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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벌레

by seungbum lee

아름다운 벌레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지만
나는 본다, 네 작은 날개의 떨림을
무지갯빛 비늘 가루가
아침 햇살에 부서지는 순간을

징그럽다는 말 뒤에 숨겨진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를
더듬이로 세상을 더듬으며
너는 네 길을 가네, 묵묵히

나비가 되기 전 애벌레의 꿈틀거림도
반딧불이의 초록빛 등불도
무당벌레 등껍질의 붉은 점도
모두 자연이 쓴 작은 시

미물이라 불리는 너희들이
실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기둥
흙을 살리고 꽃을 피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춤추는 존재들

아름다움은 크기에 있지 않고
존재 자체에 있음을
작은 벌레여, 너는 가르치네
생명은 모두 경이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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