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중, 학생 눈시울이 붉어진다.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다.
드디어 눈가에 잠시 맺쳐있던 눈물 한 두 방울이 기타 줄에 떨어져 기타 상판을 적신다.
"야, 너 왜 그러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안 올라오는 거 같아요. 시간은 계속 흐르고, 시험은 얼마 안 남았고... 솔직히 요새는 후회돼요. 그냥 부모님, 선생님 말 듣고 취미로 할 걸 그랬어요."
제법 오랜 기간 봐 온 학생의 푸념이다. 실은 많은 입시생의 고민일 것이다. 이 친구와 다른 입시생의 차이가 있다면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온 게 아닐까.
"그럼 취미 한다고 생각하고 하면 되지 뭐가 그렇게 심각하니?"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난 이거에 '목숨 걸고 해야 한다'의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냥 마냥 좋아서 재밌게,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다.
'흠, 전공을 한 번 고민해 볼까?'
내가 이렇게 했으니, 내가 아는 대로, 했던 대로 얘기해 줄 뿐이다.
"선생님. 그래도 이 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여태껏 이 것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라뇨?"
"너 어디 어디 원서 넣는다고 했지?"
"제가 원서를 넣을 곳은..."
"아니. 얘기 안 해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네 생각은 어때? 합격할 거 같아?"
"아뇨..."
"단 한 군데도?"
"네."
"원서 넣을 학교 한 군데도 붙을 자신이 없다면서 평생 이 걸로 밥 벌어먹고 살 생각을 했단 말인가? 레슨만 받고 시간이 흐르면 막연히 해결될 줄 알았지? 솔직히 말해서."
"저는 선생님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다 부족한 탓이죠. 다 알겠는데... 막상 (시험) 그 시기가 다가오니 너무 걱정이 앞서네요.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 다 한 거 같은데 무슨 문제일까요? 저에게 타고난 재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건 알겠는데..."
"바로 그게 아닐까? 타고난 능력. 아무리 좋다고 해서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게 없듯이, 어느 정도 타고난 것에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너무 뻔한 것일 수 도 있는데, 간단한 논리 같으면서도 설명하기가 매우 껄끄러운 주제이다.
타고난 재능이냐 노력이냐.
이분법적, 흑백 논리가 아닌 둘 다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지 재능의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원하는 것이 있지만, 죽어라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인간에게는 훨씬 더 많다.
나는 타고난 능력과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몹시 부러워한다.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그 사람의 타고난 재능을 부러워한다기보다는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찾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어느 어떠한 방면에서든 타고난 재주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연히 이를 알게 되고 가꾸어 나가게 된다면, 엄청난 축복이겠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평생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재능을 모르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거 같다.
"네. 선생님. 저도 압니다. 제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요. 그래도 죽어라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스트레스로만 다가오니 재미도 없고 이 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자주 들고요..."
"넌 참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야. 그런데 이게 약간 걸림돌이 된 거 같기도 해. 말 그대로 하라는 것만 열심히 했으니까. 손은 분명 기타를 치고 있긴 한데... 무엇을 생각하며 느끼기는 하는 건지... 그냥 주어진 과제를 받고 완성만 하려고 하니까 발전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첨은 아닌데... 너 입시한다고 얼마 안 됐을 때 몇 번 했던 얘긴데..."
"그런데 저는 그 이상 뭐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도 닦듯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저희 아버지도 항상 뭐든 꾸준히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일러 주셨으니까요."
"그건 아버님 말씀이 당연히 옳으시지. 다만, 기계적으로만 열심히 하면 안 된다는 거지. 생각도 하고, 음을 들어야지. 내가 지금 내는 소리가 듣기 좋은지 아닌지를... 간단히 생각하면, 결국 내가 음악을 좋아하면, 당연히 듣기 좋은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거 아니야?"
"아..."
"네가 지금 이렇게 걱정되고 불안한 건 결국 자신이 아름다운 소리를 못 뽑아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지. 취미생이든 입시생이든 제일 안타까운 점은 그냥 기계적으로, 수동적으로 시간만 많이 들인다는 거야. 물론 시간 들인 만큼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겠지만 막상 자신이 원하는 건 얻지 못하거든. 핵심을 파고들고 거기에 초집중을 해야 하는 거지."
"의외로 간단한 해결법인데요 그럼?"
"아니야. 그 핵심을 알아보는,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 그게 바로 타고난 능력인거지."
수많은 수강생이 거쳐 갔지만 타고난 재능에 엄청난 노력을 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제일 많이 분류되는 쪽이 아마 '적당한 재능에 어느 정도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나는 어디에 속할 까? 그런데 나는 감히 조언 같은 걸 할 수 있는 위치인가?'
언젠가부터 학생에게 대한 조언과 다그침이 변변찮은 나 자신에게 하는 것만 같았다.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