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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 사람은 놔주질 못했죠.

이별을 그렇게 보내주고 있나 보다.

by 버디나라 나홍석

드라마 에스콰이어에서. 변호사 윤석훈(이진욱)의 고백.

"현재의 그 사람은 쉽게 놔줬는데, 과거의 그 사람은 놔주질 못했죠." 이혼한 전 부인에 대한 설명이다.


첫사랑과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대부분 몇 번씩은 이별의 경험이 있으리라.

혼자서 잠깐 짝사랑하다 스스로 포기하는 가벼운 경우도 있을 거고, 청천벽력 같은 이별통보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져 몇 날 며칠을 찾아가서 애걸복걸하던 아픈 경험도 있을 거다. 이별의 순간,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고, 그 사람은 시선을 피하며 컵만 만지작거린다. 무슨 말이 나올지 오는 내내 짐작할 수 있었고, 막상 현실이 되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헤어질 때는 그런 저런 사정으로, 또는 그럴만한 이유로 헤어져서 이제는 관련 없는 사이가 되었다. 과거에 좋아했던 그리고 사랑했던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치던 강의실, 서서히 마음이 커져가던 시간, 그 사람이 자주 지나가는 길에서 기다리던 두근두근했던 시간들. 그 사람과 걸었던 그 길 그 벤치, 같이 보았던 영화, 맛집이라 줄 서서 먹었던 그 식당, 가로등 아래서 수줍었던 첫 입맞춤, 같이 지냈던 그리고 사랑했던 모든 시간들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있다.


헤어질 때 서로의 가슴을 날카롭게 후벼 파던, 다시는 안 볼 생각에 모진 말들을 내뱉은 독한 순간들은 애써 잊으려 한다. 미안해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랬다.

그렇게 헤어진 이를 우리는 붙잡지 못한다. 이미 알기 때문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고통은 잊어야 하기에. 그래야 살아갈 수 있기에. 그래서 우리는 헤어질 때의 시간은 놔주고 그 옛날 서로 사랑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그날의 이별을 그렇게 보내주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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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 온다는 걸..." 김필《다시 사랑한다면》中

다시 사랑한다면.. - 김필 - (가사 有) 원곡: 도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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