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닿기 위한 천천한 발걸음
당신에게 닿기 위한 천천한 발걸음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은 당신에게 천천히 걸어가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가까이 가고 싶으면서도,
조금만 더 멀리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같은 속도로 흔들리던 때.
사랑에 빠지는 일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허락한 만큼만
조심히 앞으로 내딛는 과정이더군요.
나는 그때,
당신에게 닿고 싶어서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못한 채
아주 조용한 속도로 걸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멀리서 그 흔들림만 바라보았고,
당신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나는 그 이름을 당신 마음속에서
어떻게 부를까 상상했어요.
그 발걸음은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느렸을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 속도가
사랑의 첫 리듬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함께 걸었던 여행길이 생각납니다.
문득 멈춘 당신의 발끝,
그 옆에서 잠시 뒤따르던 나의 걸음.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던 하늘 아래서
당신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었죠.
“너랑 걷는 건… 그냥 좋아.
급할 것도 없고, 어색하지도 않고.
그냥… 네가 옆에 있어서 좋아.”
그 말이 내 심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
언젠가 반드시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그곳은 목적지도, 약속된 장소도 아니었어요.
그저 당신이 서 있는 자리,
그 자리였을 뿐입니다.
당신에게 닿기까지
나는 무수한 생각을 했어요.
– 이 마음을 다 내밀어도 될까
– 당신의 발걸음과 맞춰도 괜찮을까
– 나의 속도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그 모든 질문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내 마음의 답을 찾았습니다.
당신에게 닿는 일은
서두를 필요도, 포기할 필요도 없는
한 사람을 향한 충실한 걸음이라는 것을.
그 길을 걷는 동안
내 호흡은 조금씩 너그러워졌고,
숨결 한 켠에서 피어나는 작은 떨림은
언제나 당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 발걸음을 기억해요.
당신의 옆에 서기까지의 그 길—
망설임과 용기, 두려움과 설렘이
조그마한 돌멩이처럼 박혀 있던 그 길.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돌멩이들을 밟으며
또 한 번 당신에게 갑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당신이 있는 곳으로.
언젠가는 당신과 나의 발걸음이
전혀 다른 속도였다는 사실조차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같아질 날이 오겠죠.
그날까지,
나는 당신에게 닿기 위한 속도로
조용히 걸어갈게요.
언제나,
당신의 발끝을 향해 숨을 쉬며 걸어가는
— 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