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라 Dec 29. 2021

모두가 절친이 될 수는 없다.

일상 이야기 (15)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흥미롭게 설레는 일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취미로 가지고

내가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겪어왔고

내가 누릴 수 없었던 삶을 누리고 있는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혹은 나이가 많든 어리든

내게 존경받을 수 있다.


그렇게 급속도로 친해지고 나면

어떤 이는 만날 수록 더 큰 경외감이 들게 하고

어떤 이는 만날 수록 자꾸 실망을 하게 된다.


몇 년 전에는 15년이 넘은 지인과 손절을 했다.

그때는 손절이란 단어가 유행했고

지금은 거리두기란 단어가 유행하는데

거리두기란 단어가 일찍 유행했더라면

나는 그분과 손절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결국 우리는 거리두기를 못해서 헤어지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다가가서 좁혀지는 것은 아니다

길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오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다.

그렇다. 둘 다 뛰어가 두 팔을 벌려 안았기에

우리는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지근거리에 다가왔을 때 알게 된다.

아무리 비염이 있어도 상대의 냄새를 느끼고

아무리 노안이 왔어도 그 사람의 눈빛은 알 수 있고

그리고 가는 귀가 먹었어도 그 사람의 말에서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


내게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남들처럼 살아있을 날이 많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남들처럼 여유롭게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나의 기준은 딱 하나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기분 좋은 것, 그리고 재미있는 것.

기분이 나빠지고, 재미가 없어졌다면

그럼 우리는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하루에 한 번 말고,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말고 한 달에 한번

만남에도 총량제가 있다.

중독은 담배, 콜라보다 더. 사람 중독이 무섭다.


며칠 뒤면 오십이 된다.

반백년을 살아오며 우리는 어떻게 입맛에 맞는 사람만 만날 수 있을 까?

그러기에 지금부터 만나는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며 보아야 한다.

왜냐면, 오십 년이 지난 사람은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종이 다른 생명체 일 수도 있다.

서식지도, 습성도. 먹이도 달리 살아온 종이 다른 동물.


모두 다 베프가 되고 절친이 될 수는 없다.

아주 가끔 만나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럴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너와 나, 그럴 때가 되었다.








이전 18화 천 원짜리 김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