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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142)

3.1운동의 기억

by seungbum lee

3·1운동의 기억
오상호가 잠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1919년 3월... 벌써 십칠 년이 지났구려."
그의 목소리에 회상이 묻어났다.
"그때 나는 오십 줄이었소. 영광 장터에 수백 명이 모였지. 나는 포졸 시절 알던 어른들과 함께 앞장섰소."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
"왜놈 헌병들이 총을 들이댔지만,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소. 그리고..."
오상호의 손이 떨렸다.
"나는 체포되었소. 헌병대로 끌려가 온갖 고문을 당했지. 손톱을 뽑히고, 물고문을 당하고, 전기고문까지..."
"아제..."
"하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소. 함께 만세를 부른 동지들의 이름을 단 한 명도 대지 않았소."
이산갑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제의 그 희생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삼 년의 옥고를 치르고 나왔을 때, 나는 폐인이 다 되어 있었소. 다리는 절게 되었고, 건강도 망가졌지."
오상호가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살아있었소.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지. 그래서 다짐했소. 살아있는 한 계속 싸우겠다고. 비록 총을 들 수는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싸우겠다고."
"그래서 농사를 지으시며 자금을 마련하신 겁니까?"
산돌이 물었다.
"그렇소, 젊은이. 나는 땅을 일구며 생각했소. 이 땅에서 나는 곡식을 팔아 독립군에게 총을 사주겠다고.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독립운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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