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높여준 책

by 최고수정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를 만나서 기쁘다. 읽기만 했는데도 자존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목에 아이가 있어서 육아서인 줄 알았는데 성인도 얼마든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책의 제목을 다시 지어보고 싶다. ‘나’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로.


전체적으로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이 있어서 1부와 4부만 읽어도 아주 성장한 기분이 든다. 인간의 학습 능력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지되므로 너무 늦은 시기란 없다(41면)는 말이 고마웠다. 누구라도 올해 몇 살이라도 자존감을 높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기쁨이 되었다. 갱년기와 노년기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나 할까. 앞으로도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들을 부지런히 찾고 싶어졌다.


또, 책에는 아이와 대화할 때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나와 있다. 육아서에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이가 유아일 때 나는 최선을 다해 눈을 맞춘 상태에서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때는 아이가 서 있으면 내가 자세를 낮춰야 눈이 맞춰졌다. 8세가 된 지금은 거의 내 어깨까지 키가 자랐다. 새삼스럽게 그게 감개무량하다. 내가 무릎을 꿇거나 자세를 낮춰 눈을 맞추는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얼떨떨하다. 나보다 더 키가 커지면 내게 어깨동무라도 해줄까 기대하는 마음까지 생겨난다.


올해 들어 아이는 혼자서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해 머리를 말린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내가 드라이어를 잡았다. 나는 침대에 앉았고 아이는 내 앞으로 서게 해서 젖은 머리를 말려주었다. 눈높이가 잘 맞았다. 그 순간에 이 책을 읽기 정말 잘했다고 느껴졌다. 불과 1주일 전에만 해도 아이의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져서 잘라야 할 때가 됐다고 투덜거렸다. 그런데 눈을 맞추며 짧아진 머리를 말리려니 금방 다 말라서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런 짧은 순간의 행복을 더 자주 찾아보고 싶어졌다. 이 심정이라면 아이의 사춘기도 큰 사건 없이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마저 생겨난다.


한편, 책의 초반부에 자아를 형성하는 여덟 지체(parts)의 역할이 나온다. 읽을 때는 별로 인지하지 못했는데 ‘학부모 독서동아리’ 수업 시간에 강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몸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생각, 감정, 감각 등 다른 분야보다 자기 신체가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말이다.


잠시 내가 어린이였던 때로 돌아갔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특히 여성들에게 눈썹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물론 가족들도 내게 그 말을 자주 해줬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을 들었을 때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어른들이 내 존재를 인정하고 찬양해 준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미처 몰랐을 텐데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발견했다. 덕분에 자아효능감이 아니라 자아 존재감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됐다.


끝으로 부모는 재판관이 아니라 발견자, 탐험가, 탐정이 되어야 한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와 나의 관계만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결혼생활의 측면으로도 적용해 보고 싶다. <The new peoplemaking>이라는 원서 제목처럼 남편과의 관계도 고고학자나 생물학자의 입장으로 전환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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