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루키에 대해서 -2
오후 1시 40분, 아침부터 나를 긴장시켰던 현재의 어머니와 통화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평소라면 즐거웠을 아이들의 하교 후인데 이런 통화가 기다리는 날은 이 시간이 달갑지가 않다.
현재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보낸다.
어머니 통화 가능하실까요?
그리고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의 어머니와의 통화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가 최근 아침에 학교를 가기 싫다는 표현을 하며 최대한 늑장을 부리다가 등교를 한다.
현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생님에게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고 선생님과 하교 후에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것 같은데 혹시 현재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수업 방해를 하는 편이냐? 현재는 지적을 받으면 더 틀어지는 성격이니 최대한 지적을 덜 해주셨으면 한다.
가 대화의 요지였다. 아들을 가진 어머니의 입장으로 이해는 가지만 수업시간 현재를 감당해야 하는 나로써는 할말이 많았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사실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이었다면 현재의 수업 태도를 보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가 말을 한다고 해서 현재의 수업 태도가 바뀌고 껄렁껄렁하던 아이가 칼로 자른듯한 바른 학생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지적을 해봤자 아이와 나 사이의 감정이 상하고 더 나아가 학부모와 나의 감정이 상한다면
굳이 해봤다 입만 아픈 말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버렸다. 보고도 안. 본 척 회피할 스킬이 필요한데 경력도 짧고 성미도 급한 나는 말을 해버리고 만다.
아이를 지적하고,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시대에 선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성격인 것 같다.
아이를 지적하지 말아달라는 현재의 어머니에게 나는 현재가 그렇게 지적을 많이 받는다면
그 지적을 해야하는 나의 에너지 소모와,교사로써 내가 가지고 있는 수업권이 침해당하며,
현재가 지적을 받는 동안 수업을 받지 못하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역시 침해당하고 있음을 말한 후,
혹시 어머님이 현재의 학교생활을 보고싶다면 동영상을 촬영해서 보내드릴 수 있다고 희망여부를 물은 후,
알겠다. 현재를 문제행동을 보고도 최대한 지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역시 입바른 소리를 못한다. 이 시대에 선생 쉽게 못할 성격이다.
오늘도 살아남음에 감사한다.
그래서 오늘, 현재는 어떤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가?
놀랍게도, 현재의 수업태도가 좋아졌다.
수업시간을 가리지 않고 악!! 하는 소리를 지르던 것도 쉬는 시간에만 한정되었고
나와의 관계도 좀 좋아졌다. 현재의 유머는 어른인 나를 웃기기도 한다.
사실 학교에서만 맞지 않는 것이지 현재는 밝고 사교적이고 자신감있고 재밌는 아이다.
현재가 사회인으로 성장한다면 나는 현재가 건강하고 자신의 몫을 하는 어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딱딱한 학교 안, 선생과 학생의 관계로 우리가 만났다는 것이다.
아는 언니의 아이나, 우리 언니의 자식이나, 아는 선생님의 아이였다면
나는 실컷 현재를 귀여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선생인지라, 나는 현재에게 여러 듣기 싫은 말들을 해야 한다.
미안하다. 현재야. 선생님은 너가 훌륭하게 자랄 거라고 생각해.
이 네모난 세상에서 태어난 것을 원망하자 우리.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white의 명곡 네모의 꿈이 생각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