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획은 그럴싸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2

#곰팡이

by Ted 강상원

#곰팡이


하루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식빵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식빵을 씹는 도중 혀끝에서 비릿한 쓴맛이 났다. 자세히 보니 식빵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당장 다른 식빵들을 확인했는데 하나 같이 곰팡이가 군데군데 생겼다. 매일 마트에 가서 장 보는 것이 귀찮아 한 번에 여러 봉지를 산 것이 화근이었다. 나 자신이 한심했다. 어쩔 수 없이 식빵을 다 버려야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식빵 한 봉지씩 뜯어가며 곰팡이가 핀 부분을 떼어냈다. 멀쩡한 부분만이라도 남겨놔야 했다. 그렇게 퍼런 부분, 녹색을 띠는 부분, 검게 변한 일부를 조각조각 떼어 냈다.


식빵 위로 보이는 곰팡이가 멍든 것처럼 보였다. 멍든 상처처럼 보이는 부분을 하나하나 떼어낼 때마다 울컥한 무언가가 서서히 올라왔다. 식빵에 붙어있는 멍을 떼면 그 멍이 내 몸에 옮겨 붙는 것 같았다. 한 덩이, 한 덩이 떨어질 때마다 주먹으로 한 대씩 맞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집에 연락하고 싶었다. 부모님께 보낼 메시지를 몇 번이나 쓰고 지웠다. “너무 배가 고픈데, 고기반찬이 너무 먹고 싶은데 어떻게 용돈 조금만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엄마 미안한데 용돈 조금만 보내 줄 수 있어?” 부모님께 10만 원만 보내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으로 순간의 생활은 조금 나아졌을 것이다. 당장의 맛있는 끼니와 배부름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두려웠다. 그렇게 얻은 배부름이 내 안의 패배감을 더 키울 것 같았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견뎌내고, 버티고 싶었다. 속으로 ‘괜찮다, 괜찮다’를 반복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식빵을 뜯고 뜯었다.


‘내가 원했던 호주에서의 삶은 이게 아닌데. 어느 정도 고생할 각오를 했지만 이렇게 궁상떨고 있을 줄이야. 이 지지리 궁상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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