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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141)

청지기의 기억

by seungbum lee

청지기의 기억
오상호가 안방으로 들어가 돈을 가져오는 동안, 이산갑은 산돌에게 말했다.
"산 돌아, 저분이 바로 진짜 어른이시다. 말은 적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
"어르신, 오 아제께서는 산감님 아버님의 청지기셨다고요?"
"그렇다. 우리 아버님께서 생존하실 때, 오 아제는 가장 신뢰받는 청지기셨지.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맡아하셨어."
이산갑의 눈에 그리움이 어렸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말씀하셨다. '오상호는 의리 있는 사람이니, 어려울 때 찾아가거라'라고. 그 말씀을 지금까지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오늘 찾아오신 거군요."
"그렇다. 오 아제는 포졸 출신 어른들과도 교류가 깊으시다. 그분들의 정보망이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바로 그때, 오상호가 보자기에 싼 돈을 들고 나왔다.
"여기 있소. 천 원 정확히 들어있소."
이산갑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고맙습니다, 아제.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라니. 우리 모두 한 배를 탄 사람들 아니오?"
오상호가 이산갑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선생, 학당 일이 요즘 어떻소? 왜놈들이 심하게 감시한다고 들었소만."
"그렇습니다. 다나카라는 독학이 눈에 불을 켜고 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형편입니다."
"조심하시오. 이 선생이 쓰러지면, 이 지역의 독립운동도 큰 타격을 입소."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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