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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디 Nov 18. 2023

우리반 새로운 루키에 대해서


 지난 목요일 아침이었다. 수업을 준비하는 아침 8시 40분 경, 현재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은 교권이 강조되는 시기라 선생님들은 저마다 학교로부터 교원안심번호를 받는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노출하지 않고도 학부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예전 멋모르고 내 핸드폰 번호를 학부모들에게 알린 적이 있었는데 이 당시 나는 학부모로부터 카톡 프사 검열 마저 받아봤다.

우리 엄마도 내 카톡 프사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는데 왜! 싶은 마음이었는데 학교에서 교원안심번호를 주니 감사할 뿐이다.


아침에 오는 연락은 보통 출결을 알리기 위한 것이기에 별 생각없이 나는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현재 엄마 입니다.]


네~ 현재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 그것은 아니구요. 혹시 오늘 오후에 전화 상담 가능할까요?]


 갑작스러운 전화 상담 신청이라니. 아이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생긴걸까?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런 일은 보통 좋은 사인이 아니기에 나는 현재 어머니에 전화의 이유를 물었다.

현재 어머니의 답은 현재가 요새 아침마다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상담을 신청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현재가 요새 학교 오기를 싫어하는구나, 라는 말을 들은 나도 같이 기분이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사실, 나도 요새 학교 오기가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전화 드리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약간 심란해진 마음과 함께 지금껏 작성해온 수업일지를 되짚어봤다. 현재는 우리반에서 어떤 학생인가?


 현재는 우리반 학생이다. 현재는 현재 우리반 반장이며 장난기가 많은 남자 아이다.


현재는 유튜브를 많이 본다. 빵빵이의 일상이라는 채널을 좋아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빵빵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현실에서 그대로 따라하는 놀라운 아이다.


4학년 2학기가 접어드는 지금,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내게 차가운 반항의 눈빛을 보여주는 현재는 사춘기의 초입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은 내게 큰 심적 고통을 주고 인내를 요구한다. 예전 속담 중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한 말이 왜 생겼을까에 대해 깨닮고 있다.

이 사실을 왜 대학 입학을 결정할 때 알지 못했을까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별 방법이 없다.

물론 지금이라도 길을 틀 수는 있지만 몇 년째 받아온 200 언저리의 작고 소박한 월급은 나를 이 현실에 안주하게 해주었다.

취업도 어려운 이 차가운 시대에 배부른 소리라고는 생각하지만 간사한 인간이라 그런지 원망과 후회의 소리만 하게 된다.

그저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마친 성인으로써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를 교대에 밀어넣은 엄마에게 원망을 늘어놓는 것이다. 엄마! 미안해!  


 현재는 수업시간에 바르게 앉지 않는다. 우리반은 잡담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남여를 번갈아서 앉고 있는데 현재는 특유의 사교성과 쇼맨쉽으로 자신과 대각선에 위치한 남자아이들과 활발하게 교류한다. 이는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몸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90도 완벽하게 돌아서있고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친구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속삭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한다. 내가 앞에서 수업 활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을 때도 들리는 그 대화 소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싶은 나의 마음에 돌맹이를 던진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나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고 딴청을 피우는 이에게 마음이 잘 가지 않듯이 내가 앞에서 가르치겠다고 수업내용을 열심히 떠들고 있을 때 몸을 돌리고 딴세상이라는 듯 친구와 잡담을 나누는 학생에게도 역시 마음은 닫힌다. 팽팽하게 당겨진 인내의 끈을 열심히 흔들어 제끼는 수많은 아이들, 그럴 때에는 시야를 흐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아이들을 잡고 싶지 않다. 바르지 못한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말 한 마디에 경찰에 신고당하고 법정에 서는 이 세상에서 왜 내가 굳이 리스크를 져야 하는가?

 안전성을 중요시 여기는 교직사회에서 이는 사람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내 새끼 아니다, 네 새끼다. 라는 말을 염불처럼 외며 그저 흐린 눈 하기에 바쁘다.

 다만 이는 내 수업을 방해하지 않을 때에 한한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아, 책상 위에서 지우개로 뭘 만들든, 하루종일 수업을 듣지 않고 낙서를 하든, 뭘 하든 좋으니 제발 내 수업만 방해하지 마!


아이들은 학교에 하루 8시 30분부터 1시 40분까지 5시간의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동안 신나게 장난치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웃는 얼굴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 학생도 있겠지만 무엇하나 배워서 집에 가고 싶은 아이들도 우리반에는 있다. 수업을 듣지 않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현재가 특히 나에게 지적을 받는 이유는 특유의 강력한 성량과 높은 음색, 그리고 유튜브에서 학습한 여러가지 밈들에 있었다. 빵빵이의 일상이라는 만화에서 빵빵이는 악!!!!!!!!!!! 이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현재는 불편한 상황이 생길 때 거리낌없이 교실에서 소리를 높였다. 신나는 일이 생길 때에는 책상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두들겨 샷건을 치고 최근에는 빵빵이에서 나온 허니~ 오 허니~ 많이 보고싶억!!!!!!!!!! 라는 노래를 쉬는 시간마다 불러댔다.


 나는 수업시간에 기록한 수업 방해 내용과 이제껏 현재와 갈등이 있었던 아이들의 기록지 등을 정리하며 현재 어머니와의 전화를 준비했다.

현재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시고 현재도 이런 몇 가지 행동들만 빼면 귀엽고 밝은 학생이지만, 그렇지만…

언젠가 내가 이 말을 당당히 학부모에게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머니, 저도 현재때문에 학교 오기가 싫습니다.


복권에 당첨된다면, 언젠가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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