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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달빛 사이 (7)

겨울

by seungbum lee

겨울이 왔다. 눈이 내렸다. 하얀 눈송이들이 세상(世上)을 덮었다.
민준의 수능(修能) 성적(成績)이 나왔다. 예상(豫想) 보다 좋았다. 원하는 대학(大學)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준아, 축하(祝賀)한다!"
온 가족(家族)이 기뻐했다.




"감사(感謝)합니다. 다 가족(家族) 덕분이에요."
"네가 노력(努力)한 거지."
며칠 후, 더 큰 소식(消息)이 있었다. 수연이 아기를 낳을 시간(時間)이 다가온 것이다.
"어머니! 진통(陣痛)이 시작(始作)됐어요!"
수연의 남편에게서 전화(電話)가 왔다.
"지금 병원(病院)으로 갑니다!"




정숙과 진수, 민준은 서둘러 병원(病院)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세 사람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병원(病院)에 도착(到着)했다. 수연은 분만실(分娩室)에 있었다. 가족(家族)들은 밖에서 기다렸다.
시간(時間)이 흘렀다. 한 시간, 두 시간. 기다림은 길었다.
"괜찮을까?"
정숙이 걱정(擔憂)스럽게 말했다.
"괜찮을 거야. 우리 수연이 강한 아이잖아."
진수가 아내의 손을 잡았다.





민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하얀 세상(世上)이었다.
그때, 분만실(分娩室) 문이 열렸다.
"축하(祝賀) 드립니다! 건강(健康)한 여자아기입니다!"
간호사(看護師)의 말에 세 사람은 환호(歡呼)했다.
"정말요?"
"네, 산모(産母)도 아기도 모두 건강(健康)합니다."
잠시 후, 수연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피곤해 보였지만 행복(幸福)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는 작은 생명(生命)이 안겨 있었다.
"어머니..."
"수연아, 수고(受苦)했어. 정말(正-) 잘했어."
정숙은 눈물을 흘리며 딸을 안았다.
"우리 손녀(孫女) 보자."
진수가 아기를 조심(操心)스럽게 안았다. 작고 따뜻한 생명(生命)이 그의 품에 있었다.
"아이고, 우리 손녀. 할아버지가 많이 사랑(愛)해줄게."
진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준도 조카를 안아보았다.
"누나, 조카 진짜 예쁘다!"
"그렇지? 삼촌(三寸) 닮았어."
"에이, 누나 닮았지!"
가족(家族)들은 웃었다. 새 생명(生命)의 탄생(誕生)은 모두를 행복(幸福)하게 했다.
그날 밤, 병원(病院) 창밖으로 달이 떠올랐다. 눈 내리는 밤하늘에 달은 더욱 밝았다.
"저 달 봐요."
수연이 말했다.
"정말 밝네."
모두가 창가로 모였다. 이제는 여덟 명이 되었다. 정숙, 진수, 수연, 수연의 남편, 민준,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
"이 아기도 크면 저 달을 볼 거예요."
"그럼, 우리가 본 것처럼."
"그리고 이 아기에게도 이야기해 줄 거예요. 가족(家族)의 사랑(愛)에 대해서."
달빛이 여덟 명을 비췄다. 햇살과 달빛처럼, 따뜻하고 은은한 빛이었다.
에필로그
그로부터 이십 년이 흘렀다.
봄날의 햇살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진수와 정숙은 이제 칠십을 넘긴 노인(老人)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맑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현관문이 열리고 스무 살이 된 손녀 지은이가 들어왔다. 수연의 딸이었다.
"지은아, 어서 와!"
"오늘 대학(大學) 합격(合格) 발표(發表) 났어요!"
"정말? 어떻게 됐니?"
"합격(合格)했어요!"
"아이고, 우리 손녀! 축하(祝賀)한다!"
정숙은 손녀를 꼭 안았다.
잠시 후, 온 가족(家族)이 모였다. 수연과 남편, 민준과 그의 아내, 그리고 민준의 아들. 이제는 열 명이 넘는 대가족(大家族)이 되었다.
거실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할머니, 우리 가족(家族)은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지은이가 물었다.
정숙은 잠시 생각(生覺)했다.
"그건 말이야, 우리가 서로를 사랑(愛) 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언제나 함께했기 때문이지."
"함께요?"
"응,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는 항상(恒常) 함께였어. 같은 햇살을 받고, 같은 달을 보면서."
지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이 되었다. 온 가족(家族)이 함께 식사(食事)를 했다. 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幸福)으로 빛났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였을 때, 민준이 기타를 꺼냈다. 이제는 중년(中年)이 된 그였지만 여전히 기타를 즐겼다.
"아빠, 그 노래요!"
민준의 아들이 말했다.
"알았어."
민준은 줄을 튕겼다. 부드러운 선율(旋律)이 흘러나왔다. 이십 년 전, 그가 누나의 태교(胎敎)를 위해 연주(演奏)했던 바로 그 곡이었다.
지은이는 눈을 감고 들었다. 아빠가 자신을 위해 연주했던 그 곡. 비록 기억(記憶) 하지는 못하지만 어딘가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밤이 왔다. 모두가 창가로 모였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떠올랐다. 여전히 밝고 아름다운 달이었다.
"저 달이야."
정숙이 말했다.
"네?"
"우리 가족(家族)을 지켜봐 온 달이란다. 네 엄마가 태어나던 날도, 시집가던 날도, 네가 태어나던 날도, 그리고 오늘도. 언제나 저 달은 우리를 비춰줬어."
"와..."
지은이는 감탄(感歎)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가끔 저 달을 보면 생각(生覺)한단다. 우리 가족(家族)이 모두 건강(健康)하고 행복(幸福)하기를. 그리고 언제나 서로를 사랑(愛)하며 살기를."
온 가족(家族)이 달을 바라보았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같은 달을 보았다.
달빛이 그들을 비췄다. 햇살처럼 따뜻하고, 달빛처럼 은은한 빛이었다.
그 순간, 모두의 마음에 같은 생각(生覺)이 떠올랐다.
'우리는 가족(家族)이다. 언제나 함께다.'
창밖에서 봄바람이 불어왔다. 진달래 꽃잎이 날렸다. 새로운 계절(季節)이 시작(始作)되고 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가족(家族)의 사랑(愛). 그것은 햇살과 달빛처럼 영원(永遠) 히 빛날 것이었다.

"가족(家族)은 햇살과 달빛과 같다. 낮에는 따뜻한 햇살로 우리를 감싸주고, 밤에는 은은한 달빛으로 길을 비춰준다. 그 빛은 시간(時間)이 흘러도, 계절(季節)이 바뀌어도, 세대(世代)가 지나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이 바로 가족(家族)의 사랑(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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