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이 왔다. 민준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을 앞두고 있었다. 온 가족이 그를 응원(應援)했다.
시험(試驗) 전날 밤, 가족(家族)들은 민준의 방에 모였다.
"민준아, 너무 긴장(緊張) 하지 마."
아버지가 말했다.
"네, 아버지. 최선(最善)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充分)해."
"힘내! 우리 민준 잘할 거야!"
수연이 응원했다. 이제 배가 제법 나온 그녀는 밝게 웃었다.
"누나, 고마워. 조카한테도 멋진 삼촌(三寸) 모습 보여줘야지."
"우리 아기도 응원(應援)하고 있어!"
정숙은 아들에게 따뜻한 물을 건넸다.
"긴장(緊張) 풀고 푹 자렴. 내일은 평소(平素)처럼 하면 돼."
"네, 어머니."
가족(家族)들은 민준을 안아주고 방을 나왔다. 민준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족(家族)의 사랑(愛)이 느껴졌다. 그 힘으로 내일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밖으로 달이 보였다. 밝은 달이었다. 민준은 달을 바라보며 생각(生覺)했다. '누나도 저 달을 보고 있겠지. 온 가족(家族)이 같은 달 아래 있구나.'
다음날 아침, 정숙은 일찍 일어나 아들의 아침을 준비(準備)했다. 찹쌀떡과 엿을 챙겼다. 합격(合格)하라는 의미(意味)였다.
"민준아, 이거 먹고 가."
"고마워요, 어머니."
진수도 일찍 일어나 아들과 함께 시험장(試驗場)으로 향했다.
"아버지, 떨려요."
"괜찮아. 넌 잘할 거야. 아버지가 믿는다."
"네, 최선(最善)을 다하겠습니다."
시험장 앞에서 진수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힘내라, 아들."
"네, 아버지."
민준은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진수는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언제 이렇게 컸나. 어제까지 어린아이 같았는데.
집으로 돌아온 진수는 아내와 함께 기도(祈禱)했다.
"우리 아들 잘하게 해 주세요."
"건강(健康)하게 시험(試驗) 잘 치르게 해 주세요."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부모(父母)의 마음은 하나였다.
수연도 전화(電話)를 걸었다.
"어머니, 민준이 시험(試驗) 잘 보고 있겠죠?"
"그럼, 우리 민준이 잘하고 있을 거야."
"저도 여기서 기도(祈禱)할게요."
"고맙다, 수연아."
온 가족(家族)이 민준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그것이 가족(家族)이었다. 한 사람의 일이 곧 모두의 일이 되는 것.
시험(試驗)이 끝나고 민준이 돌아왔다.
"어떻게 됐니?"
정숙이 다급히 물었다.
"음... 잘 본 것 같아요. 평소(平素)대로 했어요."
"그래, 잘했다. 수고(受苦)했어."
진수가 아들을 안았다.
그날 저녁, 온 가족(家族)이 모였다. 수연도 남편과 함께 왔다. 축하(祝賀) 겸 격려(激勵)의 자리였다.
"민준아, 정말(正-) 수고(受苦) 많았다."
"오빠, 축하(祝賀)해!"
"이제 좀 쉬어라. 그동안 너무 고생(苦生)했어."
민준은 가족(家族)들의 따뜻한 말에 눈물이 났다. 지난 일 년의 고된 시간(時間)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 순간, 모든 것이 보람(報-) 있었다.
"가족(家族)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제가 힘낼 수 있었어요."
"우리가 더 고맙지."
식사(食事)를 하며 웃음꽃이 피었다. 햇살이 저물고 저녁노을이 하늘을 물들였다. 그리고 밤이 왔다. 달이 떠올랐다.
"또 달이 밝네요."
수연이 말했다.
"응, 오늘따라 더 밝은 것 같아."
민준이 대답했다.
일곱 명이 창가에 모였다. 정숙, 진수, 수연, 수연의 남편, 민준. 그리고 수연의 배 속 아기. 일곱 명이 함께 달을 바라보았다.
"이 달을 보면 우리가 언제나 함께라는 걸 느껴요."
수연이 말했다.
"그래, 우리는 언제나 함께야. 가족(家族)이니까."
정숙이 대답했다.
달빛이 일곱 명을 비췄다. 은은하고 따뜻한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