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인가! 직장생활 스트레스인가! 성질머리탓인가!
오늘은 대나무숲으로 이용해보겠습니다.
너무 화가 났었던 날인데요.
우리 회사 직원분중에서 한 분이 있습니다.
굉장히 말수가 적고 단단하게 보이시는 분입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근육질의 다부진 몸을 가지고 계신, 제가 볼 때는 60대가 넘으신 거 같은 분인데
꼿꼿해 보이시는 분입니다.
워낙 말수가 적으신 분이라 사실 대하는 게 쉽지 만은 않았거든요.
웃지도 않으시고 늘 무뚝뚝하신 분인데~ 이런 분들을 사회에서 만나면 괜히 어렵잖아요~
말수가 많고 허허실실 하며 실수하시고 농 건네시는 분들과는 아무래도 다르죠.
근데 이 분이 저번 주에 했던 꽁치김치찜에서 가위를 요구하시더라고요.
김치를 찢어드시는 거 귀찮아 하시는 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가위를 드렸죠.
사실, 음식을 내고 나서 이것저것 달라고 하는 분들 귀찮긴 하죠.
저 혼자 있는데 치우고. 모자란 것 채우고 설거지 하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달라고 하시는 분들.
또 보면 항상 달라는 사람이 달라고 합니다.
청양고추 있냐? 고추장 있냐? 참기름 있냐? 열무김치 있냐? 넓은 대접 있냐?
이런 걸 요구하는 사람은 늘 요구하고 말없이 드시는 분들은 늘 말없이 그냥 드십니다.
아무튼 그 분이 비치해둔 집게 속에서 가위를 꺼내고는 저를 불러 말하십니다.
"이걸 어떻게 써요?"
보니까 가위가 지저분했습니다.
"누가 쓰시고 그냥 꽂았나 보네요." 라고 말하고 제가 쓰는 주방 식가위를 드렸죠.
순간 조금 화가 났어요.
썼던 잼 바르는 나이프를 새것이 든 통에 넣는 분들이 있어서 화가 좀 나있던 날이었거든요.
괜히 제가 잘못한 거 같아서 기분이 안좋았어요.
그런데 오늘 음식이 돼지김치찜이었습니다.
가위를 찾던 그분이 생각나서 원래 포기김치로 하던 음식을 잘라서 했습니다.
그런데 수육용으로 주문한 고기가 큐브모양의 덩어리 고기로 들어와서 난감했습니다.
김치찜은 불위에서 2시간을 올려두는 음식인지라 잘 떨어지겠지 싶어 그냥 했고
대충 집게로 만져보니 살이 잘 으깨어져서 그냥 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가 올려둔 가위로 고기를 자르면서 저에게 한 소리합니다.
"이렇게 크게 주면 어떻게 먹으라고, 잘라 줘야지"
"아~ 네 고기가 잘못오기도 했지만 찜은 원래 이 사이즈로 다들 들어옵니다"
라고 말을 하고 나서 화가 났어요.
원래 정확한 답은
" 불 위에서 두 시간 끓여야 하는 이 음식은 이 정도 사이즈가 되어야지 고기가 바스라지지 않아요. 귀찮으시더라도 가위질 해서 드세요. 자주 하는 메뉴는 아니니까..너무 걱정하시 마시고요"
근데 그렇게 말을 못하고 븅신처럼 말한 제 자신이 너무 짜증이 나더라고요.
50명의 직원들중에서 가위를 찾으신 분은 그 분 한 분입니다.
치아가 안좋으실 수도 있고....지금의 저 처럼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는 상처가 있을 수도 있죠.
근데.....굳이 저렇게 말을 하면서 먹어야 할까요?
아무도 찾지 않는 가위를 찾는 자신의 까탈스러움을 미안해 하면서 말하지 않나요?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더라고요.
내가 분노조절장애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저녁에 준비되어 있던 모든 손가는 요리를 스탑하고 식자재마트로 가서 콩자반. 김자반. 바나나.....
네 그렇습니다. 가열하지 않는. 불쓰지 않아도 되는 요리로 대체하고는 그냥 그렇게 냈습니다.
남은 김치찜에 물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버리고요.
그리고 숨을 고르며....참자....참자..나 지금 갱년기인거야..
보통 미성숙한 사람은 넘어지면 그 자리에 있는 턱을 못본 자신보다 그 턱이 그 곳에 있는 것에 흥분하여
꼭 남탓을 해야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 한 사람때문에 내가 지금 이 직장에서 못버티면 안된다.
미성숙한 사람은 내가 광분하지 않아도 불쌍한 사람인 것이다.
오만가지 설득과 이해를 들이밀며 저는 저를 위로했습니다.
정말 허접했던 석식이었지만...제 기준에서는 말입니다.
다들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하고 가시는데
저는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원래 해야 할 메뉴는 고등어구이, 해물동그랑땡. 새송이버섯볶음, 청경채 무침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패씽하고 저는 그냥 봉지까서 부어 놓으면 되는 것과 한 번 컷팅하면 되는 바나나를 넣었지요.
시원한 오이냉국대신에 점심에 남은 것에 물부어 만들어 버린 김치찌개
설거지 하는 내내 반성했고, 후회했지요.
치사하게 한 사람때문에 화나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정성이 사라진 밥을 대접했다는 게 너무 부끄럽기도 했지만.....뭐. 내일 맛난거 만들어 드려야죠.
내일은 빌런들이 좀 많은 팀이 회식을 한다고 석식에 빠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최고의 상을 만들어 드릴려고요. ㅎㅎㅎ
이렇게 변덕이 죽 끓듯하고
기분이 조석으로 변하는
갱년기를 보내고 있답니다.
그래도 오늘, 힘들었지만....잘 버텼다 셀프토닥 해봅니다.
힘들어서 오늘은 오탈자 수정 패씽할게요~ ㅎㅎㅎ
다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