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뮤지션

by 이삼오


"아휴, 선생님. 제가 정말 고민이 많네요. 아들 녀석이 하도 기타를 배우겠다고 난리를 쳐서... 안 시켜주면 아예 공부를 안 하겠다고 협박을 하네요. 악기 짊어지고 돌아다니는 애들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데... 차라리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하겠다면 모를까... 공부할 생각도 안 하고 싸돌아다니기만 하고... 저는 얘가 이제 중학생이 되고 했으니 그냥 공부에 집중해 주기를 바랐거든요. 영어랑 수학 학원에서도 왜 지금 중요한 시기에 취미 같은 걸 시키냐고 하네요. 행여나 전공한다고 하면 제발 말려주세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인데... 선생님도 전공을 절대 권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법 극단적인 어머니의 일방적인 의견이다.



처음 등록 상담 때 드물게 듣는 말이다.



선입견과 편견이 난무한 이런 말을 첨 들었을 땐 속으로 상당히 불쾌했다.



그렇게 맘에 안 들면 안 시키면 그만 아닌 가? 아이가 정 기타가 치고 싶다면, 열정이 넘쳐난다면 학원이 아니라 어떻게든 독학으로라도 파고들 것이다. 이때도 온갖 음악 자료들이 인터넷에 넘쳐났고 유튜브에 양질의 레슨도 엄청났다.




기타 치는 게 뭐 나쁜 짓인가?


음악을 좋아하면 불량한 건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고상하고 기타나 드럼은 상스러운가?


밴드 하는 사람들은 무슨 조폭이라도 되나?


악기를 하면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하나?


어머님은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대놓고 무시하는 건가?



나의 반박하는 의견들을 순화해서 좋게 말씀드리면 보통 대답은...



"선생님은 아직 애가 없으셔서 그래요."





내가 어떻게 아이도 없는 입장에서 학부모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랴.



다만 악기 배운다고, 기타 친다고 삐딱해지지 않는다고 했을 때 무슨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 일인가. 아무리 설득해보려고 해도 들어 볼 노력도 하지 않는다.



내 아이는 문제가 전혀 없는데, 다른 엉뚱한 곳에 책임 전가를 하는 게 아닌가.



"선생님. 제 아들은 어린아이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는 정말 착하고, 저랑 와이프한테 애교도 많고, 공부도 항상 상위권이 곤 했는데... 고등학교 들어서부터 힙합인지 뭐 인지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요. 그런 음악 들으면서부터 애가 엇 나가기 시작하네요. 게다가 갑자기 작곡을 공부한다길래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우선 데려오긴 했습니다만, 영 탐탁지 않네요."



음악이란 게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맞다. 그런데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면 보다 클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미국 뉴스를 보면 이런 게 종종 있었던 거 같다. 어느 살인범의 집에서 악마를 숭배하는 밴드의 CD가 잔뜩 나왔다 하고, 또 어느 폭력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힙합을 좋아했는데 랩 가사가 너무 폭력적이어서 여기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그런데 다 이런 식으로 치부하면 끝도 없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과거나 현재의 몇 유명 뮤지션들의 불찰로 사회적으로 문제와 물의를 일으킨 건 유감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지간한 뮤지션들을 싸잡아서 저속한 무리의 집단으로 보는 사람들 또한 얼마나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건지는 모를 것이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장면만 보여주는가?



자기 눈에 엇나가 보이고 맘에 안 들면 다 잘못된 것인가?



예체능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니, 비난보다는 걱정과 우려의 소리가 더 크긴 하다.





단체 이론 수업 시간에 종종 잔소리 같이 입시생 친구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었다.



"너희들이 이 학원 소속 학생인 이상 협조해 줬으면 하는 사항이 있다. 각자의 처신을 잘해줬으면 한다. 길거리 흡연이라던지, 저속한 말과 행동 등을 삼가야 한다. 괜히, 쟤는 '음악 쪽에 있는 아이니까 그런가 봐'라는 편견이 싫다. 물론 남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굳이 애써 불량한 모습을 보일 필요도 없다. 학생이 길바닥에서 쌍욕하고 담배 피우면 그냥 불량한 학생이지만 음악을 배우는 학생이 그런 행동을 보이면 '역시, 음악 하는 놈들은 원래 저렇지'로 되어버리니... 다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몇몇 부모님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원에 아이를 보내시는 경우가 있었다. 상담을 해보면 당연하게도 부모님과의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친구들 대부분은 학원에서는 밝게 잘 지냈다. 부모님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마음의 평화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편견과 선입견은 피곤 그 자체다. 무엇이든 정해진 틀 안에서 보고, 쉽게 결론 내리는 건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음악인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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