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N 년 차, 김쿼카는 현재의 생활이 꽤 만족스러웠다.
아기 캥거루처럼 부모님의 품에 꼭 붙어 지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혼자서 서툴게나마 하나씩 해나가며 삶을 조금씩 꾸려가고 있다.
폭닥한 이불, 투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식기, 따뜻함이 묻어나는 나무 벽과 테이블.
작은 공간이어도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채워가며, 나만을 위한 보금자리를 가꾸는 일들은 뿌듯함과 설렘을 느끼게 했다.
물론, 모든 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건 때로 버거웠다. 숨만 쉬어도 돈은 나가고, 벌레가 나타나면 대신 잡아줄 이도 없었다. 사회가 생각보다 냉혹하다는 것도, 혼자일 때 더욱 실감 났다.
쿼카는 순간순간을 부딪쳐가며 홀로 살아가는 삶을 적응해 나갔다. 그 안에서 나름의 행복도 찾았다.
하지만 딱 하나.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게 있었다.
바로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적적함’이다.
분명 현재의 삶이 좋았지만 가끔씩 가족들과 투닥거리며 복작이던 시간들이 그리웠다. 퇴근 후 적막 속에서 가만히 있을 때는 어딘가 마음이 쓸쓸하기도 했다. 대부분을 집에서 홀로 일하다 보니 마음이 힘든 날이면 더 불쑥 찾아오는 감정이었다.
그런 적적함은 김쿼카에게 오늘도 눈치 없이 찾아왔다.
이 동물은 알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몸도 마음도 처질게 뻔하다는 걸. 그래서 쿼카는 한쪽 구석에 있는 서랍장 문을 열며 미뤄뒀던 정리를 시작하였다. 그 뒤에도 한참을 이곳저곳 부지런히 움직이며 찾아온 불청객을 애써 무시했다.
***
다음 날 저녁,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걸어가던 중 화원 앞 작은 다육식물들이 보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귀여워 다육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던 그때, 옆에서 나지막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은 말이야... 손이 많이 가지 않아. 물은 가끔, 햇살 좋은 자리에 조용히 놓아두면 알아서 잘 자라.”
쿼카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옆엔 너구리 화원 사장님이 서 있었다. 사장님은 다육이를 두 손에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혼자 지내는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지. 말 없고, 먹을 것도 거의 안 먹고, 대신 곁에 조용히 있어주는 재주가 있거든.”
그리고 약간 뜸을 들인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면…
이런 친구 하나 들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
쿼카는 말끝에 사장님이 조심스레 내민 다육 식물을 가만히 받아 들었다. 그렇게, 계획에도 없던 작은 친구 하나와 함께 집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에너지 고갈 모드라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침대나 바닥에 누웠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손에 들고 있는 아이의 거처를 정해줘야 됐기 때문이다.
집 안 곳곳을 두리번거리다 책상 뒤 창가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두라고 하셨으니까 저기다 둬야겠다!’
쿼카는 생각을 마치자마자, 책상 한 켠에 조심스럽게 다육 식물을 내려뒀다.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할 생명체기에 고민하다 호빵 같이 둥근 모습에 호호라고 이름도 지어줬다.
호호를 바라보다 문득 예전에 식물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떠올랐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 집에서 함께 살아갈 생명체라 쿼카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열심히 돌봐줄게. 호호야. 잘 부탁해.”
***
호호와 함께한 지 어느덧 몇 달.
쿼카는 여전히 홀로 일하고, 가끔 지치고, 잊을 만하면 적적함이 찾아오는 날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적막 속에 어딘가 ‘따뜻한 숨결’이 감돌았다.
책상 한 켠, 햇살 아래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호호.
크게 바뀐 건 없지만, 혼잣말을 건네는 일이 많아졌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조금은 덜 쓸쓸했다.
쿼카는 집에서 쉬거나 일하는 중에도 자연스레 호호를 살폈다. 흙을 만져보다 물을 주고, 상태를 확인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툭툭 흘려보내듯 이야기하기도 했다.
식물 하나 들였을 뿐인데,
김쿼카의 하루는 조용한 동행이 생긴 것처럼 조금은 따뜻해졌다.
소소한 에필로그)
시간이 흐를수록 큰 호빵에 애기 호빵이 붙은 모습이었던 호호는 슬금슬금 자라 어느새 길쭉해졌다.
쿼카는 위로 자라는 호호의 모습이 좀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칭찬을 건넸다.
“음.. 날이 갈수록 길어지는 너..
그래도..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