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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달빛 사이 (4)

결혼식

by seungbum lee

결혼식(結婚式) 당일, 햇살이 유난히 밝았다.
아침 일찍부터 집안이 분주했다. 수연은 화장(化粧)을 하고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마치 공주(公主)처럼 아름다웠다.
"수연아, 정말 예쁘다."
정숙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화장 다 번져요."
"그래도 눈물이 나는구나."
모녀는 꼭 안았다.



삼십 년 가까이 함께한 시간(時間)들이 스쳐 지나갔다.
식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진수는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가 잘 키웠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전 세상(世上)에서 가장 행복(幸福)한 딸이에요."
"그 말 들으니 아버지는 됐다."
진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식장에 도착했다. 하객(賀客)들이 가득했다. 친척(親戚)들, 친구(親舊)들, 직장(職場) 동료(同僚)들. 모두가 수연의 결혼을 축하(祝賀)하러 왔다.
식(式)이 시작(始作)되었다.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수연이 아버지 팔을 잡고 입장했다. 버진로드를 걷는 동안 수연은 가족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민준은 꾹 참고 있었지만 눈가가 붉었다. 친척들은 축복(祝福)의 박수를 보냈다.
신랑 앞에 섰다.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평생(平生)을 함께할 사람.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수연은 새로운 인생(人生)이 시작(始作)되는 것을 느꼈다.
주례(主禮)의 말씀이 이어졌다.
"결혼(結婚)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尊重)하고 사랑(愛)하며 평생을 함께하십시오."
신랑 신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이 끝나고 피로연(披露宴)이 시작되었다. 하객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수연은 행복했다.
하지만 가장 의미(意味) 있는 순간은 가족 사진(寫眞)을 찍을 때였다. 네 사람이 나란히 섰다. 진수, 정숙, 수연, 민준. 사진사(寫眞師)가 말했다.
"자, 웃으세요!"
하지만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괜찮습니다. 이대로도 아름답네요."
사진사가 셔터를 눌렀다. 플래시가 터졌다. 그 순간이 영원(永遠)히 기록(記錄)되었다.
피로연이 끝나고 수연은 잠시 가족들과 단둘이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 아버지, 민준아. 그동안 정말(正-) 고마웠어요."
"우리가 더 고맙지. 좋은 딸로 자라줘서."
정숙이 딸을 안았다.
"누나, 행복(幸福)하게 살아."
민준이 말했다.




"너도. 공부(工夫) 열심히 하고."
"응, 누나 자랑(自慢)스러운 동생 될게."
진수는 딸의 어깨를 잡았다.
"수연아, 힘들면 언제든 집에 와. 여기는 항상(恒常) 네 집이니까."
"네, 아버지."
마지막 포옹이 길었다. 네 사람은 서로를 꼭 안았다. 그 온기(溫氣)가 평생(平生)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저녁이 되어 수연은 신랑과 함께 새 보금자리로 향했다. 차 창문으로 손을 흔드는 가족들이 보였다.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수연은 눈물을 흘렸다.
"괜찮아요?"
신랑이 물었다.
"네, 괜찮아요. 그냥... 감사(感謝)한 마음이에요."
신랑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길이었다.




그날 밤, 수연의 옛집에서는 세 사람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집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수연의 웃음소리가 없는 집은 너무나 조용했다.
"이제 우리 셋이네."
정숙이 말했다.
"그러게. 적응(適應)해야겠어."
진수가 대답했다.
민준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떠올랐다. 밝고 큰 보름달이었다.





"저 달을 누나도 보고 있을까?"
민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럼, 보고 있겠지."
정숙이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머니, 저도 나중에 결혼(結婚)하면 이렇게 슬퍼요?"
"슬프지. 하지만 그것도 행복(幸福)이란다. 자식(子息)이 좋은 사람 만나 새 가정(家庭)을 꾸리는 건 부모(父母)의 가장 큰 기쁨이거든."
세 사람은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한 달이 흘렀다.
어느 일요일 오후, 현관문이 열렸다.
"어머니! 아버지!"
수연의 목소리였다. 정숙은 부엌에서 뛰어나왔다.
"수연아!"
"어머니, 보고 싶었어요!"
모녀는 꼭 안았다. 한 달이 마치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잘 지냈니?"
"네, 잘 지냈어요. 시어머니도 너무 좋으시고, 남편도 잘해줘요."
"다행(多幸)이구나. 그게 제일 중요(重要)한 거야."
진수와 민준도 나왔다. 가족 네 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었다. 사위(四位)도 함께였다.
"장인어른, 장모님,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수고(受苦) 많았어요."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신혼(新婚) 생활(生活) 이야기, 새 집 이야기, 직장(職場) 이야기. 웃음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민준아, 너는 요즘 어때?"
수연이 동생에게 물었다.
"괜찮아. 모의고사(模擬考査) 성적(成績)도 올랐어."
"우와, 역시 우리 오빠! 그 조자(調子)로 계속 해."
"누나가 응원(應援)해주니까 힘이 나네."
남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父母)의 마음도 따뜻했다.
저녁이 되었다. 정숙은 수연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저녁상을 차렸다. 다섯 명이 둘러앉은 식탁은 예전보다 더 풍성(豊盛)해 보였다.
"역시 어머니 음식이 최고(最高)예요!"
수연이 감탄(感歎)했다.
"많이 먹어. 시집가서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아니에요, 시어머니도 잘 해주세요. 그래도 어머니 손맛이 그립긴 했어요."
식사(食事)를 하며 나누는 대화(對話)는 평범(平凡)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愛)은 깊었다. 햇살이 지고 저녁노을이 창문을 물들였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데 수연이 어머니를 도왔다.
"어머니, 제가 없어서 힘드시죠?"
"괜찮아. 민준이가 도와주더라."
"정말요? 우리 오빠가?"
"그래, 네가 없으니까 자기가 해야 한다고. 많이 컸어."
"다행(多幸)이에요. 걱정(擔憂)했는데."
"너도 이제 네 가정(家庭) 잘 꾸려. 그게 어머니 소원(所願)이야."
"네, 어머니. 꼭 그렇게 할게요."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이 왔다. 달이 떠올랐다. 여전히 밝고 아름다운 달이었다.
"수연아, 달 봐."
진수가 창가를 가리켰다.
"와, 정말 밝네요."
온 가족이 창가에 모였다. 다섯 사람이 나란히 서서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다섯 사람의 얼굴을 비췄다.
"이 달을 보면 우리가 다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수연이 말했다.
"그래, 어디에 있든 같은 달을 보는 거니까."
정숙이 딸의 손을 잡았다. 수연은 남편의 손도 잡았다. 민준은 누나의 다른 손을 잡았다. 진수는 아내와 사위의 손을 잡았다. 다섯 사람이 손을 맞잡고 달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햇살과 달빛처럼 따뜻하고 은은한 행복(幸福)이 다섯 사람의 마음을 채웠다. 가족(家族)이라는 것. 함께 있을 때도, 떨어져 있을 때도 서로를 생각(生覺)하고 사랑(愛)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生)의 가장 큰 의미(意味)였다.
"수연아."
"네, 아버지?"
"행복(幸福)하니?"
"네, 정말(正-) 행복해요. 아버지 덕분에, 어머니 덕분에, 민준이 덕분에, 그리고 이 사람 덕분에."
"그럼 됐다. 그게 아버지가 바라던 전부(全部)야."
진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숙도 눈물을 닦았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요. 약속(約束)이에요."
수연이 말했다.
"약속(約束)."
다섯 사람이 함께 대답했다.
밤이 깊어갔다. 수연과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현관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다음 주에 또 올게요."
"그래, 언제든 와. 여기는 네 집이니까."
"네, 어머니."
수연은 가족들을 한 명씩 안았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각자의 품에서 느껴지는 온기(溫氣)가 달랐지만 모두 소중했다.
"안녕히 가세요."
"네, 들어가세요."
차가 출발했다. 정숙, 진수, 민준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차 안에서 수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가족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愛)은 결코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여보, 괜찮아요?"
남편이 물었다.
"네, 괜찮아요. 아니,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가족(家族)이 있고, 당신 같은 사람과 함께하니까."
"저도 행복(幸福)해요."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창밖으로 달빛이 비쳤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거실에 앉았다.
"오늘 정말(正-) 좋았지?"
정숙이 말했다.
"응, 수연이가 행복(幸福)해 보여서 다행(多幸)이야."
진수가 대답했다.
"누나 정말 예뻐 보였어요."
민준이 덧붙였다.
"우리 잘 키웠어."
"그래, 잘 키웠지."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비록 한 명이 떠났지만 가족(家族)의 사랑(愛)은 여전했다. 아니,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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