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이름에 스크래치

by 이삼오

내신 대비 기간엔 학생들 뿐만 아니라 강사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내가 근무했던 어학원의 중등 내신 대비는 주로 3주, 4주 내외다.



나는 '원어민' 포지션이기에 내신 대비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보통 외국인들이 없는 '눈치'라는 게 있기에 한국인 선생님들에게 이런저런 서포트를 해준다.



간단한 복사 및 스테이플 작업 등 말이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아이가 잘 됐으면, 성적을 잘 받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도를 한다.



물론 점수, 성과를 내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말이다.



성적이 안 나오면 학원 아님 강사 잘못, 성적이 잘 나오면 아이가 뛰어난 겪이 되는 것이니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 성적이 별로면 원장님에게도 눈치가 보이지만, 학부모 상담이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많은 학부모에겐 아이의 점수가 숫자 그 자체보다 훨씬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학생 A: 쌤, 저 이번 시험 망치면 원장님한테 혼나요?



강사 J: 그게 무슨 말이니? 혼나다니. 그런 거 없다.



학생 A: 그럼 한 소리도 안 들어요? 학원도 배가 불렀네... 쯧쯧



강사 J: 무슨 말버릇이야 그게! 너무 무례한 거 아냐? 아무리 요즘 애들이 버릇이 없다고 하지만.



학생 B: 그럼 선생님 명성에 스크래치 생기나요? 이름에 기스 나요?



강사 J: 그럼, 너희는 작정하고 나 하나 골탕 먹이려고 시험을 일부러 망친다는 거야?



학생 B: 뭐, 앞으로 쳐야 할 시험도 많은데... 고등학교 가서 망치는 거보다 지금 한 번 재미 삼아 삽질해 주는 것도 재미날 거 같은데요?



강사 J: (뭐 이런 싸가지없는 것들이 다 있지...?)



학생 A, B 같은 부류는 종종 있다.



강사들 사이에서 도는 말은, 대게 이런 경우 '지네들 엄마랑 말하는 게 똑같네'로 귀결되곤 한다.



본인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강사 J는 울분이 터진다.



근무 시간 외에 뒤쳐지는 학생들도 더 봐주고, 당 떨어질까, 배가 고플까 걱정되어 사비를 털어 간식 한 박스를 사다 놓는 건 아이들에겐 이미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심심하다고 재미 삼아 갑질을 해대려고 한 학생들이나, 그 학부모들은 성적 가지고 툭하면 학원을 끊느니 마느니 으름장을 놓고 앉아있고...



(시험 후)


강사 J: 어? A, B야, 시험 잘 쳤네? 둘 다 100점이네. 수고했다. 이렇게 잘할 거면서 선생님한테는 왜 말을 그렇게 했어?



학생 A: 제가 이번에 사고 싶은 패딩이 있었는데... 아니 글쎄 엄마가 갑자기 조건을 거는 거예요. 영어는 100점 나와야 사준다고요. 역시, 돈 앞에선 어쩔 수 없나 봐...



학생 B: 저도 100점 받아야 아이폰 최신형으로 바꿔준다고 아빠가 조건을 걸어서... 확실히, 선생 하나 골탕 먹이는 거보다는 새 폰 생기는 게 낫죠.





강사 J: (내 딸들이 밖에서 저러고 다니면, 자빠뜨려서 밟아버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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