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h Tree(소원나무)
필리핀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해 온 그녀였다. 한국 음식, 문화, 역사 등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녀 안에 쌓여 왔었다. 그녀는 상기된 표정으로 나와 서울을 여행했다. 먹고 싶었던 음식, 가보고 싶었던 곳, 한국에서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나며 그녀는 여행 내내 행복 해 했다. 차가운 바람이 스쳐가는 추운 겨울이었지만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따뜻한 웃음을 나눴다.
여행 중 하루는 그녀가 안 좋은 소식을 접했다. 그녀의 딸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날 유독 심하게 올라와 발열과 구토 증상을 보였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녀는 자신을 책망했다. 딸이 아플 때 옆에 엄마로서 있어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는 그녀를 위로했고, 앞으로도 그녀가 힘들 때마다 항상 옆에 있을 거라는 얘기를 했다. 사랑한다 했다. 그녀에게 다시 고백했다.
그녀에게 재차 고백했을 때 그녀는 나에게 키스를 건네려 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겁이 났다. 그녀의 감정이 정확히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애정이 바탕이 된 키스는 아닌 것 같았다. 불안한 자신을 감싸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 같았다. 지금 키스한다면 우리가 쌓아온 서사와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녀에게 입 맞추는 상상을 수없이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 오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의 아픈 표정이 나를 더욱더 아프게 했다.
다음날 그녀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그녀의 오사카행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며 3일간의 짧은 여행을 이야기했다. 잊지 못할 한국 여행을 선물해 줘 고맙다며 내게 미소를 건넸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해 간단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던 와중 그녀는 내 어깨너머 있는 소원 나무를 발견했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인천공항의 작은 이벤트성 물품이었다. 우리는 각자 소원을 적어 메달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서로가 원할 때 적은 소원을 말하기로 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는 소원을 적었다. 그녀가 무슨 소원을 적었는지 그때는 몰랐다. 출국 게이트에서 서로를 안아주며 인사했다. 10분 후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보고 싶어(I mi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