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새로운 시작

by 이삼오

베이스 학생 모집을 활발하게 했지만 쉽지 않았다.



기존에 계시던 베이스 선생님은 그만 둔지 좀 됐다. 학생 두 어명 때문에 타 지역에서 오시는 걸 매우 부담스러워하셨다. 백번 이해 된다. 학원에서도 많이 모집을 못 해 드려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었으니, 서로 놓아주게 된 것이다.



비지 형님은 수업 준비가 되셨고 기존 입시 준비생 한 명과 같이 오기로 하셨다.



베이스를 취미로 하고자 하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밴드 음악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비하게 느껴져서 그럴 거 같다. 공연을 관람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보컬, 기타, 드럼은 잘 기억해도 베이스는 가물가물 해 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전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있을 땐 잘 모르지만 없으면 정말 음악이 허전하기 그지없다. 축구로 치면 수비형 미드필더, 돼지 국밥에 들어가는 부추, 결혼식 뷔페의 잔치국수 같은 존재라고나 할 까...




비지 형님이 '키보드'의 학원 정리를 결심하신 이후부터 입시 준비생 상담 약속이 대거 잡혔다.



'그' 학원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한 명 한 명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도 상담이지만, 기존에 다녔던 학원에 대한 하소연의 비중이 훨씬 컸다.




"원장님이 수업 시간을 안 지키세요. 제시간에 했던 적이 없던 거 같아요. 어떨 땐 사전 예고도 없이 수업을 안 할 때도 있어요."


-그래. 가장 기본적인 건데. 많이 답답했겠다.




"수업 때 연습 똑바로 안 해왔다고 막 혼내면서, 그러고 화내면서 나가고 다시 안 돌아와요."


-흠... 연습은 열심히 해야지. 서로서로 본인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말이지..




"내가 누구누구 아는데, 나한테 잘못 보이면 큰일 난다면서 맨날 윽박지른다니깐요."


-그런데 막상 그 사람들은 '키보드'원장을 모를걸?




"잔 신부름을 너무 많이 시켜요. 걸핏하면 과자, 음료수, 뭐 사와라 해놓고... 그러고는 돈도 안 준다니까요!"


-신고를 했었어야...




"청소도 저희 시킨다니까요. 이것도 뭐 연습, 수행의 일부라면서요. 한 번은 화장실에 어떤 미친 X이 바닥에 똥을 싸 놓고 간 걸 저보고 치우라 했어요! 결국... 제가 치웠죠..."


-그냥 놔뒀어야... (근데 누가 바닥에 똥테러를 했을까?)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보니 비지 형님이 말씀하신 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비지 형님께 하소연을 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게 없었다. 형님이 어떻게 손을 쓰랴.



그나마 학생들은 비지 형님을 비롯한 다른 파트 선생님들과의 정과 인연 때문에 근근이 버티며 지내왔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비지 형님이 정리를 하고 우리 쪽으로 넘어오신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예견된 상황이었다.



입장이야 양쪽 다 들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도 있지만 '키보드'의 정체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다만, 일부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 있던 안 좋은 습관의 녹을 좀 뺄 필요가 있었다. (지난번 과자, 술파티에 참여했던 아이들도 왔으니...)




몇 가지 규율을 설명해 준다.


-학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업과 연습을 한다. 쉬는 시간은 자율적이다. 그렇다고 놀이터는 아니다. 외부인 초대를 엄격히 금한다.


-선생님들과 다른 학생들을 존중한다.


-악보를 항상 소중하게 다룬다.


-불필요한 동영상 시청은 금한다.


-학부모 상담은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수업 및 연습 태도에 대해 100% 솔직하게 알려 드릴 것이다.


-고등학생들, 솔직히 흡연은 이해한다. 그런데, 보이는데서 대놓고 피우거나 길빵 하거나 하면 바로 아웃이다. 동네 사람들, 상인들은 너희가 어디 학원 다니는지 다 안다. 그리고 학원에 절대 담배 냄새가 절어있는 상태로 출입을 금한다.


-이간질, 따돌림 행위 등은 절대 용인되지 않는다.



'나는 위 사항을 혼돈 없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전달받았으며, 위반 시 학부모 상담 및 퇴원 조치 될 것을 인지했습니다.'


날짜: __________


서명: __________




'우와... 여기는 뭔가 진짜 학원 같다. 어설프게 했다가는 큰 일 나겠어.'



새로 온 학생들 사이에서 오고 간 말이다.



듣기 좋은 말이다.



실제로 학생 두 명을 강제 퇴원 시킨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 부모님 다 오셔서 눈물로 사죄를 비롯, 자발적으로 반성문까지 써오는 정성을 보여 다시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한 명은 끝까지 잘 다녀서 훈훈한 마무리를 하였고, 한 명은 비슷한 일로 결국 또 쫓겨났다.)





새로 우르르 들어온 핵생들은 기존에 다니고 있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보려는지 별말 없이 초콜릿과 사탕 같은 간식들을 말없이 옆에다 쓱 놓고 가는 행동을 취한다.



그 모습이 나름 귀여웠다.



외모나 덩치나 다 어른 같지만 아직 아이들이란 게 티가 났다.



처음에 서로 어색하게 지내던 아이들도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고, 연습하고, 같이 이끌어 주면서, 그렇게 부쩍 친해졌다.



내심 걱정했던 아이들의 관계는 기우였고 다 같이 잘 지내는 걸 보니 뿌듯했다.



이런 화기애애 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학생들도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렇지만 애나 어른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면 복잡한 일이 종종 터지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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