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뮤지션인가?

by 이삼오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기타를 메고 어디론가 바쁘게 향했다.



도착한 곳은 어느 대형 미용실. 오늘은 직원 송년회 장소로 탈바꿈했다. 출장 뷔페 서비스에 와인 소믈리에와 재즈밴드까지 섭외가 되었다.



오늘 초청 대상은 미용실 직원들과, 거래처 직원, VIP고객들이다. 드레스 코드도 있었고 미용실 인테리어와 조명이 제법 파티장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원래는 30분씩, 1부 2부 나눠서 연주할 계획이었지만 2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좋은 분위기와 그저 그런 괜찮은 와인병들이 한 곳에 쌓여 가는 걸 보니 송년회가 나름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행사를 주최한 원장님이 기분이 많이 좋았는지 몇 곡 더 연주를 부탁하며 팁을 따로 챙겨준다.



당연히 몇 곡 더 해드려야죠. 게다가 분위기도 이렇게 좋은데.



연주를 마치고 우리 팀도 한편에 자리를 잡고 와인을 홀짝였다. 우리끼리 2차로 소주를 몇 병씩 찔러 줄 예정이기에 식전주 삼아 입만 대충 헹군다.



누군가 해맑은 얼굴로 다가온다. 미용실 거래처 직원이다. 취기가 올랐는지 살짝 발그레 한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건다.



"오늘 연주 정말 멋졌습니다. 저도 항상 기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제대로 불을 지펴 주셨네요. 혹시... 레슨도 하십니까?"



행사장에 가면 때론 이렇게 비자발적 영업 효과도 있다.




"한 주 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실제로 오셨다. 명함을 받아가 놓고는 연락을 주고 실제 찾아와 등록까지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확실히 영업 쪽에 잔뼈가 굵은 분이시라 상냥한 말투와 호감 가는 화법에 능숙했다.



"선생님은 언제부터 음악 하셨습니까?"



"기타 친지 한... 그냥 깔짝 거리던 시절까지 합하면 20년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와... 그때부터 음악을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아니오. 어릴 땐 그냥 재미 삼아 조금 친 거고요. 중학교 끝날 무렵부터 좀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신 건가요?"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칠수록 더 좋아하게 돼서... 새로운 음악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더 빠져든 것 같습니다."



"그럼 제대로 음악을 시작하신 게 언젠가요?"





음악을 한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막상 캐나다, 미국에서 지낼 때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 말이고 영어로 이런 표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뮤지션'이란 말이 가장 가깝겠다.



단순 취미로다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뮤지션일까? 정의하기 나름 이겠다.



그러나 구분 짓기에 익숙한 한민족에게는 정확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어디서부터가 음악을 하는 것일까?



프로음악러들인가? 그럼 이들을 어떻게 정의할까? 저마다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굳이 정의를 하자면...



'나의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꾸준히 금전적으로 적당한 풍요로움을 제공받는 사람'



말 그대로 음악 계통의 일을 하며 먹고사는 사람이다.



그러면 음악 강사, 교수, 선생님들은 음악 하는 사람들인가? 아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아이돌은? 이 부분은 의견이 많이 갈린다.



잘 나가는 밴드는? 두 말할 거 없이, 그렇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딘가? 나는 음악 하는 사람, 뮤지션인가?



음악을 좋아하고 가르치지만, 지금 환경이 진정 내가 원했던 것인가?



그럼 어렸을 적 기타에 온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을 때 내가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하는 잘 나가는 밴드 멤버?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선생님?



카리스마 있는 대학 교수?



톡톡 튀는, 개성적이고 트렌디 한 활동명이 붙은 유명 프로듀서?



모두 해당될 수 도 있지만, 막상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던 거 같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며 이런 생각과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때론 학생들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나의 역할 수행의 걸림돌이 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음악의 관한 열정이 점점 식어가는 것인가... 애당초 나에게 이런 감정이 있었던가? 혹시 대학 시절 이후부터 이미 한 풀 꺾인 게 아닌가?



젊은 나이에 너무 안정적인 것만 추구한 것인가? 엄청난 기복이 있는 산업에 멋 모르고 뛰어들어 안정감과 편한 삶과 환경을 바랐던 나는, 그냥 배짱이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답 없는 질문은 계속 쌓여만 갔다.



음악을 한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이 짤막한 한 마디에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어디론가 빠져들고 있었다.





(입시생 어머니 상담 중)


"선생님은 뮤지션이고 음악을 하시는 전문가이시니, 저희 아들 잘 부탁드립니다."



"네. 너무 염려 마십시오. 잘 지도해 보겠습니다."



(뮤지션이고 음악을 하는 전문가라... 심히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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