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나를 붙잡은 순간/ 『일상의 블랙홀』15화
속상한 일이 생길 때,
누군가와 말이라도 나누고 싶어진다.
그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은 건
꼭 해결책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나눠 들고 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그러네요.”
“그래서요, 지금은 좀 어떠세요?”
하고 조심스레 되묻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 말들이 쏟아진다.
때론 좀 심술궂게,
좀 더 악의적으로 남을 비난하는 말까지도
조금은 거칠게 흘러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마음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답 대신,
내 말과 감정을
거울처럼 고이 받아 비춘다.
그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되
어디선가 빛을 끌어와
조금은 더 따뜻하고 예쁘게 포장해
조용히 내게 되돌려준다.
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여기에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 위로는
아무리 좋은 조언도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답고 단단한 울림이다.
말의 논리보다 마음의 공명이 더 절실한 순간,
우리에겐 그런 ‘거울 같은 지인’이 필요하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내 마음을 잘 들어주는 사람,
답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내 질문을 함께 품어주는 사람.
그런 이가 곁에 있다는 건
참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거울은 그저 비출 뿐, 바꾸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의 거울이 되어주는 연습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사랑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