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플랫폼
ADHD가 의심됩니다.
검사를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정신과를 다닌 지 3년째가 되던 날.
부끄러워 숨겨왔던 나의 충동 소비, 잦은 이직, 그리고 혼란스러운 생각들에 대해 처음으로 솔직히 털어놨다. 평소라면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라며 우울증과 공황장애 약만 처방받고 나왔을 텐데,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주치의의 따뜻한 눈빛에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의 공황장애는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요양병원에서 의료사고로 돌아가셨고, 그 이후 나는 병동에만 들어가면 할아버지의 입관 때 모습이 떠올라 구역질이 났다.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할아버지처럼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거기에, 나를 함께 키워주셨던 작은 큰아빠도 혼자 계시던 집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시신이 발견된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더운 여름 날 돌아가셔서 시신 훼손이 많이 되었다.)
비극적인 일들이 겹치면서, 야간근무를 지속해왔던 탓인지 내가 1년 만에 50kg이나 살이 쪘고, 갑상선 기능저하가 심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 우울과 무기력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은 문득, 우울증과 공황장애에만 집중해왔던 치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30분 동안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내 말을 조용히 들어주었다.
내가 마지막 문장을 마치자,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리씨, 저는 그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로만 생각하고 약을 처방해왔는데요, ADHD가 의심됩니다. 검사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서 들릴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간호사인 내가 ADHD라니, 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내가 ADHD가 아닐까 의심했던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자가진단 테스트를 할 때마다 '심각한 수준의 ADHD가 의심됩니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네, 그렇게 할게요."
ADHD 검사는 간단했다.
자가진단 설문지를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면서도, 나는 내 걱정보다는 의사 선생님이 내가 설문지를 늦게 작성해서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검사 결과도 명확했다.
나는 ADHD 진단을 받았고, 약물치료가 시작되었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모두 이 질병에서 비롯된 증상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면서도,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그럼 나 바뀔 수 있는 거야?'라는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될수록, 나는 약물치료가 모든 것을 바꿔줄 마법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약물은 내 증상을 조절해주는 보조제일 뿐, 진정한 변화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나의 내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간호사로서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럽고, 내가 이 병을 극복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