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16)
책을 끊고 산지 꽤 되었다.
어느 날인가!
도서대여점에 더 이상 내가 볼 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발길을 끊었으니
그게 이십 년은 된 거 같다.
그리고 애가 생기고 삶이 여유롭지 못해 지고부터 책을 읽을 시간에 잠을 잤어야 했다.
누군가 내가 말했다
"넌 작가 치고는 책을 너무 안 읽어!"
책보다는 경험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후, 나는 책을 멀리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면서 나는 드라마도 빨리 감아 본다.
진득하게 본방 사수보다는 다시 보기를 통해서 정주행을 하고
그 정주행 중에서 내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부분에서는 2배속을 하며 보거나 건너뛰어 본다.
그게 나의 대화의 습관이 되었다.
지루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재미가 없으면 이 이야기를 왜 하지? 이거 TMI 아니야?
라며 결론에 빨리 도달하길 바랬다.
작가들이면 흔하게 하는 기업 사장님들의 자서전 대필.
그것을 안 한 이유는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였다.
사업자들을 위한 위생교육부터 각종 강의까지.
어느 순간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얼마 전에도 이런 것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남 이야기를 잘 끊는 지인의 이야기.
그 사람 안에서 나를 보았다.라는 반성의 글귀
반성이 쉽게 된다면 나는 지금쯤 성인군자가 되어 있었겠지.
생각해봤다.
내가 왜 이렇게 변했는 가!
그건, 어느 순간 책을 읽지 않아서였다.
적어도 반나절은 투자해야 하는 책 읽기.
그 책을 읽고 난 뒤에 비로소 책을 놓으며 이 책이 왜 재미있었는지
이 책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를 알아내며
그 한 줄 로그 라인을 위해 쉼 없이 수만. 수억 단어를 쏟아부었던 책.
그걸 게을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괴물이 되어 있지 않았을 텐데.......
그 참을성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이의 말에도 참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을 기다리기보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자주 입원을 하기에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충전기
병실 안에는 모든 환자들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고, 핸드폰으로 카톡을 하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
그러기에 줄이 긴 충전기는 필수 품이었는데......
이번 병원 행에서는 핸드폰을 끄고 책을 읽어야겠다.