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속에 나타난 나의 질병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그 이후 나는 ADHD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의 병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이 나를 휘감았다.
아는 문장, 적은 내용을 10번 넘게 보고 또 보고, 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내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미 머리로 충분히 이해했음을 알면서도, 계속 되뇌게 되는 것은 내 오랜 습관이었다.
처음으로 공부한 내용은 ‘충동적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였다.
간호사로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지식은 있었지만, 정작 ADHD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다.
그저 나의 즉흥적인 행동에 대해 자책만 하곤 했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기질적인 요인이 포함된 것이었다.
ADHD에서 충동적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는 주로 충동 조절의 어려움과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했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강한 욕구나 충동을 느낄 때, 이를 억제하거나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사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 욕구를 즉시 충족시키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데, 정확히 내 이야기를 누군가 대신 풀어놓은 것 같았다.
충동적 소비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충동적인 행동들도 많았다.
이성으로 억누르려 했지만, 가장 조절하기 어려웠던 것은 맛있는 음식이 끊임없이 생각나서 결국 먹어버리는 것. 그리고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병원에 민폐를 끼쳤다고 생각하며 ‘나 같은 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퇴사 충동을 느끼는 것.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면서부터는 가만히 쉬질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물건을 사고… 예를 들어, 네일아트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는 네일 재료를 약 100만 원어치나 사버렸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을 실천하고 나면 만족이 아니라 후회와 스트레스가 뒤따랐다.
결국에는 다시 환불을 하며 민폐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내 형편에 왜 이랬을까’ 하고 자신을 갉아먹고 자책했다. 이 모든 과정들은 내 의지와는 반대로 일어났다.
의지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변명으로 들릴까 봐, 나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숨기고 살아왔다.
하지만 결국 의사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선생님은 "그건 증상 중 하나에요. 자책할수록 더 심해져요."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 말을 들으니, 비로소 나 자신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충동과 행동들이 모두 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