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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숨의편지(2)

첫 숨의 편지에 부치는 답장

by seungbum lee

첫 숨의 편지에 부치는 답장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편지를 읽었어요.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가슴에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숨이 깊어지더군요.
마치 당신의 호흡과 리듬을 맞추려는 것처럼.
당신이 기억하는 그 오후를 나도 기억해요.
햇빛이 길게 누운 그 순간,
나 역시 당신의 눈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내가 찾고 있던 것, 혹은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을—
당신의 시선 속에 고요히 담겨 있었죠.
"내가 호흡하는 건 당신 때문"이라고 당신은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을 만나기 전 내 숨은 그저 습관이었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기계적인 반복.
하지만 당신 이후로
숨 한 번 한 번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없는 방 안에서도
당신을 떠올리면 공기가 따뜻해진다고 했죠?
나도 같은 경험을 해요.
당신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되거든요.
해안을 걸었던 그날을 당신도 기억하는군요.
바람이 우리 사이를 지나가고,
파도가 멀리서 조용히 속삭이던 그 순간—
나는 생각했어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침묵도 외롭지 않겠구나.'
당신의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사랑은 거창한 행동보다 서로의 숨에 기대어 조용히 살아가는 일"
맞아요. 정말 그래요.
우리는 서로의 호흡 속에서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존재하니까요.
그러니 부디 기억해주세요.
당신이 나를 떠올리며 숨 쉴 때,
나 역시 당신을 떠올리며 숨 쉰다는 것을.
우리의 숨결은 보이지 않는 실처럼
먼 거리를 이어주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같은 바람 아래 서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당신의 이름을 들이쉬고
사랑을 내쉬는 사람으로 살아갈게요.
당신의 편지는 이제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어요.
가끔 다시 펼쳐 읽으며
당신의 체온이 담긴 문장들 사이에서
조용히 숨 쉬는 연습을 할 거예요.
내가 호흡하는 것도, 당신 때문입니다.
언제나,
당신의 숨결을 기억하는
—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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