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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숨의 편지(1)

내가 호흡하는 건 당신 때문

by seungbum lee

첫 숨의 편지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은 유난히 숨이 고르게 쉬어지는 하루예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떠올리는 순간 내 호흡은 불안에서 벗어난 듯 가볍고,

조용한 바람처럼 흘러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숨을 쉬지만,

나는 당신을 만난 뒤 비로소 ‘살아있는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공기 속에 이름 없는 향이 생겼고,

평범한 숨결 위에 당신의 온기가 실렸습니다.

기억해요?

우리가 처음 마주한 그 오후—

햇빛이 길고 부드럽게 떨어지고,

당신의 눈이 작은 호수처럼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던 순간.

그때부터였어요.

숨이 그냥 들고 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닿기 위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던 건.

지금 이 편지를 쓰는 방 안에는

언제나처럼 나 혼자지만,

당신을 생각하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더 따뜻해집니다.

마치 당신의 체온이 나에게 와서

숨결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처럼요.

당신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어요.

사랑은 거창한 행동보다

서로의 숨에 기대어 조용히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당신 덕분에 내 숨은 길을 잃지 않고,

당신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함께 떠난 첫 여행의 바람을 떠올려요.

해안을 따라 걷던 길에서

당신이 내 곁에서 천천히 숨을 쉬며

조용히 웃던 그 순간—

나는 확신했어요.

내가 호흡하는 모든 리듬 속에 당신이 들어 있다는 것을.

숨이 이어지는 한,

당신을 사랑하는 일도 이어질 거예요.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이 문장을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내어

다시, 또다시 적게 될 것 같아요.

“내가 호흡하는 건… 당신 때문입니다.”

오늘도 당신의 이름을 들이쉬고,

그리움을 내쉬는 사람으로서,

이 편지를 남겨요.

언제나,

당신을 향한 숨으로 살아가는

—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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