제의 용량이 많으면 효과가 좋을 수 있으나, 용량에 비례해서 효과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흡수되어 적혈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양은 임신부의 상태, 철분제의 종류 혹은 복용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분제의 흡수를 고려하면 아침 식사 전이나 공복에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C와 함께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철분만 들어 있는 일반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 복합 영양제 형태로 들어 있는 것보다 낫다. 복용 영양제로 필요한 만큼의 철을 섭취하려면 엽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영양소를 너무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철분제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되거나 변비, 설사 등이 생길 수 있다. 부작용이 심하면 복용 간격을 늘리거나 자기 전 또는 식후 복용으로 바꾸고, 그래도 불편하면 철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철분이 많이 든 음식으로는 간, 살코기, 달걀, 푸른 채소와 말린 콩 등이 있다. 흡수와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동물성 철분이 더 우수하다. 임신부가 철분제를 먹는 것은 태아를 위해서가 아니다. 임신부가 심한 빈혈 상태라도 태아의 혈색소는 거의 정상이다. 따라서 임신부의 건강을 위해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빈혈이 심하면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또한 분만 과정에서 어느 정도 출혈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피를 준비해 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註) 백신은 현대 의학의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이다. 백신의 접종은 감염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병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 대부분은 임신부들도 접종할 수 있다. 간염(A형, B형) 백신 등 불활성화된 백신은 임신 중에 맞더라도 태아에게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1차 혹은 2차 백신을 접종한 후에 임신이 되었더라도 예정된 시기에 추가 접종을 해도 된다. 간염 항체가 없는 임신부는 간염에 노출될 위험 정도에 따라 예방 접종을 할 수도 있다. 그 위험률이 높다면 임신 중이라고 해도 B형 간염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생백신은 임신 시에 권고되지 않는다. 생백신이란 살아 있는 균,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생백신은 풍진 예방을 위한 풍진 백신이다. 태아 기형을 걱정해 예전에는 임신 초기에 풍진 예방을 접종했던 임신부에게 유산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신 직전이나 임신 초기에 임신인 줄 모르고 풍진 백신을 맞았던 임신부를 추적 관찰한 결과 태아 기형은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 풍진 백신을 맞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이외의 생백신으로는 홍역, 볼거리, 소아마비, 황열, 수두, 천연두 등이 있다. 수두는 임신 초기에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풍진과 마찬가지로 태아에게 기형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생백신이 태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생백신을 권하지는 않는다. 독감 예방 주사는 임신 시기에 관계없이 모두 맞아야 한다. 임신부가 독감에 걸리면 더 심하게 앓고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한다. 또한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아이를 낳을 예정이면 예방 주사를 맞아 임신부의 체내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태아에게 넘어가 아이도 생애 첫해 독감에 대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다. 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생기려면 3주는 걸리므로 미리 맞아 두어야 태아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백일해의 발생이 늘고 있어서 백일해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모든 임신부에게 백일해 예방 접종을 권했고,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도 동일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은 3~5년에 한 번씩 큰 유행처럼 백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수준의 유행은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추가 접종 시기에 예방 주사를 맞지 않으면 주기적인 유행의 가능성이 항상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임신부가 백일해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은 아이에게 면역 기능을 주기 위해서이다. 신생아는 2. 4, 6개월에 백일해 예방 주사를 맞는데, 태어나서 맞는 예방 주사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백일해에 걸릴 수 있다. 임신부가 예방 접종을 하면 항체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태아에게 넘어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임신 30주경에 예방 접종을 했을 때 항체생성 효과가 가장 높았다. 태아에게 충분한 양의 항체를 넘겨주기 위해 매 임신마다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 임신부들이 맞는 백일해 예방 주사는 Tdap이다. Tdap의 T는 파상풍, d는 디프테리아, ap는 개량된 백일해를 나타낸다. 그리고 대문자 T는 영유아에게 사용하는 예방 주사인 DTaP 용량과 같다는 것을 의미하고 소문자 d, p는 용량을 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량된 백일해 예방 주사는 이전에 세균을 불활성화시켜 현탁액으로 만들었던 백신과는 다르게 화학적 처리를 해 독소를 불활성화시키고 세균의 일부분만을 포함해 만들어진다.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는 유지되면서 합병증의 발생을 현저하게 감소시켰음을 확인했다. Td는 평생 동안 10년 주기로 접종해야 한다. 이전에 Tdap을 접종한 적이 없는 청소년, 성인은 Td를 접종할 시기에 Tdap을 접종할 때 하면 된다. 남편을 비롯해 아기를 자주 접할 사람들은 신생아에게 백일해를 옮기지 않기 위해 Tdap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적어도 출산 2주 전에는 맞아야 한다.

(출처: "더중앙플러스", "작은 변화에도 걱정이 많아지는 예비 엄마들에게", 전종관, 2021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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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목소리가 언어발달을 촉진한다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를 제일 좋아하고 태어난 직후부터 엄마의 소리를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할 것이다. 엄마가 아기에게 말을 걸면서 줄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을 대체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리고 아기는 항상 엄마의 얼굴에 관심 있다. 예를 들어 옷을 갈아입히면서 아기에게 이야기를 걸어 준다면 엄마는 아기에게 사랑에 찬 자극과 언어 발달의 본보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생후 4개월 즈음에 이름을 불러 주면 아기는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을 것이다. 이 단계가 언어 이전에 이해하는 단계(pre-language comprehension)이다. 왜냐하면 어떤 이름이든 아기는 똑같이 기분 좋은 반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즐거운 시간일 경우에 말이다. 생후 8개월이 되면 아기는 아마도 몇 가지 특별한 단어들에 반응할 것이다. 엄마, 아빠, 아기, 바이바이 같은 몇 가지 단어가 그에 포함된다. 높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아기는 더 좋아하고 그 목소리가 리드미컬하고 음악적이면 특히 더 기분 좋은 반응을 한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권에서 옛날부터 지금까지 아기에게 늘 자장가나 동요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운율이 맞는 시나 동요 역시 아기가 깨어서 집중하고 있을 때 들려주면 아주 좋다. "웃는 아기: 전래 동요들을 되살려하는 이유(The Laughing Baby: Remembering Nursery Rhymes and Reasons)"에서 앤 스코트(Anne Scott)는 전 세계의 전래 동요와 자장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아 발달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라 나이별로 그 전통들을 한데 묶었다. 또한 자장가나 전래 동요를 부르는 본능적인 행동이 과학적인 면에서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여러분이 어린 시절에 들었던 전래 동요나 자장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런 책들을 통해 여러분은 직관을 얻거나 이 오래된 놀이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를 해주는 시간이다. 어떤 부모들은 자기에게는 "음악적 소질이 없다."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흥얼거릴 수 있는 능력 정도는 다 갖고 있다. 몇 마디 단어나 한두 개 정도의 음조로 아주 간단한 노래 정도는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법이다. 저는 자발적으로 아이들에게 짤막한 노래를 지어서 '그들 각자의 노래'로 불러 주었다. 아들의 노래는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 작은 아기야. 귀엽고, 귀여운 작은 아기야.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 작은 아기야. 귀여운 작은 아기야."라는 노래이다. 이런 노래는 작곡이나 작사를 하는 데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반면 그 노래는 아들을 평온하게 하는 데 아주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또한 제 자신을 평온하게 하는 데에도 똑같은 효과가 있었다. 아들이 짜증을 부리거나, 가게가 문을 닫기 전에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가야 할 경우처럼 긴장이 되는 상황에서 저는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차는 끔찍할 만큼 밀렸고 가게에서는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면서 서두르고 있었다. 또 가게문을 닫는다는 안내방송까지 들렸다. 그 순간 저는 "귀여운 작은 아기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약간 놀랐다. 왜냐하면 제 품 안에는 아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제 자신을 위해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긴장되는 상황을 가라앉히기 위한 자동적으로 반응으로 말이다. 어린이용 하프 같은 간단한 악기는 아기의 잠을 재울 때 매우 부드러운 효과를 낸다. 부모들은 그 악기로 어린 아기에게 음악적인 요소를 기억나게 해 줄 수 있다. 그 악기는 오음계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조율되어 있어서 특별한 천상의 음을 낼 수 있다. 거기에는 잘못된 음조가 없다. 언어 발달의 또 다른 부분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아기의 능력이다. 생후 4개월이 되면 아기는 자주 소리를 내며 놀기 시작하는데, 어떤 때는 입에 침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아기가 소리를 내며 노는 이런 즐거움은 그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시기에 아기가 혼잣말하는 소리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듣는 것은 부모에게 아주 즐거운 일일 것이다. 아기들은 모든 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똑같이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능력을 가지고 아기는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을 모방함으로써 자기 주위의 언어와 그 소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왜 조기교육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마리아 몬테소리와 루돌프 슈타이너는 어린아이들에게 지적인 공부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몬테소리는 아이는 몸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몬테소리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에게 기하학적인 모형과 무게가 다양한 저울추 같은 것을 통해 개념들을 가르치기 위해 특별한 교구(장난감으로 불릴 않는다)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갈이(젖니가 빠지고 간니가 나는 일)가 시작되기 전에는 아이에게 개념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이의 몸이 충분히 발달해 어렸을 때 몸의 성장을 위해 쓰였던 강렬한 에너지가 지능과 기억을 위해 쓰일 만큼 자유로워질 때까지 아이는 상상력, 모방, 움직이면서 하는 놀이, 손가락 놀이, 수공예, 미술적 활동 같은 창조적인 놀이를 해야 한다고 슈타이너는 강조한다. 슈타이너는 7살 무렵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들에 주목하면서, 아이에게 너무 일찍 지적인 공부를 시킴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정한 영역을 서둘러 발달시킬 수 있는 아이도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아이가 본성적으로 지닌 내적 시간표를 어른이 맘대로 간섭하게 되면 다른 영역에 부정적인 결과를 끼칠 위험이 있다. 여러분이 아이의 지능과 기억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불러내 서둘러 일을 시키면, 태어나서 7년 동안 몸의 발달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가져다 쓴 셈이 된다. 어린아이의 몸의 발달에 활발히 쓰이는 그 힘은 나중에 지적인 활동을 위해서 쓰이는 힘과 같은 힘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발달에서 이런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면, 아이는 일생 동안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초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어린 시절 동안 아이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며 지능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중이다. 슈타이너가 말한 바는 단순히 아이의 지능에 직접적인 방식으로 말을 걸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로 하여금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모방을 통해 배우도록 격려하라는 의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태아 시절에 사람의 눈은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외부 세상의 물리적인 태양 빛이 태아의 눈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이와 똑같은 의미로 이갈이가 시작되기 전에는 기억력을 형성시키기 위한 훈련 같은 외적인 교육을 시켜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에게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되 외적인 방법으로 기억력을 발달시키려 애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시기 동안 아이의 기억이 자유롭게 그리고 저절로 드러나는 방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유치원 시기보다 더 일찍 읽기를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아기들은 플래시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조건반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뇌 발달과 관련한 연구에서 제인 힐리는 언어 발달이 기초가 되어야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아이는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읽기와 쓰기가 잘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당신 아이의 마음"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심지어 아기들조차 반복해서 제공되는 두 개의 자극에 조건 반사 반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배움은 아이에게 진정한 의미를 가지 못하며, 뇌와 관련해서도 그런 배움에 가장 알맞은 부분 대신에 적절하지 못한 대뇌 피질 한 부분이 사용될 수가 있다. 사실 어떤 식으로든 배움을 강제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두뇌의 낮은 체계를 사용하게 할 우려가 있다. 진정으로 그 일을 수행하는 수준 높은 체계는 아이에게 아직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일(읽기 같은 일)과 배움을 위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체계 대신 낮은 두뇌 영역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큰 문제를 낳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아기조차도 단어를 인식하는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기는 그것이 형성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것을 읽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인식을 위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거대한 저장 창고에서 필요한 것을 꺼내 사용하면서 그 단어를 읽는 것이 아니다. 많은 유치원 아이들 역시 자극-반응 유형을 이용하면 무엇인가를 가르칠 수 있다. 만약 그 일이 충분히 간단하고 어떤 사람이 그 일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자 한다면 인간의 뇌는 거의 어떤 것이든지 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두뇌 능력-그리고 아마도 신경 연결 능력-은 진정한 지능을 형성하는 기초를 교묘하게 방해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앞으로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제인 힐리는 정말로 일찍 읽기를 배우는 재능을 타고난 아이는 읽기를 배우는 일에 강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아이들은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는데, 그 아이들은 사고와 언어를 연관시키는 본능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읽기 수업을 받지 않고도 어른이나 큰 아이들이 책을 읽어 주는 일을 통해 읽기를 배우는 재능 있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제인 힐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읽기와 관련된 문제들은 너무 일찍 읽기를 강제로 가르치려고 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다. 많은 권위주의자들은 7살 나이에는 이제 공식적이고 정규적인 읽기 수업이 시작되어야 할 때라고 믿고 있다. 여러 다른 나라에서 행해진 연구들에는 5살 아이와 7살 아이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하면 7살 아이들이 5살 아이들보다 좀 더 빨리 그리고 행복하게 배우고 있으며, 반면 5살 아이들은 읽기에서 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치원 아이들이나 그보다 더 어린아이들에게 연습 문제를 풀게 하거나 베끼기를 하게 하는 일 역시 많은 교육자들과 발달 심리학자들에 의해 비난받고 있다. 제인 힐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7살 미만의 아이들이 문장을 베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의미 있는 베끼기는 두 가지나 세 가지 양식들(보기, 느끼기, 움직이기, 때로 단어를 듣기)을 조절할 수 있는 두뇌의 성숙을 요구한다. 어린아이들은 기계적인 수준에서 베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의미와 관련을 맺을 두뇌의 회로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기다리도록 하라. 이 시기의 아이들은 공부를 위해 책상 앞에 억지로 앉혀 두어서는 안 된다. 지금 바쁘게 발달하고 있는 그 아이들의 두뇌는 밖에 나가서 무엇인가를 하면서 배우게 해야 하며, 낮은 수준의 기술을 연습시켜서는 안 된다." 피아제와 슈타이너와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은 발달과 사고 과정은 다양한 관계를 겪어 나간다고 지적한다. 가장 최근의 두뇌 연구는 실제로 두뇌가 차츰차츰 발달하는 과정을 겪으며 그 단계마다 특별히 구별할 있는 특징들을 각기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뇌 발달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서 제인 힐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인간의 두뇌에게 '억지로 무엇인가를 시키게 되는 일'은 전혀 필요하지도 않고 어떤 이로움도 없다. 걸음마를 하는 아이에게 교육용 소프트웨어 같은 가술적 산물을 성공적으로 팔고 있는 지금 시대는 우리가 어린 시절의 발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분명히 드러낸다." 단계를 빨리 뛰어넘으려고 하고 무엇인가 배우게 하려는 일은 낮은 수준의 두뇌 영역을 사용하게 하는 일이다. 또한 일찍 공부를 시키는 일 역시 아이의 감정과 관련해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제인 힐리는 "좀 지나치게 공부를 많이 하는 반에 있는 4살, 5살, 6살 아이들은 덜 창의적이고, 좀 더 두려움이 많아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눈에 띄는 중요한 이득을 얻는 것 같지 않았다. 체계화된 '놀이'가 중심인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좀 더 배우는 일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발달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공부에 있어서의 성취와 더불어 창조성에 관해서도 조사한 연구가 있는데, 그 연구는 대중적인 읽기 스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한 후에 아이는 눈에 띌 정도로 창조성이 감소 헸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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