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소하지만 나를 붙잡은 순간/ 『일상의 블랙홀』14화

by 글빛누리


미완성의 사랑이 주는 역설적인 완전함

영화, 드라마의 이야기들은 늘 도달하지 못한 사랑을 다룹니다.
끝맺지 못했기에 더 오래 남고,
닿지 못했기에 더 순수하게 기억되죠.

그것은 마치
꽃이 피기도 전에 떨어진 꽃봉오리처럼,
현실에 물들지 않아
더 이상적으로 남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
그 사랑은 일상이 되고,
때로는 소멸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문학과 영화는
완성보다는 도달하지 못한 감정의 진폭에 집중합니다.
그 여운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되묻게 되니까요.


� 2. 그렇다면, ‘완성된 사랑’이란 무엇인가?

완성된 사랑은
장미꽃 한 송이가 아니라,
그 꽃이 시들고
다시 피어나고
그러다 결국 함께 늙어가는 시간을 말합니다.


완성된 사랑은 일상이 된 사랑,
낭만이 빠져나간 자리에도
존중과 배려가 남아 있는 사랑입니다.

그건 영화 속 명장면처럼 불타오르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물 한 컵을 서로 챙겨주는
조용한 의식 속에 있습니다.

그것은
이루어진 사랑이 아니라,
지켜낸 사랑입니다.


�️ 3. 완성된 사랑의 얼굴

완성된 사랑의 얼굴은 이런 모습일 겁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상대방이 늦게 들어와도, 연락이 늦어져도 의심하지 않는 마음. 믿음이 습관이 된 관계.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거리.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편안함.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호흡.

기쁨과 슬픔을 함께 '기록'하는 시간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힘들 때 기대고 싶은 어깨.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 써내려가는 동반자.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에서 마주하는 상대의 눈빛. 화장을 지운 얼굴도, 잠옷 차림도, 심술궂은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선.

완성된 사랑은 불꽃이 아니라
오래 타는 등불입니다.
시끄럽게 타오르지 않아도
밤의 어둠을 조용히 밀어내는 빛.


� 4. 결국, 사랑은 '과정'이자 '기억의 방식'

어떤 사랑은 시작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어떤 사랑은 끝났기에 더 깊어집니다.

그러나
완성된 사랑은
추억보다 현재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랑입니다.

그건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자리를 넓히는 사랑.
마치 바닷물이 갯벌에 조용히 스며드는 것처럼.


✒️ 에필로그

미완의 사랑이
이토록 찬란하고 가슴 아프게 남는다면,
완성된 사랑은
어디쯤에서 조용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걸까?

혹시 우리는
완성된 사랑을 사랑이 아닌 줄 알고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좀 더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