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자존감에는 날개가 없다2

#오사카

by Ted 강상원

#오사카


나는 호주에서. 그녀는 일본에서. 우리는 매일 연락을 주고받았고, 영상통화를 하며 각자의 삶을 위로했다. 퇴근 후 우리는 모니터를 통해 서로 마주 보았다. 밤새 이야기했다. 그렇게 그녀를 향한 감정이 짙어져 갔다.


시간은 지나 어느덧 내 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왔다. 원래 계획한 동남아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되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모든 여행 일정을 뿌리치고, 일본행 비행기를 끊었다. 그녀를 향해 깊어진 내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정말 그녀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녀를 직접 만나면 내 감정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사카의 한 편의점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일본에서 한 달여의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그녀의 직장까지 함께 걷고, 그녀가 퇴근하고 나면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녀의 일상을 들었다. 자녀를 향한 그녀의 그리움을 감싸 주려 노력했다. 그렇게 그녀를 향한 내 감정을 차곡차곡 확인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무렵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 그녀가 늘 타보고 싶어 했던 오사카의 빨간 관람차 안에서 그녀가 평소 갖고 싶어 했던 목걸이를 건넸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관람차 밖으로 예쁜 야경이 오사카의 밤을 수놓고 있었다.


귀국하는 날 그녀와 점심을 먹었다. 그녀가 평소 좋아했던 한국 노래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주었다. 며칠 전 그녀가 부탁한 일이었다. 노래 가사 말을 적은 종이 사이에 편지를 끼워 넣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영영 그녀와 헤어질 것 같았다.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밤새 담아냈다. 사랑한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행복했으면 하는 내 진심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녀에게 편지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그저 노래 가사를 번역한 것이라며 종이를 건넸다. 내가 귀국한 다음 날 그녀는 종이 틈 사이에 있는 편지를 발견했고, 그날 밤 보고 싶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당시 한국에서 대학을 마쳐야 했다. 30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학교를 다니는 일이 부끄러웠다. 동기들은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만 홀로 뒤처진 것 같았다. 호주에서 보낸 2년이 미웠고, 후회됐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로 엄습해 왔다.


그녀는 일본에 갓 취직한 상태였다. 남편과 이별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루빨리 자리 잡아 필리핀에 있는 아들과 딸을 일본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매일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던 나날이었다. 서로가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와 연인이 되고 싶다 말했고, 그녀는 그런 나를 계속 밀어냈다.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우리의 관계는 진전이 없는 채 감정만이 깊어졌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그녀가 한국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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