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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126)

위기의 학당

by seungbum lee

위기의 학당
사흘 전, 강지윤이 운영하는 학당(學堂)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李 선생, 이게 무슨 짓이오?"
일본인 督學 다나카 슌스케가 교무실로 난입했다. 그의 손에는 한글로 쓰인 교재가 들려 있었다.
"이제 모든 수업은 日本語로 진행해야 한다고 여러 번 통보했소! 그런데도 당신은 여전히 조선어로 가르치고 있지 않소?"
이산갑은 침착하게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다나카 선생, 아이들이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 보충적으로 설명하는 것뿐입니다."
"거짓말! 학생들을 심문했소. 당신은 단군조선의 역사를 가르치고, 한글의 우수성을 역설하고, 심지어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소!"
다나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당신 같은 불령선인(不逞鮮人)은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오. 지금 당장 헌병대에 고발하겠소!"
그때, 교무실 문이 열리며 한 소년이 뛰어들어왔다. 산돌이었다.
"先生님! 큰일 났습니다! 순이가..."
"조용히 하지 못해!"
다나카가 소리쳤지만, 산돌은 멈추지 않았다.
"순이가 신사참배를 거부했다가 일본인 교사한테 뺨을 맞았습니다!"
이산갑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교실로 향했다. 다나카가 뒤따라왔다.
3학년 교실에는 열두 살 소녀 순이가 볼을 붙잡고 울고 있었고, 일본인 여교사 요시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오?"
이산갑이 차분하게 물었다.
"이 아이가 천황폐하께 경의를 표하지 않았습니다. 神社參拜는 臣民의 의무인데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요."
요시다가 일본어로 대답했다.
순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저... 저는 하느님을 믿어요. 다른 신에게 절할 수 없어요."
"뭐라고? 감히 천황폐하를..."
요시다가 다시 손을 들려는 순간, 이산갑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요시다 선생, 아이는 종교의 자유를 말하고 있소. 이것은 체벌할 일이 아니오."
"李 선생! 당신도 불경죄로 고발하겠어요!"
교무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나카와 요시다는 헌병대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쳤고,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날 저녁, 이산갑은 자신의 서재에 앉아 깊은 고민에 잠겼다. 창밖으로는 일본 헌병들의 순찰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가다간 학당이 폐쇄되고, 아이들은 完全히 奴隸敎育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무력으로 저항하자니 無辜한 백성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고...'
책상 위에는 半쯤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만주의 독립군 동지들에게 보내려던 것이었다. 그는 붓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바로 그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先生님, 저 산돌입니다."
이산갑이 창문을 열자, 산돌이 급히 속삭였다.
"한도회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한재호 동지가 홍범도 장군의 밀명을 가지고 물뫼산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 밤 子正(자정)에 용바위 동굴에서 긴급회의가 있습니다."
이산갑의 눈빛이 빛났다.
"알았다. 準備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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